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편리미엄' 캡슐커피에 숨은 '500년 오염 방정식'

네스프레소 제공네스프레소 제공
1년에 353잔.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1잔꼴로 커피를 마십니다. 세계 평균소비량의 약 2.7배에 달하는 수치인데요. 한국은 세계 3위 커피시장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커피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홈카페'가 됐습니다.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캡슐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용기에 분쇄 원두가 들어있는 캡슐커피를 머신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핸드드립이나 반자동 커피머신처럼 원두를 갈고 담거나 여러 도구를 갖출 필요도 없습니다. 또 커피를 내린 뒤 정리할 게 적어 캡슐커피는 쉽고 간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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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커피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가 2018년 처음으로 1천억 원을 넘긴 데 이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올해 약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년 사이 2배나 급격히 성장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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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매출을 살펴보면 2019년에 캡슐커피 매출이 원두커피를 역전했고, 지난해는 격차가 더 벌어져 2배를 넘어섰습니다. 이런 캡슐커피의 인기는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더한 이른바 '편리미엄' 소비로 풀이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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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커피는 홈카페에 편의를 더해주지만, 지구엔 환경오염 위험을 가중시킵니다. 다 쓴 캡슐커피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먼저, 캡슐커피의 '캡슐'이 문제입니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21개 캡슐커피 제품의 용기재질을 확인한 결과, 4개 상품은 알루미늄, 17개 제품은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등 플라스틱이 주된 재질로 이루어져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했는데요.
 
그러나 제품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드 부분을 분리하고 캡슐 내부에 남아있는 커피찌꺼기(이하 커피박)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밀봉된 탓에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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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캡슐을 재질에 맞게 분리배출하는 소비자가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헛수고가 되고 마는데요. 캡슐커피는 재활용의무대상 포장재 중 분리배출 표시 예외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애써 캡슐을 분리하고 커피박을 제거해서 버려도, 결국 일반쓰레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재질별 분리배출표시 기본도안. 한국환경공단 제공재질별 분리배출표시 기본도안. 한국환경공단 제공
"별 생각 없이 버린 게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다기에 아예 캡슐커피를 포기했죠."
 
평소 폐기물 방지 원칙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신귀선씨는 스테인레스 필터에 원두를 넣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십니다. 사실 신씨는 지난해 3월 캡슐커피 머신을 장만했다 7개월 만에 없앴는데요. 매일 두어 잔씩 캡슐커피를 마시면서 커피값은 많이 아꼈지만, 다 쓴 캡슐이 계속 쌓였습니다. 그는 지인이 캡슐을 분리배출하는 걸 보고서 따라하다 결국 그만뒀습니다. 제대로 재활용되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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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환경부가 출시한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서도 캡슐이 소량이거나 혼합 재질일 경우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라고 안내했습니다.
 
폐 커피 캡슐. 최유진 기자폐 커피 캡슐. 최유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카페, 배달음식 등 집에서 일회용품을 소비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0톤 이상 증가했는데요.
다양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폐기물 중에서도 캡슐은 매립지로 보내져 분해되는 데 150~200년 정도 걸립니다. 종이캡슐 커피 브랜드 'Halo'는 전 세계적으로 1분에 1만 3500개의 캡슐커피가 소비되고, 이 중 21%만 재활용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80%가량은 매립지와 바다로 나가는 걸 의미하는데요. 이렇게 재활용되지 않은 캡슐은 지구에 500년까지 남아있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커피박을 말려 냉장고 탈취제나 신발장 습기제거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신귀선씨 제공커피박을 말려 냉장고 탈취제나 신발장 습기제거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신귀선씨 제공
캡슐커피의 '커피'도 환경오염 위험을 키웁니다. 커피박은 땅속에서 분해될 때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소각할 때는 1톤당 이산화탄소 약 338kg가 나오는데요. 연간으로는 9만 2천 톤이 발생해 자동차 1만 1천 여 대가 뿜어내는 매연의 양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지난 2019년 약 10만 7천 톤가량 커피박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소각하며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약 5만 374톤으로, 소나무 7696그루가 사라진 셈이죠.
커피박은 재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커피찌꺼기 수거 체계확립을 통한 바이오 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보고서를 내놨고, 앞서 환경부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커피박을 재활용해 농가에 친환경 퇴비로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캡슐커피의 경우, '캡슐용기'도 '커피박'도 제대로 배출 및 수거되지 않아 재활용 가치를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캡슐커피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현재는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캡슐커피의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고자 커피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캡슐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커피박은 퇴비나 바이오연료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인데요.
그러나 국내에서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단 1개뿐인 상황입니다. 해당 소비자 2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이용해본 사람은 111명으로 약 38%에 불과했죠.
한국소비자원은 캡슐커피 판매 사업자에게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소비자 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분리배출 및 재활용이 쉽도록 캡슐용기 자체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홈카페족이 늘어나는 요즘, 무심코 버리는 캡슐커피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한 번 더 생각해볼 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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