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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③]코로나와 싸우는 사람들…대전시 역학조사관



대전

    [신년기획③]코로나와 싸우는 사람들…대전시 역학조사관

    글 싣는 순서
    ①코로나19로 바뀐 일상…그래도 희망을
    ②자영업 붕괴…일터 잃은 '알바 노동자'들 연쇄 위기
    ③코로나와 싸우는 사람들…대전시 역학조사관
    (계속)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비대면은 일상이 됐고 마스크는 필수가 됐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기도 했고, 연대와 나눔 속에서 희망을 품기도 했다.

    새해 전망은 암울하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릴지 모를 일이다. 거꾸로 우리 앞에 어떤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전환 시대 갈림길, 2021년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대전CBS는 질병의 역습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사각지대 실태를 짚어보고 보다 더 나은 시대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제가 나가는 곳은 주로 큰 케이스들이죠. 상황이 너무 나쁘지 않기를 바라며 출동합니다."

    대전시청에서 근무하는 역학조사관은 취재진이 찾은 날도 어김없이 현장에 출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KF 마스크를 끼고 역학조사서를 든 감염병관리과 곽명신(32) 역학조사관은 조사반원과 함께 조리원 종사자가 확진된 A 중학교와 학생 확진자가 나온 B 고등학교로 출발했다.

    곽 조사관이 나가는 현장은 검사량이 많거나 다중이용시설이라 위험성이 높은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는 현장으로 이동하며 감염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고, 검사 범위를 고민했다. 2주간 격리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뺏는 것인 만큼 범위를 잡는 것에 늘 신중을 기한다고 그는 말했다.

    대전시 감염병관리과 역학조사반이 역학조사를 위해 확진자가 발생한 모 학교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 김미성 기자

     

    이동 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접촉자나 검사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 등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오늘은 감염원이 명확한 경우라 조금 나은 상황이죠. 감염원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럴 때 조사가 훨씬 더 어렵죠."

    현장에 도착한 곽 조사관은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회의를 한 뒤 확진자의 동선을 직접 둘러봤다. 급식실과 교실 등을 가본 곽 조사관은 검사 범위를 1학년 전체로 정했다. 조리원 종사자가 1학년 전체에 배식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를 위해 또다른 학교에 간 대전시 감염병관리과 역학조사반. 김미성 기자

     

    현장에서 곽 조사관의 중요한 역할은 접촉자를 분류하고, 검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심층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는 "대전에서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검사량은 약 1천 명 정도라 이 숫자 안에서 검사량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검사를 더 해달라는 민원도 이어진다고 그는 전했다.

    ◇매일 저녁 10시까지 일하지만…1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곽 조사관의 일상은 검체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져 있다. 오전 검체는 5시, 오후 검체는 10~11시 사이 총 2번의 검체 결과가 나오는데, 곽 조사관은 이때를 기준으로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간다.

    우선, 환자의 최초 진술을 통해 1~2주가량의 동선을 적는다. 이 과정만 한 사람당 최소 2~3시간이 소요된다. 확진자들의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동선을 찾아내고 빠진 부분은 없는지, 접촉자는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밤사이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튿날 아침에는 동선을 토대로 현장에 나간다. 현장에서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당시 상황을 확인한다. 업주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듣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동선이 나오면 역학조사반에서 일일이 파악에 나선다. 이후 또다시 접촉자를 분류해 검사에 들어가고, 검사 대상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밤새 심층 조사를 한 뒤 이튿날 아침 출동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 과정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도 숨 돌릴 틈은 없다. 곽 조사관은 현장 역학조사에 나선 동료들의 문의 전화를 받거나 GPS를 확인해 중요한 동선을 파악하곤 한다. 최근엔 BTJ 열방센터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곽 조사관의 주요 임무였다.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거짓말하고 명단 누락…고충·격무 역학조사반 '번아웃'

    코로나와의 사투 1년, 곽 조사관에게 잊을 수 없는 현장은 어디일까. 그는 대전에서 최초로 시작된 방문판매발(發) 집단전파를 꼽았다.

    "그동안 역학 조사해온 사람들과는 아주 달랐어요. 동선을 숨기고, 접촉자를 빠뜨렸죠. 매우 폐쇄적이었습니다."

    그들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자신을 감추며 감염병 사태를 더욱 키웠다. 그사이 발견되지 않은 환자는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곽 조사관은 "그들은 방역당국에 말해주지 않는 게 자신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며 "일부러 누군가를 누락시킨 뒤 명단을 준 경우도 있었는데 명단에 빠져있던 환자 한 분이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면서 결국 돌아가셨다"며 고개를 저었다.

    감염병 사태는 해를 넘기며 이어졌다. 그는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도 번아웃이 됐다"며 "밤낮, 새벽 없이 일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지쳐버렸다"고 토로했다.

    역학조사반을 이끌고 관리해야 하는 것도 그의 임무인 만큼, 동료들의 컨디션에 대한 고민도 깊다. 한여름에는 더위와 이제는 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역학조사반. "확진자가 다녀간 뒤 소독도 안 된 현장에 들어가서 누가 환경 검체를 채취하고 싶겠나"라며 "말하지 않아도 동료들의 힘듦이 다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함께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며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이 일을 하겠나"라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신축년, 일상을 되찾는 한 해가 되길

    지난해 2월 결혼한 뒤 주말 부부 생활을 하며 아내를 10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곽 조사관.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3일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시청 근처에 방까지 얻어가며 밤낮, 새벽 없이 일해온 그에게 올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는 "올해는 작년보다는 나을 거라는 믿음, 백신이 나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더 버티자, 조금만 더 힘내자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건강과 감염병 차단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보람도 크다고 그는 전했다.

    곽 조사관은 새해를 맞아 시민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작년 한 해 대전시민들의 도움으로 대전시 방역당국이 이렇게 버텨올 수 있었다"며 "올 한해는 조금 더 희망찬 한 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금만 더 힘내주시고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함께한 동료들에게도 "지난해 너무 고생 많았다"며 "남은 기간에도 감염병 차단을 위해, 대전시민을 위해 함께 열심히 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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