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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조일지 대표가 알려주는 여성 영화 OTT '퍼플레이'



영화

    [EN:터뷰]조일지 대표가 알려주는 여성 영화 OTT '퍼플레이'

    여성 영화 OTT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상>
    다양한 여성 영화를 보고 싶다

    퍼플레이 2.0 메인화면. 퍼플레이 제공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왓챠, 웨이브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전성시대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국내외 OTT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TV 시리즈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OTT 사이에서 '여성 영화'를 앞세워 독자적인 길을 구축한 것이 바로 여성 영화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다.

    2017년 법인으로 시작해 2019년 정식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한 퍼플레이는 현재 2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90%가 여성인데,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는 "적극적인 문화 소비층이자 사회 변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퍼플레이가 추구하는 길을 응원하는 것은 여성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여성 영화에 관심을 두는 남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거대 OTT와의 경쟁에 더해 아직은 여성 영화, 여성 감독을 향한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 산업 내에서 OTT와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만들어낸 퍼플레이가 가고자 하는 길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이에 우선 서면 인터뷰를 통해 조일지 대표에게 퍼플레이란 어떤 곳인지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여성 영화 OTT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퍼플레이 제공

     

    ◇ 다양한 여성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퍼플레이

    - 지난 3월 국내 OTT로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는데요. 퍼플레이가 OTT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사회적 기업으로서 가치가 어떤 면에서 부합된다고 보시나요?

    OTT와 사회적 기업은 어떻게 보면 잘 안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OTT는 '유통자' 친화적인 구조이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유통사가 성장하기 때문에 유통하는 입장에서는 대작, 더 재미있는 작품, 자극적인 시리즈 등을 선보이게 되죠.

    하지만 퍼플레이는 창작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돌려주고 그걸 기반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제 본격적인 발걸음을 뗀 만큼 여성 영화를 통해 사회문제도 해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 어떻게 '퍼플레이'라는 '여성 영화' '여성 감독'의 공간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시작은 소박하고 단순했습니다. 여성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지인에게 추천해줬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갈증 때문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6년 비슷한 생각을 가진 페미니스트 친구 6명이 모여서 여성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구상을 진행했습니다. 빤한 여성 캐릭터와 스토리, 남성 중심의 비슷비슷한 영화가 판치는 영화 시장에서 '내가 보고 싶은 다양한 여성 영화를 원하는 때에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퍼플레이가 탄생한 것이죠. 2017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으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 '여성 영화'라는 타이틀을 단 퍼플레이가 생겨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지닌 모든 것이 그러하듯 선입견과 유리천장의 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여성'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선입견으로 어려움도 많죠. 기자님이 예상하시는 바와 비슷합니다. 지금도 이 인터뷰가 나오면 기사 댓글에 악플이 달릴 거예요.(웃음) 그래도 늘 응원해주시는 감독님들을 비롯한 영화관계자들, 관객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사업 초기, 감독님들과 계약 서류를 우편으로 주고받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등기를 받아 봉투를 열었는데 서류와 함께 감독님의 편지가 있었어요. 응원할 테니 힘내라는 내용이었는데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여성 영화제 부스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퍼플레이를 알리기 위해 많이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시고 커피도 사서 직접 갖다 주셨어요. 얼마 전에도 퍼플레이 팬이라는 한 작가님이 막 출간된 본인의 신간 책에 자필 사인과 응원 문구를 써서 보내주기도 하셨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항상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지지하시는 분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 그렇게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퍼플레이 제공

     

    ◇ 콘텐츠 속 담긴 퍼플레이의 철학

    - 퍼플레이에서 독점 콘텐츠 확보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여성 영화제나 인권영화제, 독립영화제, 단편영화제 출품작이나 독립영화배급사의 추천을 받기도 하고 저희 쪽으로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시는 감독님들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방면에서 저희 서비스와 가치가 맞는 영화들을 발굴해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성 감독 작품만 서비스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 감독이 만들었어도 성인지 감수성이나 성평등적 시각이 부족할 수도 있고 남성 감독이라도 성평등 영화일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합니다. 현재 서비스작 중 90% 이상은 여성 감독 작품입니다.


    - 최근 '성평등&다양성' 카테고리를 만들고, 영화 큐레이션도 기존보다 더 세분화했더군요.

    1.0 버전의 사용성은 유지하되 고객들의 시청 데이터 분석과 의견을 반영, 편리성을 강화하고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 가치 확산'이라는 기업 미션에 걸맞게 2.0으로 시스템을 개편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 왓챠 등 다른 OTT에는 없는 '성평등&다양성'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영화에 벡델 테스트, F등급, 퀴어 등 아이콘을 부여해 차별화했습니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의 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이며 F등급은 감독, 캐릭터 등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를 가리키는 지표예요. 이 밖에 영화인 DB 정보도 한층 업그레이드해 감독, 배우 등 국내외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영화인의 정보를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퍼플레이는 사회적 기업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꿈을 가진 기업입니다. 퍼플레이만의 큐레이션으로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한 문화 확산'이라는 기업 미션을 실현하고 싶은 의지를 담았습니다.


    퍼플레이 성평등&다양성 카테고리. 화면캡처

     

    ◇ 결제부터 수익 배분까지…'여성'과 '영화', '관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 퍼플레이는 건별 결제 시스템으로 시작해 지금은 퍼니 시스템(충전 후 차감하는 전용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결제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영화를 보는 방식은 개봉하면 극장에 가고 그다음 단계는 IPTV, 온라인 사이트 이런 순서죠. 모든 건 장편 영화 기준이에요. 여성 감독의 장편 진출 비중은 너무 적고, 대부분 단편이죠. 단편 작품에 '돈을 지불해서 본다'는 개념이 저희도 처음엔 낯설었어요.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보기 위해 결제를 하는 경험은 많지 않으실 거예요.

    사실 구독형 OTT 서비스는 유통자 친화적인 구조로,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창작자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유통사만 성장하죠. 그리고 어떤 콘텐츠가 잘 팔리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오직 플랫폼사만 정보를 알아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는 퍼플레이의 가치 지향과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 영화가 주력인 퍼플레이는 기존 OTT와는 목표와 목적 자체가 달라서 건별 결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필요할 때 필요한 콘텐츠만 결제하는 방식'이 장점이기도 하고요. 일반극장에서 보기 힘든, 내가 보고 싶은 주제에 맞게 큐레이션 된 영화를 감상하는, 즉 오프라인 영화제 참여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퍼플레이만의 매력입니다.


    - 플랫폼을 막론하고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인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가 중요한데요. 퍼플레이는 현재 창작자와 수익 분배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퍼플레이는 창작자에게 70%의 수익을 돌려줍니다. 퍼플레이는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와 여성 감독의 재능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는 곳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여성 창작자들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 감독, 여성 창작자가 많아야 여성 서사도 더 많이 나오고 여성 배우도 더 많이 나옵니다.

    또한 '다양성' 측면에서 외연과 내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수익의 70%를 돌려주고 성평등 문화를 나눈다는 취지에 영화계 종사자와 관객들이 많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퍼플레이는 진짜 돈을 많이 벌어서 여성 감독이 다음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곧 수익이 되고, 그게 다시 여성 영화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계속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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