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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그들은 왜 '조두순 자경단'을 자처했나



사회 일반

    [딥뉴스]그들은 왜 '조두순 자경단'을 자처했나

    '조두순 자경단'으로 나선 유튜버들 탓에 주민 피해 심각
    전문가 "전형적인 분노 여론을 악용한 조회수 장사"란 지적
    선정적 콘텐츠 침묵·방조한 유튜브 탓도 있어
    여성계 "조두순에 대한 사회적 관심, 수많은 성폭력 가해자로 이어져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탑승한 관용차량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오던 중 일부 시민과 유튜버 등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두순 출소에 대한 분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튜버들이 '조두순 자경단'을 자처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공분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셈인데, 그 이면에는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묵인과 방조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2일 조두순(68)이 출소한 이후 다수의 유튜버들이 그의 거주지 일대에 몰리고 있다. 범죄행위에 비해 낮은 형량을 받은 만큼 자신들이 직접 응징에 나서겠다는 것. 유튜브에는 '조두순 참교육', '조두순 집에 돌 던지기' 등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주민들이다. 욕설, 고성방가로 소음 문제를 겪는 건 물론이고 주차·교통 문제, 쓰레기 투기, 건물 침입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영상물 대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탓에 주민 초상권 침해, 동네 주소 노출 등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조두순이 출소한 날부터 14일까지 112에 접수된 소음 민원 등 신고는 총 98건에 달했다.

    조두순이 사는 동 자치위원회 심종성 위원장은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개인방송의 인기를 좀 올리려고, 저희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개인방송을 많이 한다"며 "인근 건물 옥상에 무단으로 올라가서 촬영을 하는, 이런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주민들이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도 격상된 현실에,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원의 유입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스크가 턱 밑으로 내려오고, 거기에서 침을 뱉으시는 분도 있다"며 "유튜버들의 촬영 자제와 시민정신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 캡처)

     

    ◇전형적인 조회수 장사…"조두순 자경단에 확신 준 건 유튜브"

    그렇다면 이들은 왜 '조두순 자경단'을 자처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분노 여론을 악용한 조회수 장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형적인 코인팔이"라며 "아무리 허접한 콘텐츠라도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추천을 해준다. 그러면 누군가는 클릭할 것이고 그 클릭이 돈으로 이어진다"며 "유튜브가 조두순 관련 영상에 광고를 제한하는 노란딱지를 붙이기 전까진 유튜버들의 기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튜브의 '슈퍼챗' 기능을 문제 삼았다. 구글이 2017년 도입한 슈퍼챗은 시청자들이 생방송을 보면서 후원금 성격으로 유튜버에 직접 돈을 보내는 서비스다.

    이 기능은 유튜브가 광고주들이 꺼리는 콘텐츠에 '노란딱지'를 붙이는 정책을 강화하며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유튜버들이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슈퍼챗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 평론가는 "이른바 조두순 자경단은 현장에 나가 '자신이 이렇게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동조하는 시청자들로부터 슈퍼챗을 받기 위해서"라며 "사실 플랫폼이 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다. 유튜버들이 슈퍼챗을 받은 만큼 돈을 나눠가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는 유튜버도 잘못이지만, 이를 방조하는 플랫폼사에도 잘못이 있다. 그들에게 잘못된 콘텐츠를 만들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이 12일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여성계 "조두순에 대한 사회적 관심, 수많은 성폭력 가해자로 이어져야"

    여성계에선 조두순 한 명만을 분노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대신 이제는 구조적 변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제 우리는 조두순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성폭력 가해자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조두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제대로 수사조차 되고 있지 않은 수많은 성폭력 사건으로 이어져야 한다. 법적 처벌 근거가 없어 사건화조차 되지 못하는 숱한 성적침해의 문제로 확장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산인권센터도 "조두순 출소로 인해 성범죄 대안과 해법이 다시 한 번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면서 "사법부는 성범죄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고,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범죄의 근본적 원인을 다룰 수 있는 정책,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에 기대어 강력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안산시는 15일 유튜브 측에 공문을 보내 조두순 근황과 집 주변 상황, 조두순 응징에 관한 영상물을 삭제하고 관련 영상물의 송출 금지 등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화섭 안산시장은 "유튜버의 경쟁 방송으로 주민들 고통이 심각하다"며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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