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작해 'NC 집행검'으로 끝났다

2020 대한민국 프로야구 총정리

2020 한국 프로야구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도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까지 무사히 마무리했다. 사상 처음으로 시범 경기가 취소되고 한 달 반 정도나 뒤늦게 무관중으로 시즌이 시작됐지만 일정은 모두 소화했다.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를 돌아본다.
1월 : 우한 폐렴 바이러스 발생
정세균 국무총리가 1월 2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응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중국 우한에서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우한을 다녀온 사람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두 명 확진자가 나오던 수준으로 위기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프로야구 판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1월 말 KBO 10개 구단은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SK 와이번스, NC 다이노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 대부분 구단은 미국행을 택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는 호주로 향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대만, 삼성 라이온즈는 일본을 택했다.
2월 : 국내를 뒤덮은 코로나19
우한시에서 31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한 교민 중 감염증 의심증상을 보인 일부 교민이 서울 동대문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판 폐렴은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명칭이 통일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조금씩 증가하던 중 갑작스레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종교 활동으로 집단 전파가 이뤄졌다. 순식간에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고 수천 명이 조사를 받았다. 신천지 집단 감염은 전국으로 퍼졌다.
KBO 리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장 다음 달 시범경기와 개막전을 앞두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구 시도 KBO에 리그 연기를 요청했다. 7월에 열릴 2020 도쿄올림픽 연기와 취소도 언급됐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3월 : 2020 KBO 리그 개막전 4월로 연기
3월 16일 관중석이 텅 빈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의 자체 청백전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O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관련 KBO 리그 정규 시즌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결국 이사회는 3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리그 개막을 4월로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3월 시범경기 일정은 전면 취소됐다. 27일 개막 예정이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연기됐다.
시즌 개막 날짜를 4월 20일로 확정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4월 7일부터는 구단 간 연습 경기를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단 모든 팀이 숙박 없이 당일치기로 경기를 해야 하는 만큼 인근 구단끼리 연습 경기로 편성됐다.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되고 TV와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3월 말 KBO는 코로나19와 새 학기 시작 등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구단 간 평가전과 정규시즌 개막일을 재차 연기했다. KBO 구단은 자체 청백전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4월 : KBO 리그 개막 일정 확정
4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무관중 연습경기에서 심판이 위생장갑을 착용한 채 볼을 건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0개 구단의 평가전 일정이 확정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팀 간 평가전이 열리는 일정이었다.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정책으로 프로야구 개막 일정 논의도 시작됐다.
21일, KBO는 드디어 시즌 개막 스케줄을 최종 확정했다. 5월 5일 어린이날 2020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일정.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기존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게 됐다.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그 사이 부족한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올스타전은 취소됐고 포스트시즌 일정은 11월에 시작하게 됐다. 부족한 경기는 더블 헤더나 월요일 경기로 편성됐다.
5월 : 한국 야구, ESPN 타고 미국으로
5월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프로야구 개막경기 LG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마침내 5월 5일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렸다. 한화와 SK는 문학, 두산과 LG는 잠실, NC와 삼성은 대구, KT와 롯데는 수원, 키움과 KIA는 광주에서 첫 경기를 시작했다.
KBO 리그 개막은 국내 이슈를 넘어섰다. SK와 한화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에는 AP통신, AFP통신, 로이터통신, 알자지라, 니혼TV 등 10개 이상의 해외 매체가 취재를 신청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스포츠가 멈춘 가운데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KBO 리그를 미국에 생중계했다. 해외 팬들은 KBO 리그에 대해 궁금해 했고 해외 언론사는 KBO 리그 구단의 정보와 선수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모든 것은 모범적인 방역 대책과 이를 따라준 국민들, 그리고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첫 한 달. 상위팀과 하위 팀이 나뉘었다. NC는 13일부터 1위로 올라섰고 LG가 2위로 추격했다. SK는 6일 한화전 이후 10연패로 리그 최하위를 달렸다. SK는 20일 키움 원정에서 연패 탈출을 끊을 수 있었다. 성적 부진으로 미소를 잃었던 SK 염경엽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강정호의 징계 소식도 있었다. KBO 상벌위는 국내 리그 복귀를 희망하는 강정호에게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 활동 300시간 이행 징계를 내렸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방출돼 키움 복귀를 노렸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이번 결정은 잘못에는 예외가 없다는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6월 : 쓰러진 SK 염경엽 감독과 18연패 한화
경기 중 쓰러져 구급차로 이송된는 염경엽 감독 (사진=노컷뉴스)

 

지난달 10연패에서 탈출한 SK는 9위로 올라섰지만 다시 연패 늪에 빠졌다. 7연패 후 홈에서 맞이한 두산과 더블헤더. SK 염경엽 감독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실신했고 구급차로 이송돼 병원으로 향했다. 박경완 수석코치의 감독대행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SK는 더블헤더 첫 경기를 내주고 8연패를 떠안았다.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서 SK는 선발 문승원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팀 타선의 활약으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SK 구단은 염 감독의 병원 진단 결과 수면과 식사량이 평소 충분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바로 복귀가 어렵다고 전했다. SK는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SK에 이어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팀은 한화였다. 한화는 5월 23일 NC전 패배부터 18연패로 추락했고 리그 꼴찌로 내려앉았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팀의 14연패 직후 감독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극심한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한화는 최원호 퓨처스리그(2군) 감독을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최 감독 대행이 왔지만 연패는 잡히지 않았다. 한화는 역대 KBO 리그 최다 연패 기록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와 타이를 이뤘다. 한화는 간신히 SK의 10연패를 끊어준 두산을 상대로 7 대 6으로 승리해 신기록의 불명예는 피했다.
7월 : 반갑다 관중아!
7월 26일 프로야구 관중 입장 첫 날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을 찾은 야구팬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드디어 프로야구 경기장에 관중이 들어왔다. KBO 리그는 정부의 완화된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26일부터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야구 직관을 바라던 팬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었다. 모든 관중은 입장할 때부터 야구장 내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고 동반인이라도 1칸 이상 좌석 간 간격을 두고 앉게 됐다. 야구장의 기쁨인 관람석 음식물 취식은 경기장 내에서 금지됐고 간단한 음료와 물 정도만 허용됐다. 함성이나 응원도 제한됐지만 야구팬들에겐 이것조차 감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60경기로 축소돼 23일 개막했다. 그동안 속앓이가 많았던 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도 출격에 나섰다.
8월 : '실종'된 구창모와 KBO 최초 확진자 발생!
(사진=이한형 기자)

 

1위 NC의 독주가 이어졌지만 팀의 토종 에이스 구창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7월까지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로 호투한 구창모는 지난 7월 26일 경기 이후 등판하지 않았다. NC 구단은 구창모의 부상 소식을 전했고 회복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31일 KBO 리그에서 최초로 선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화 언더핸드 투수 신정락이었다. 대전 시는 신정락이 지난 29일부터 고열과 근육통, 두통 증세를 보여 이날 검사한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신정락은 한 달 이상 1, 2군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후 한화는 신정락과 접촉한 2군 선수를 전수 조사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KBO 리그도 중단은 면했다.
9월 : 2위로 올라선 kt…외국인 삼총사 맹활약
왼쪽부터 KT 위즈 로하스, 데스파이네, 쿠에바스 (사진=연합뉴스)

 

부동의 1위 NC와 6위부터 10위 하위권은 변동이 없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것은 2위부터 5위였다. 9월 초 키움(2위), LG(3위), 두산(4위), kt(5위)는 본격적으로 가을야구 순위 싸움을 시작했다.
kt의 성장이 돋보였다. 지난 8월 7위에 머물렀지만 kt는 9월 말 키움을 끌어 내리고 2위로 도약했다. 9월 한 달 동안 kt는 19승 7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승리의 주역에는 외국인 선수 3인방이 있었다. 4일 루틴으로 등판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승1패), 부동의 1선발 윌리엄 쿠에바스(4승1패)에 이어 31안타(6홈런) 23타점 17볼넷 타율 3할4푼8리를 기록한 멜 로하스 주니어까지 kt 외국인 삼총사는 빈틈이 없었다.
10월 : 키움 손혁 감독 사퇴와 막판까지 혼전이었던 PS 티켓
10월 KBO 리그 순위표 (사진=KBO 홈페이지 캡처)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가을야구를 향한 순위 싸움인 한창인 8일 키움 손혁 감독이 갑작스레 사퇴했다. 성적 부진이란 이유를 들었지만 리그 3위를 지키던 키움이기에 납득할 수 없었다. 이미 수 차례 구단 수뇌부의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키움이기에 팬들의 실망은 컸다. 허민 이사회 의장이 '프런트 야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키움은 35살의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2~5위 싸움은 박빙이었다. kt, 키움, LG, 두산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순위싸움을 펼쳤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자 NC를 포함해 이들 4팀의 가을야구 진출은 확정적이었다. 어디서 시작하는지가 관건인 상황. NC는 일찌감치 정규 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결과는 정규시즌 마지막에서야 확정됐다. 2위를 기록한 kt는 창단 후 첫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5위까지 밀렸던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3위까지 올라오는 저력을 과시했다. LG는 3위 자리를 지키다 4위로 미끄러졌고 감독 사퇴 내홍을 겪은 키움은 5위가 됐다.
11월 : 업셋 우승 노린 두산, 집행검 NC에 무릎 꿇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4 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가을야구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LG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kt와 플레이오프, NC와 한국시리즈까지 펼쳤다. 한국시리즈까지 오면서 kt에 단 1패만 내주고 5승을 챙기며 지난해 통합 우승 팀의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NC에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과 3차전을 승리해 업셋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한국시리즈 분수령은 21일 4차전이었다. 전날 3차전에서 7점을 뽑은 두산 타선은 이날 한 점도 내지 못했다. 선취점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타선의 침묵은 큰 문제였다. NC는 양의지가 6회 타점을 뽑아내 2 대 0으로 앞섰다.
NC는 문을 걸어 잠그기 위해 7회 팀의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불펜으로 올렸다. 남은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야 하지만 이날 경기를 꼭 잡겠다는 것. 이 감독의 바람대로 루친스키는 2⅔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3 대 0팀의 승리를 확정 지었다.
4차전 승리에 올라탄 NC는 5차전도 5 대 0 무실점으로 2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두 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한 두산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24일 운명의 6차전. 두산의 타선은 6회까지 침묵했다. 25이닝 연속 무득점. 단일 한국시리즈는 물론 포스트시즌 최장 연속 이닝 무득점 신기록의 오명이었다. 그사이 NC는 4점을 챙겨 4 대 0으로 앞서갔다.
7회 두산은 마침내 2타점으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승부의 무게추는 NC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NC는 불펜은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막았고 4 대 2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팀 창단 후 9년 만의 통합 우승. 세리머니의 순간, NC는 KBO 리그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명장면을 만들었다. NC 선수들은 구단 모회사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의 주요 아이템이자 게임상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집행검' 모형을 들고 승리를 자축했다.
코로나19로 어렵게 시작했지만 통쾌한 NC 집행검 세리머니로 끝난 2020시즌 한국 프로야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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