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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괴테 '파우스트'가 재밌다니…파우스트 엔딩



공연/전시

    [노컷 리뷰]괴테 '파우스트'가 재밌다니…파우스트 엔딩

    연극 파우스트 엔딩 명동예술극장서 3월 28일까지

    국립극단 제공

     

    괴테의 '파우스트'(1831)가 이렇게 재밌다니.

    국립극단 신작 연극 '파우스트 엔딩'은 '고전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주는 공연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가 방대한 원작을 110분 분량으로 압축했는데, 동시대에 맞게 재창작한 덕분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연극의 제목처럼 파우스트 엔딩은 '엔딩'에 방점이 찍힌다.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신에게 구원받는 원작과 달리, 파우스트는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간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원작에서 파우스트의 구원을 정당화하는 문장이다. 바뀐 결말은 이에 대한 정면 반박임과 동시에 인간의 욕망으로 정말 세상이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젠더 프리 캐스팅도 눈에 띈다. 배우 겸 국악인 김성녀가 남성 배우의 전유물 이었던 파우스트를 연기했다. 원작에서는 늙은 남성인 파우스트가 어린 여성 '그레첸'과 사랑에 빠진다. 반면 연극에서는 여성 파우스트와 임산부인 그레첸과의 인간적인 교감을 강조해 달라진 동시대 관객의 젠더 감수성 눈높이에 맞추려 했다.

    파우스트 엔딩은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과 이로 인한 파멸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한다. 법, 의학, 예술, 종교 등 각 분야에서 더 강력한 힘을 갖기 위해 다투는 학생들의 공간이자 파우스트가 유토피아를 꿈꾸며 인간 개조를 시도하는 곳으로 꾸며진 무대가 이러한 시선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퍼펫'(인형)의 존재 또한 두드러진다. 저승사자를 형상화한 '들개'부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을 상징하는'호문쿨루스'까지 괴기한 모습의 인형은 연극의 디스토피아적인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국립극단 제공

     

    호문쿨루스는 '철인붓다'의 복제인간, '됴화만발'의 검객 케이,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등 조광화가 전작에서 창조한 인조인간 모티프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다. 이들의 불완전한 모습은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을 깨닫게 한다. 인형은 퍼펫 디자이너 문수호가 디자인했다.

    인형은 배우 한 명이 앞쪽, 다른 한 명이 뒤쪽을 들고 직접 조종한다. 덕분에 작품의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이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또한 배우들의 활기찬 노래와 군무가 연극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번 작품은 국립극단이 24년 만에 공연하는 파우스트 이야기다. 국립극단이 2020년 창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준비했다. 당초 지난해 4월 무대에 올리려 했지만 김성녀의 어깨 골절과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연기했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국립극단과 동갑내기인 김성녀의 열연은 물론이고 인간을 유혹해 영혼을 담보로 거래하는 악마 '메피스토' 역 박완규의 연기가 압권이다. 진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살기 위해 의미를 붙잡았으나 붙잡느라 움켜쥔 것은 무엇일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 위 영상에 새겨진 문구다. 명동예술극장에서 3월 28일까지.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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