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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1억인데…'어지럼증' 위로금이 45억?



경제 일반

    사람이 죽어도 1억인데…'어지럼증' 위로금이 45억?

    핵심요약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받은 돈 가운데 약 45억원이 산재위로금이라는 해명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어도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급여는 고작 1억여원 남짓, 사측의 과실이 100% 인정된 대형 참사가 벌어져도 전체 보상액은 수억원대에 그칩니다. 반면 산재로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수준의 증상에, 정작 곽 씨 본인은 산재 신청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사측이 앞장 서서 수십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주장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을 참담하게 만드는 엉터리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윤창원 기자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받은 거액의 돈은 '산재위로금'이라는 해명이 특혜 의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산재로 목숨까지 잃어도 고작 1억여원을 겨우 넘는 보상금만 유족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더욱 참담하게 하는 해명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곽 씨는 SNS를 통해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받은 50억원 가운데 성과급·퇴직금으로 5억원을 받았고, 나머지 금액은 6년 동안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느라 기침과 이명, 어지럼증 등이 발생해 '산재위로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 씨도 지난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면서 "개인 관련 정보라 말씀드리기 곤란한데, (곽 씨가)산재를 입었다"고 같은 주장을 펼쳤다. 화천대유는 모든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5억원을 일괄 지급했고, 곽씨의 경우 퇴직금 3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4억 7천만원이 산재위로금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곽씨가 묘사한 기침과 이명, 어지럼증 정도로는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도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비록 SNS에 게시된 글로는 곽씨가 얼마나 위중한가 알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산재 인정 사례에 비춰보면 매우 경미하고 업무 연관성도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는 곽상도 의원 페이스북을 통해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기곤 했다'며 퇴직하며 받은 거액의 돈이 산재위로금이라고 해명했다. 곽상도 의원 페이스북 캡처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는 곽상도 의원 페이스북을 통해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기곤 했다'며 퇴직하며 받은 거액의 돈이 산재위로금이라고 해명했다. 곽상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유성선병원 박승권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은 "예를 들어 암석을 깎아내는 공사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해 청력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직업성 난청에 시달려야 겨우 산재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산재 판정에는 업무와의 연관성도 매우 중요한데, 사무직 노동자가 단순히 이명이 들리는 정도로 산재 판정을 받은 사례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곽씨의 사례는 근로복지공단에 정식으로 산재보험급여를 청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가 산재 신청조차 하지 않아 산재 여부가 불확실한데도 사측이 먼저 나서서 위로금을 주는 것도 드문 일이다.

    우선 현행 산재보험 체계에는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위로금, 위자료 명목으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가 없다. 업무상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발생한 치료비에 대해 지급되는 요양급여나, 치료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보전하는 휴업급여, 치료 후에도 남는 장해에 대해 지급하는 장해급여 등은 모두 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지급된다.

    일반적인 산재보상으로 받을 수 없는 비급여 치료비 등을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따로 요구할 수도 있지만, 사업주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민사손해배상 소송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산재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영세한 사업장이거나, 정식으로 산재가 인정돼 사측이 겪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사업주가 '입막음' 조로 합의금을 주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사업주의 '순수한 호의'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범한 노동자는 산재로 목숨까지 잃어도 유족들에게 겨우 1억 남짓한 돈이 지급될 뿐인 현실을 고려하면 약 45억원의 산재위로금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다.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
    산재보험체계에서 이른바 위로금에 고용노동부의 산재보험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을 때 유족에게 지급된 보상급여인 유족보상 일시금은 평균 1억 798만원에 불과했다. 장례식 비용 명목으로 평균임금의 120일분을 지급하는 장의비가 지급된 경우에도 평균 1289만원이 지급됐다.

    간혹 명백한 사업주의 고의, 과실로 발생한 산재에 노동자가 숨져 손해배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특별급여 등을 합쳐도 보상금액은 수억원 대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판례를 살펴봐도 유족보상급여가 최대 2억여원인데, 이명이 들리는 정도를 놓고 엄청난 중대재해처럼 위로금 수십억원을 지급했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수준"이라며 "더구나 일반 노동자는 산재를 입증해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다, 숨진 노동자 본인의 생활비나 취업가능기간 중 이자분까지 공제하기 때문에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 회사 측 과실이 100% 인정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더라도 전체 보상액이 10억원도 넘지 않는다"라며 "사람이 죽어서 산재로 인정받아도 몇 억원이 지급되는데, 산재를 핑계로 수십억원을 줬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을 완전히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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