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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막 너머로 부르는 '어버이 은혜'…"또 올게" 눈물의 면회



사건/사고

    유리막 너머로 부르는 '어버이 은혜'…"또 올게" 눈물의 면회

    8일 '비접촉 면회' 진행한 요양병원·센터…사전예약제 운영
    "빨리 손 붙잡을 날 오길"…즉석에서 못 온 가족 영상통화도
    복지관은 1~2일 앞서 관련행사…카네이션 전달·무료공연 등

    8일 사전예약제로 '비접촉 면회'를 진행한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요양센터의 모습. 센터는 입실 전 발열점검 등을 실시한 후 면회시간을 15분, 입실인원 2명 등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임민정 수습기자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요양센터에서는 유리막을 사이에 둔 절절한 사모곡(思母曲)이 울려퍼졌다. '비(非)접촉 면회' 방침에 따라 몇 달 만에 마주한 부모님의 손을 직접 잡아드리거나 안아드릴 수 없었던 자녀들은 '어머니의 은혜'를 부르며 마음을 대신 전했다. 일부 면회객들은 유리문에 손바닥을 맞대고 바깥으로 들릴 정도로 울음을 쏟아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 9일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접촉 면회를 약 1년 만에 재개했지만,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많아 집단감염에 취약한 시설 특성상 대부분의 시설은 면회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다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직계가족 등에 한해 '사전예약제'로 가림막을 설치한 공간에서 비접촉 면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온 최율(34·남)씨는 "어버이날이고, 시간도 주말이다 보니 찾아뵙게 됐다. 자주 뵈면 좋을 것 같은데 매번 올 때마다 (면회시간이) 15분이라고 하니 아쉽지만, 방역정책이니 따라야 할 것 같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못 뵌지가 오래 되시고 두 분 다 연로하셔서 영상통화로나마 대화하게 해드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필요한 것 없으시냐. 다 보내드리겠다', '편찮으신 데는 없나', '식사는 잘 하시고 잠도 잘 주무시냐'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고 했다. 기약한 시간이 끝나가면서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외할아버지께 외할머니와 영상통화를 시켜드릴 때는 가림판에 빛이 반사된 화면이 잘 안 보여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들어보여야 했다.

    최씨의 외숙모와 삼촌은 면회시간을 3분 남겨두고 도착해 직원이 "얼른 들어가시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요양센터에 설치된 면회 대기실. 임민정 수습기자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입소한 92세 어머니를 만난 50대 자매는 애끓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윤모(58)씨는 "평소엔 안 그러시던 어머니가 오늘따라 유독 '짐을 다 싸놨다.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진정시키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짧은 면회가 끝난 뒤 통화도 이어졌다. "엄마, 속상해하지 말고 마음 편히 계셔. 시간 되면 차 끌고 모시러 올게. 입가 찢어진 건 약 계속 바르시고 과자는 어르신들이랑 나눠 드셔." 자매는 수화기 너머 '조심히 가거라'라는 목소리를 듣고야 걸음을 옮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모님'을 처음 뵈러 온 사위도 있었다. 아내, 자녀들과 센터를 방문한 김용범(48)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면회를 1번 하려고 시도했다 배정을 못 받았다. 이번에는 기회가 돼 15분 정도 어머님을 뵀다"며 "오늘 기운이 좀 없으셨는지 처음엔 눈을 못 맞추셔서 좀 아쉬웠는데 나중에는 막내처남과 눈도 마주치시고 기도도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5분을 반씩 나눠 다른 가족들과 '2교대'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식구들이 어머니를 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가족들은 1년 반 만에 만나는 '할머니'·'어머니'에게 "또 올게요"라는 인사를 남겼다.

    어버이날 면회를 미리 신청하지 못해 얼굴은 못 보고 가면서도 "간식거리라도 전하고 싶어 왔다"는 면회객도 눈에 띄었다.

    센터 입소자의 '조카며느리' 김모(65)씨는 "치매가 있으신 분이라 그동안 (잘) 못 봤으니 기억을 더 못하신다. 비대면으로 한 번 뵀는데 조카인 남편은 금방 알아보시지만 저는 가장 친한 조카며느리였는데도 모르시더라"며 "연세가 드신 분들이라 자주 봬도 시원찮은데 이렇게 긴 시간 못 뵈니 너무 안타깝다. 초코파이, 두유, 빵 등을 같이 계신 분들과 나눠드시라고 넉넉히 사왔다"고 말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면회하러 온 방모씨. 방씨는 병원 직원을 통해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김정록 수습기자

     

    서울 성북구 한 요양병원에서도 통유리로 된 칸막이를 사이에 둔 애틋한 면회가 이어졌다. 병원 측은 평소 평일에만 가능했던 '비접촉 면회'를 어버이날을 맞아 특별히 허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에는 이마저도 제한돼 음식과 선물만을 전달하고 돌아서야 했다.

    세 달 만에 아버지의 얼굴을 본 이모(52·남)씨는 "(백신) 접종을 했다면 손이라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사람이 (서로) 체온을 느껴야 (상태를) 알 수 있고, 마음도 느낄 수 있는데 얼굴만 (떨어져) 보다 보니 아쉽더라"며 "아버지 손 한 번 잡아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70대의 어머니를 면회한 직장인 방모(58·남)씨는 "(어머니를 뵌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코로나 이전에 뵙고 지금 처음 만나는 것"이라며 "면회실이 너무 단절돼 있더라. 서로 대화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겠는데 유리창을 가운데 놓고 양쪽에서 바라만 보고 거의 대화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닌데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린다. 큰 소리로 해야 들릴 정도니 일반적인 톤으로는 대화를 못 한다"며 "면회를 길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잠깐 하는 것도 너무 답답하더라"고 덧붙였다. 방씨는 병원 직원을 통해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전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서울 곳곳의 복지관들은 하루 이틀 앞당긴 어버이날 관련 행사로 어르신들을 위로했다. 현재 대다수의 복지관은 코로나19 이후 주말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어버이날 감사행사 '고맙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께 카네이션과 봉사단이 만든 수세미 등을 전달했다. 사회복지사들이 지원대상인 어르신들을 직접 방문해 옷가지·위보호제 등이 담긴 선물꾸러미를 전하는 한편 유튜브를 통해 복지관에서 진행된 '흥부와 놀부' 등 공연을 방송하기도 했다.

    행사에 모두 참여한 김영달(79)씨는 "올해로 팔순인데 금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오늘은 둘째아들이 온다고 해서 외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홀로 거주 중인 안애자(79)씨는 "다른 어르신들이 행사에 참석을 많이 못하셔서 서운했다"면서도 "예전에 알던 동화를 공연으로 새롭게 보게 돼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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