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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혼란, 구멍난 공수처법과 아마추어리즘의 콜라보 [공수처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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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예견된 혼란, 구멍난 공수처법과 아마추어리즘의 콜라보 [공수처1년]

    공수처, 검찰 개혁의 아이콘에서 폐지론 부상까지

    오는 21일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지 1년이 됩니다. 검찰 개혁의 아이콘으로 출발했는데, 최근에는 그 말이 무색하게도 통신사찰 논란을 일으켜 폐지론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①공수처가 1년 동안 수사한 사건들을 토대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②공수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공수처 해체 촉구 피켓을 들고 의원총회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공수처 해체 촉구 피켓을 들고 의원총회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웅 의원 준항고 인용, 압수수색 전부 취소>
    <손준성 체포영장 기각되자마자 구속영장 청구 "기본권 침해" 비판>
    <손준성 구속영장 두 번째 기각…공수처 3전 3패>
    공수처가 출범 첫 해 가장 공들인 사건 '고발 사주 의혹'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공정성'과 함께 가장 많이 지적된 '수사력 부족'은 사건을 하면 할 수록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은 예견된 바다. 공수처법은 여야의 몸싸움 끝에 여권 주도로 처리되면서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세상에 나왔다. 부실한 뿌리에서 태어난 공수처에게 내실을 다지라는 조언이 쏟아졌지만, 김진욱호 공수처는 출범 초반부터 검찰과 기싸움만 벌이며 힘을 뺐다. 수사 경험이 부족한 인력으로 채워지면서 공수처는 방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실한 뿌리 '공수처법' 탓 큰데… 검찰과 기싸움만 '허송세월'

    공수처 출범을 두고 여야가 싸우기만 해 공수처법은 누더기로 탄생했다. 여당은 통과시키기 급급했고 야당은 방임한 탓이다. 법조문이 명확하지 않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 검찰과 공수처의 권한 다툼을 야기한 측면이 크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수사기관으로서 역량을 기르고 인재들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검찰과 대립하느라 허송세월을 보냈다. 대표적인 게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3월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 받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유보부 이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언급했다. 검찰을 견제하라는 공수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성윤 고검장 등을 직접 수사·기소해야했지만, 아직 수사진이 꾸려지기 전이어서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유보부 이첩 논란은 검찰과 이첩 갈등을 확전시켰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애매모호한 법규정을 손질하겠다는 보완 입법은 전무했다. 여당은 공수처 인력을 늘리는 법안만 냈고, 야당은 이에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는 강경한 입장만 표출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수처 출범 이후 현재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해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은 총 18건이다. 10건은 법사위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됐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나머지는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내용도 부실하다. 18건이긴 하지만 여당 대부분 의원은 공수처의 인력 및 지원에 대한 법안만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송기헌·소병철·김영배 의원은 수사관과 행정직원 증원 또는 행정인력 파견 범위 확대에 대한 개정안을 냈다.

    공수처가 아닌 국회가 해결했어야 할 유보부 이첩 논의도 국회는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 하자는 개정안을 낸 반면 국민의힘은 유보부 이첩을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의 논의는 신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공수처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서 수사를 못한 게 아니라 처장·차장·검사 등의 역량이 부족해서 수사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회가 공수처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적절한 해결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래픽=김성기 기자

    검찰 견제가 배제로…수사 경험 없는 지휘부, 무리수 수사 연발

    공수처가 스스로 고백했듯이 '아마추어'가 된 건 수사 베테랑인 검찰을 배제하면서다. 공수처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검찰을 반드시 배제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공수처의 인적 구성에서 검찰 출신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수사 경력이 있는 공수처 검사는 평검사 3명과 부장검사 1명 뿐이다. '압수수색 트라우마'라고 할 정도로 공수처가 강제 수사에 나설 때마다 잡음이 나는 건 수사 경험 부족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에게 청구한 첫 번째 구속영장에는 '성명불상'이 곳곳에 등장해 우려했던 수사력 부족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약 한 달간의 소환 조사 이후 두 번째 영장에서도 작성자를 특정하진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수처의 모든 인력을 쏟아부었던 고발 사주 의혹은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를 할 당시 압수수색에서도 수사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검사들이 제기한 준항고의 사례를 보면, 공수처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의 '압수할 물건' 란에 검사들의 이메일 '임시 보관함', '스팸 편지함', 삭제 편지함'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실제 검찰 내부망·외부망 이메일함 명칭인 '임시저장함', '수신거부함', '지운편지함'으로 달랐다. 검사들은 압수수색 집행 전에 이메일함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이 영장으로 수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상 이같은 경우 압수할 물건란에 '같은 취지의 이메일함 포함'이라는 내용을 추가로 덧붙인다. 공수처 수사팀은 이같은 주장을 무시하고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압수수색을 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어 엄격하게 해야 하고,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증거를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지만 공수처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를테면 압수수색 영장에 사무실 호수가 301이라고 적시했는데 실제 나가보니 301A라고 돼 있으면, 다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집행하는게 수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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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공백 메운 파견 경찰, 위법 논란 중심에 서

    공수처 출범 초반 수사 인력 공백을 파견 경찰로 채운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 직후 검사와 수사관 선발에 나섰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1차 채용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공수처가 정원에 근접한 인력을 채운 시점은 지난해 10월 무렵이다. 두 차례에 걸친 채용을 통해 적정 수사 인력 확보에 실패한 공수처가 선택한 해결책은 외부 인력 파견이었다. 특히 경찰로부터 가장 많은 파견을 받았다. 두 번에 걸쳐 파견 받은 경찰은 34명. 이들은 주요 수사에 적극 참여했다. 일부는 수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등을 하며 통신사찰 논란을 일으켜 김 처장이 표방한 '인권 수사'와는 멀어졌다는 데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환부를 정밀하게 진단해 메스를 대야 하는데, 메스부터 대서 환부를 찾는 격의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는 공수처 파견 경찰의 수사 투입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수처법 등을 따져보면 파견 경찰의 업무는 수사 아닌 '행정 업무 수행'에 한정되는데, 공수처 파견 경찰이 수사를 주도한 건 위법하다는 취지다. 특히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수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수사처수사관'의 정원은 40명 이내로, 검찰로부터 파견 받은 '검찰 수사관'의 경우 정원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했다. 이례적으로 법률로까지 수사 인력을 제한한 건 편법으로 수사 인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제한한 건데 공수처가 행정 인력을 수사 인력으로 전환해 꼼수를 썼다는 지적을 받는다. 파견 경찰이 공수처에 있는 시간도 일시적이라 수사에 대한 책임도 지지 못한다. 전체 파견 경찰 인원은 지난 주 복귀한 상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특화 범위는 범죄의 발생과 범인의 특정 및 검거에 특화돼 있다"면서 "공수처에서는 범죄의 구성 요건을 인식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수집을 해야 하는데, 수사 경험 없는 지도부가 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경찰에 의존하는 경우가 너무 크다"고 비판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서 수사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다"면서 "공수처에 가서 존중 받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줬다면 재야의 고수들이 많이 지원했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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