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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철책…알고보니 '나사 풀린' 감지기 안 울렸다



국방/외교

    구멍뚫린 철책…알고보니 '나사 풀린' 감지기 안 울렸다

    귀순자 철책 넘을 당시 TOD로는 포착, 정작 경보는 안 울려
    5년 정도 지난 감지기 내부 부품 고정하는 나사 풀려
    브라켓 추가 설치, 취약지역 감시장비 보강하고 교체 계획
    합참 차원 징계 조치는 없어…22사단 내부 징계 여부 검토 중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지난 4일 작전에 투입됐던 병력들이 상황종료후 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북한 남성 1명이 동부전선 GOP 철책을 넘어왔을 당시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하는 감지기가 노후화돼 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문제가 됐던 해당 감지기를 전수조사해 일제 정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전을 지휘한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의 부대 관계자 징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와 육군은 25일 동부전선의 한 GOP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과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개선점 등을 설명했다.

    ◇ 철책 넘은 북한 주민, 감시장비로 보고는 있었는데 경보는 안 울려

    합참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동부전선 GOP 철책을 넘는 정황이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된 것은 지난 3일 오후 7시 25분쯤이다.

    감시 장비를 통해 상황을 인지한 군 당국은 이날 오후 9시 넘어 대침투경계령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색에 들어갔다. 문제의 북한 주민은 이미 하루 전인 2일 오후 10시 넘어 두 차례 군사분계선 일대를 배회하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월남 징후가 있었다고 한다.

    군이 이 주민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월남 포착 뒤 14시간 30분이 지난 4일 오전 9시 50분쯤, 우리 군의 GOP 철책에서 남쪽으로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였다.

    사건 당시 그가 철책을 넘는 정황은 실시간으로 우리 군의 TOD에 포착되고 있었다. 하지만 철책을 넘으면 이를 감지하기 위해 설계된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경보도 함께 울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 노후화돼 '나사 풀린' 경보기, 점검해 보니 일부에서 같은 문제

    군사분계선(MDL)이 있는 비무장지대(DMZ) 남쪽의 우리 측 GOP 철책은 3중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철책 한 군데를 모두 덮는 형태로 광망이 설치돼 있어, 넘으려다가 일정 수준의 힘이 가해지거나 절단되면 경보가 울린다.

    광망은 광섬유로 만들어진 그물과도 비슷한 형태다. 광섬유는 전하를 전달하는데 광망이 절단되거나 일정 수준의 힘이 걸려 휘어지면 전하가 전달되는 양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든다. 이를 감지해 경보가 울리는 원리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기상이 매우 험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바람이 불거나 해도 광망이 영향을 받아 경보가 울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대대장의 판단으로 민감도를 조정해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책은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기둥으로 지탱된다. 이 기둥은 Y자 형태로 돼 있는데 중간쯤에 감지 브라켓, 맨 위에는 감지 유발기가 설치돼 있다. 브라켓 또는 유발기에 일정 수준의 하중이 걸릴 경우에도 경보가 울린다.

    합참에 따르면 사건 당시 귀순한 남성은 기둥을 타고 올라간 뒤 광망을 타고 넘었다. 기둥에만 하중이 걸렸기 때문에 광망에는 하중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의 체격이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그것보다 마른 편이라는 이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둥에는 예산 문제 등으로 브라켓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때문에 그보다 위쪽에 있는 유발기에 하중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점검 결과 해당 철책의 유발기는 설치한 지 5년 정도가 지나, 부품 등을 고정하는 나사가 풀려 있어 제대로 울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유발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시행했는데 소수의 유발기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육군 관계자는 "유발기 외장 케이스는 현장에서 열 수 없는 구조인데, 이번에 전수조사를 해 보니 일부 유발기에서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며 "업체와 함께 일제 정비를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 밖에도 예산 문제 등으로 모든 철주에 다 설치하지 못한 브라켓을 추가 설치하고, 취약지역에는 감시장비를 추가로 보강하거나 교체할 계획이다.

    이밖에 설치한 지 5년 정도 지난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의 조기 추진을 검토하고 운용하는 장병들에 대해 교육과 정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합참 차원 징계 조치는 하지 않기로…부대 내부적으로 징계 여부 검토 중

    한편 이번 사건 이후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현장에 파견돼 점검을 한 결과, 군 당국은 작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참 차원에서의 징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지역이 매우 험준해 병력 이동이 쉽지 않은데다 사건 당시 나무와 풀 등으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고, 군이 설치한 1차 봉쇄선 안에서 북한 주민의 신병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철책 전방에서는 차폐물(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많아 감시장비에 걸리지 않았고, 철책을 넘을 때 감시장비로 봤다"며 "이때 출동을 하니까 (해당 민간인이)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왔던 것이고, 종심(작전 범위)에서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책 뒤에서 검거했기 때문에 그렇게 잘 된 작전이라고 말하지는 않겠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는 덧붙였다. 실패한 작전은 아니지만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단 군 당국은 합참과는 별개로 해당 작전을 수행한 22사단 내부적으로 징계를 시행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한 관리 책임 등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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