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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출금' 재판 시작, 공수처-검찰 누가 웃을까



법조

    '김학의 불법출금' 재판 시작, 공수처-검찰 누가 웃을까

    두 기관 '사건 이첩권' 놓고 갈등 폭발…3가지 시나리오 가능
    ①본안판단 들어가면 '검찰 판정승'
    ②유보부 이첩 인정하는 공소기각이면 '공수처 판정승'
    ③사건 이첩 자체 무효로 보는 공소기각이면 공수처에 '악영향'

    박종민·황진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현직 검사 사건의 기소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법원의 첫 재판이 7일 시작된다. 공수처의 재이첩 요구를 무시하고 검찰이 기소한 첫 사례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공수처와 검찰의 힘겨루기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이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을 둘러싼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로, 피고인에게는 출석 의무가 없다.

    차 본부장은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177차례 김 전 차관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가 있다.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 검사는 당시 성 접대와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김 전 차관이 심야 출국을 시도하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과거 사건의 사건번호로 작성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해 출국을 막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사 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조치를 승인한 혐의를 받는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한형 기자

     

    이 사건은 혐의 자체에 대한 공방만큼이나 '사건 이첩권' 때문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보내며 "수사 후에 다시 송치해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른바 '유보부 이첩'으로, 기소하기 전에 다시 사건을 넘겨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직접 기소하면서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은 커졌다. 피고인들도 이 과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예고한 상태다. 이규원 검사는 검찰이 공수처의 재이첩 요구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것은 위헌이라며 지난달 1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같은 논란의 '유보부 이첩'이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에 그대로 담긴 채 지난 4일 관보에 게재되자 두 기관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대검은 즉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 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고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는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 의무를 부여한 게 아니라 공수처 내부의 지침으로 수사가 끝나면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면서 "법원의 결정 등에 따라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검사 사건에서 공수처가 검찰보다 우선적으로 수사와 공소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국회 질의에 "담당 재판부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황진환 기자

     

    법원이 검찰의 기소를 받아들여 정식 재판 절차에 착수하기만 해도 '검찰의 판정승'이라는 시각이 있다. '사건을 이첩하면 더 이상 공수처가 아닌 검찰의 사건'이라는 대검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소기각'을 곧바로 '공수처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법원이 '검사 관련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우선적인 수사·기소권을 가진다'는 공수처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 진행을 하지 않는다면 공수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이 공수처의 '검사 사건 이첩권' 자체를 무효라고 판단해 공소를 기각하는 경우다. 공수처법은 검찰이 연루된 사건은 일단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원이 이 조항을 "검찰은 검찰청 소속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경우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에 아예 넘길 수 없게 된다. '수사는 검찰이, 공수처는 기소여부만 판단'이라는 기본구상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소기각 판결이 났을 경우에는 어느 대목에서 어떤 부분을 무효로 봤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공수처가 수사할 범죄를 수사권 없는 검찰로 넘기는 '이송' 자체를 법률 행위상 무효라고 공소를 기각할 경우에는 법리판단을 잘못한 오점이 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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