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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결혼이 바꾼 건…" 김정은 3년 공백 깬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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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결혼이 바꾼 건…" 김정은 3년 공백 깬 '성장통'

    부부잔혹극 '나의 위험한 아내'로 복귀…몰입도 높은 연기 선보여
    "아내들 희생 높게 평가 못받는 현실 속 사이다 메시지 좋아"
    "치열하게 30대 보냈는데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져"
    "모순적인 결혼 제도, 지킬 수 있다면 더 값어치 있다"
    "너무 간절한 마음은 욕심…내 자신 괴롭히고 싶지 않아"

    배우 김정은. 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남편들, 평범한 주부를 얕보지 마라."

    배우 김정은이 3년 만에 사이다 같은 MBN 부부 잔혹극 '나의 위험한 아내'로 돌아왔다. 휘몰아치는 극의 중심을 굳건히 잡는 그의 연기는 공백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김정은이 연기에 갈급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7개월 동안 김정은이 연기한 심재경은 이 시대 '아내'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결집된 인물이다. 현모양처일 것만 같았던 심재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면밀하게 복수를 설계해 '사이다' 반전을 안겼다. 어쩌면 이 자체는 판타지일 수도 있지만 의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결말은 과정과 달리 다소 현실적이었다.

    '같은 아내 입장에서 통쾌했다'는 김정은은 실제로 배우인 동시에 결혼 5년차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홍콩 생활과 김정은의 연기, 그리고 속마음을 들어봤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김정은의 일문일답 인터뷰.

    ▷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종영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데 소감은
     
    -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아와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작품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허무감? 혼자만 느끼는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은 좀 있다. 물론 안 그런 척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처음에 걱정도 많았고 긴장도 했었다. 다행히 감독님, 작가님, 같이 했던 배우들, 편집실까지 다양한 도움을 주셔서 빨리 캐릭터에 적응할 수 있었고, 나중엔 내가 언제 쉬었었나 할 정도로 신나서 연기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악조건(코로나19와 긴 장마)을 견뎌가며, 마음 졸여가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잘 견뎌준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께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 '나의 위험한 아내'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심재경이 결국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여성 캐릭터를 정말 만나기 쉽지 않다. 겉으로는 매우 평범하고 약해 보이는 현모양처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반전과 희열이 큰 쾌감을 줬다. 판타지로서의 반전과 복수들이 늘 약자로만 그려지는, 같은 아내의 입장에서 통쾌하게 느껴졌었다.

    현실에서 우리 아내들이 얼마나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나. 하지만 그 희생을 그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현실에 심재경 같은 인물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남편들! 평범한 주부를 얕보지 마라' 이런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

    배우 김정은. 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 감정 소모가 상당한 캐릭터이고, 책임감이 막중해 힘든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 솔직히 연기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부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내가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가장 힘든 부분은 늘 연기 외의 것들이다. 촬영 현장도 작은 사회, 일종의 직장이나 마찬가지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황과 인간관계가 있고, 난 그걸 지켜내고 이끌어가는 입장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까지도 그 관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

    인내와 이해, 배려가 필요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존재하고, 난 그 드라마의 대표 얼굴로서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게 꼴보기 싫어서 '차라리 놀러나 다니지!'라는 생각도 한 적도 있는데, 물론 좋은 대본을 읽게 되면 또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그런 생각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긴 한다. (웃음) 또 내게 힘과 위로, 응원을 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될 때 결과물이 더 값지게 느껴지고 감동을 느낀다.

    ▷ 코로나19 시국인데 현재 홍콩에 있는 가족들은 어떤 상황인가. 간만에 배우 김정은으로 활약하는 이번 드라마를 보고 남편 등 가족들이 해준 코멘트도 궁금하다
     
    - 물론 열혈 시청자로서 매우 응원하고 지지하고 환호해줬다. 처음에는 좀 놀란 눈치였다. 이렇게 디테일할지 몰랐다며 왜 넷플릭스에 안 팔았냐고 난리였다. 내가 파는 것도 아닌데. (웃음) 남편은 어느덧 배우 남편 5년차라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모니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꽤 예리하게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반전이 있었던 몇몇 장면들은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시댁 식구들도 미국에서 열혈 시청자였다.

    배우 김정은. 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 반전이 계속 드러나는 양파같은 캐릭터였다. 심재경의 어떤 부분이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나
     
    - 실제로 내가 하는 아주 작은 일은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덜 깨도 아침 출근할 때는 꼭 같이 아침 먹고 남편을 배웅한다. 그리고 신랑이 사람들을 좋아해서 사람들을 집에 초대할 때가 많은데, 나도 그런 성향이라 언제든 환영이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느라 뜸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리 신랑의 매력은 연애 할 때는 정말 같이 놀기 재미있고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었고 결혼하고 나니 너무 다정하고 자상한 면이 많다. 팔불출이라고 하시겠지만, 내 눈에만 보이는 매력이 많다.

    ▷ 3년이니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휴식기였다. 아무래도 결혼하게 되면서 생활이 바뀌고 그러면서 연기 활동에도 변화가 생긴 듯하다

    -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잘 지내고 있었다. 복귀가 늦어진 이유가 특별하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삶이 싱글일 때와 달라진 건 사실이다. 결혼 전에는 정말 '나'만 생각하면 됐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는 그냥 내가 연기하는 그 캐릭터로서의 삶 외에 개인적으로 따로 신경써야 할 사람도, 상황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내 인생, 내 작품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일과 삶을 존중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 작품을 쉬다 보니,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열정적인 배우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 저렇게 못할 것 같다'라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자신도 없어서 이런저런 핑계 대며 놀고만 싶었다. 정말 배우로서 치열하게 30대를 보냈던 날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러던 중에 '나의 위험한 아내'는 내게 열정과 자신감을 다시 지펴준 작품이다. 매우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배우 김정은. 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제공

     

    ▷ 부부 관계를 상당히 내밀하게 다룬 드라마였다. 실제 결혼 생활 경험을 통해 이해가 쉬웠을까. 또 이 드라마를 통해 부부 사이란 무엇인지 생각도 해봤을 듯 한데
     
    - 만약 내가 결혼을 안했다면 재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도 결혼 5년 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인간의 점점 늘어나는 수명을 고려했을 때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라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가슴 뛰는 설렘은 오래 지속되는 힘이 없고 점점 다른 형태의 감정들이 부부 사이에 존재하게 된다. 그것이 의리든 존경이든 동지애든….
     
    수많은 인간관계 중 가장 은밀하고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렵고 깨지기 쉬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만큼 지키고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에 지켜냈을 때 더 큰 값어치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요즘같이 쉽게 이혼하는 시대에, 결혼이라는 약속을 서로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미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기혼자로서 많이 든다. '뛰는 남편 위에 나는 아내가 있다'는 우리 드라마의 결말에 주부들, 여자들이라면 사이다 같은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 배우로 오래 활동하면서 마냥 좋은 날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슬럼프가 왔었던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나 방법은 무엇이었을지
     
    - 어느 순간부터 너무 간절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연기, 작품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과 같이 좋은 대본과 캐릭터를 만나게 되고 하게 되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지만, 무언가 문제가 생기거나, 내 맘에 흡족해지지 않거나 혹은 상처받을 일이 생기거나 해도 '아니면 말고'라고 쿨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타협이란 걸 해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고, 내 자신을 괴롭히고 싶지도 않다. 때로는 연기에 있어서 너무 간절한 마음이 욕심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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