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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이토록 생기발랄한 창극이라니…'귀토'



공연/전시

    [노컷 리뷰]이토록 생기발랄한 창극이라니…'귀토'

    수궁가 재해석한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선보여
    지난 6일 막내려…이야기·소리·무대 삼박자 척척

    국립창극단 제공

     

    이토록 생기 넘치는 창극이라니.

    지난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내린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는 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작품이다. 재기발랄한 이야기와 에너지 넘치는 소리, 관객에게 열린 무대 등 삼박자가 어우러진다.

    '귀토'는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가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을 묘사한 삼재팔란(三災八亂) 대목을 중심으로 재창작했다. '수궁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토자'. 토자는, 육지에 간을 두고 왔다고 꾀를 내어 용궁을 탈출한 '토부'의 아들이다. 하지만 졸지에 천애 고아가 되어 절망에 빠지고, 시름 가득한 육지를 떠나 제 발로 용궁을 찾아간다.

    이야기는, 토자가 용궁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육지로 돌아온 후 예전의 터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방점을 찍는다. 토자는 해양 생물들도 용궁에서 팔란살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터.

    국립창극단 제공

     

    작품은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여기에서 희망을 찾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바람을 피하지 말고 그 속에서 흔들리며 춤추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귀토'는 '거북과 토끼'(龜兎)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이야기에 해학적 질감을 덧씌우는 고선웅 연출 특유의 기법이 빛을 발한다. 토자의 당찬 여자친구 '토녀' 등 원전에 없는 캐릭터를 추가하고, 오르페우스 신화 등을 녹여내 작품에 윤기를 더한다. 고 연출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유쾌하게 감상하면서 '지금 여기는 나한테 무엇인가' 자문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작품의 매력과 몰입도를 배가시킨 건 새단장한 해오름극장 무대였다. '귀토'는 3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친 해오름극장이 시범 운영 기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이태섭 디자이너(2021년 이해랑연극상 수상)가 디자인한 무대는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1500여 개의 각목을 촘촘히 이어붙여 무대 전체를 언덕으로 만드는가 하면, 무대 중앙에는 LED 스크린(가로 8m, 세로 8m)을 설치했다.

    아기자기한 안무는 또다른 볼거리다. 작품에는 토끼, 자라, 멧돼지, 여우, 주꾸미, 전기뱀장어 등 육지와 해양 생물이 다수 등장한다. 캐리커처처럼 각 동물의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안무로 표현했는데 볼 때마다 미소짓게 된다. 김준수(토자 역), 유태평양(자라 역), 민은경(토녀 역)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 역시 생기발랄하다.

    무대에 오른 출연진만 54명에 달했다. 소리꾼들은 신명나게 한판 놀았고, 관객들은 흥에 취해 연신 어깨를 들썩거렸다. 허공 속으로 흩어지는 소리 따라 세상 시름도 저만치 날라갔으면….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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