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중 외교당국은 26일 서울에서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미국 정권 교체기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양측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킨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왕이 외교부장 겸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여건이 성숙하자마자 방문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 올해 방한이 사실상 불가함을 시사했다. 여건이란 코로나19 상황을 뜻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3시간 동안 점심 식사까지 함께하며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국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 장관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이며, 북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의 행정부 교체를 주시하며 관망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시작되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굉장히 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중국도 계속 지지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 장관은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왕 부장은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은 앞으로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다른 당국자도 "지금 굉장히 유동적이니까 당연히 이런 상황일수록 (북미가) 서로 자극하지 않아야겠다는 의지가 중국 쪽에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방역은 유지하면서도 신속통로(입국 절차 간소화)나 항공편 확대 등을 통한 인적 교류의 확대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왕이 부장은 우리 정부의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구상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 장관은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이른바 '한한령'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경화 장관이 '사드는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비핵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아직 한한령의 여파로 회복하지 못한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협조도 요청했고, 왕 부장은 소통해 나가자고 답했다.
이번 방한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뤄진 만큼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 측 입장 설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큰 틀에서 미중관계가 어떻게 되기를 기대하는지에 대한 중국 측 나름의 생각에 대한 간략한 언급이 있었다"면서도 "비중은 상당히 낮게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와 국제적 협력 관점을 가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