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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고대서 현대로 넘어온 저항 아이콘 '안티고네'



영화

    [노컷 리뷰]고대서 현대로 넘어온 저항 아이콘 '안티고네'

    외화 '안티고네'(감독 소피 데라스페)

    (사진=그린나래미디어㈜, ㈜키다리이엔티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오빠를, 가족을 지키겠다는 소녀의 신념은 법이 가진 한계를 넘어 시민들에게 울려 퍼진다. 소녀가 생각하는 정의는 견고한 듯 보였던 사회 시스템에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균열을 내고 시민들을 모아 연대를 이룬다.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로 무대를 옮긴 영화 '안티고네'는 지금 우리 사회에 저항을 이야기한다.

    '안티고네'(감독 소피 데라스페)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안티고네(나에마 리치)가 오빠 대신 감옥에 들어가면서 일약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이야기다.

    안티고네와 가족들은 이민자다. 안티고네는 모국 알제리에서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었다. 살아남은 안티고네와 가족들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정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의 막내 안티고네에게 비극이 벌어진다. 큰오빠 에테오클레스(하킴 브라히미)는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하고, 작은오빠 폴리네이케스(라와드 엘 제인)는 경찰에 구속된다. 범죄 조직에 가담한 폴리네이케스는 본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키다리이엔티 제공)

     

    남들이 보기엔 범죄자일지 몰라도 안티고네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자 살아남은 가족이다. 본국으로 추방당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안티고네는 오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감옥에 들어간다.

    안티고네를 괴롭게 만드는 건 자신의 신념이나 그날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떠돌며 그와 가족 주위를 맴돈다는 것이다. 안티고네는 가족을 지킬 수 없게 될까 두렵다.

    그러나 어린 소녀의 과감한 선택과 굽히지 않는 신념, 그리고 이후 드러난 경찰의 과잉 진압 정황으로 인해 안티고네는 점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영웅이 되어간다.

    제목인 '안티고네'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그리스 고전 '안티고네'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극 중 인물들 이름 역시 고전 속 이름을 그대로 따왔으며, 영화 속 버스 광고판에는 '오이디푸스 왕'이 적혀 있다.

    안티고네는 자신의 신념과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바탕으로 '법'이라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홀로 맞선다. 국가가 정해 놓은 테두리를 벗어난 안티고네는 모난 돌처럼 처음에는 시민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다가선다.

    그러나 어느새 영화는 법과 사회가 보지 못하는 인간들의 정의, 어쩌면 마음이라 불리는 그 간극을 안티고네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여기에 감독은 난민 문제와 SNS가 지닌 양면성을 가져와 안티고네 신화에 녹여냈다. 가난한 이민자 가족의 삶은 캐나다를 근거로 하는 이들의 삶과는 다르다. 새로운 곳에 편입돼 살고 있지만 온전히 그 삶을 살지 못하는 또 다른 계층이다. 그저 발만 걸쳐 있는 안티고네 가족의 삶은 난민 문제를 오롯이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영화는 가상의 세계인 SNS가 갖는 이중성을 포착해 드러낸다. 감옥에 들어간 안티고네를 거치지 않은 왜곡되고 전혀 다른 내용이 '사실'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그것은 '진실'이 된다. 이후 SNS는 여론이 안티고네에게 유리하도록 바뀌는 데 작용한다.

    한편으로는 인터넷상에서 해시태그(#)를 달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SNS 시대의 '연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국가 권력에 맞서 개개인이 뭉쳐 하나의 '안티고네'를 형성해 가는 모습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키다리이엔티 제공)

     

    법과 SNS가 살필 수 없는 인간의 신념과 정의, 존엄과 같은 가치를 보여주는 건 결국 사람이다. 안티고네는 스스로도 자신이 '유죄'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법의 판단이나 사회적 시선이 아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가족이 살아나길 바라는 것이다.

    포스터 속 안티고네 모습처럼 영화 초반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마주하던 안티고네는 영화 마지막에서도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러나 초반 안티고네가 억압 속에 있던 상황이라면 결말의 안티고네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 보인다.

    그를 지지하던 시민들의 벨 소리가 법정에서 울려 퍼졌듯이, 마지막에도 같은 벨 소리가 울리는 사이 뒤를 돌아보는 안티고네의 얼굴은 그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한다. 이는 그의 정의와 신념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며, 그를 지지할 연대가 끊어지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그렇기에 열린 결말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안티고네 역은 신예 나에마 리치가 맡았다. 첫 주연작에서 타이를 롤을 맡은 나에마 리치는 안온하게 여겨진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삐져나와 저항의 목소리를 낸 안티고네를 누구보다 선명하게 스크린에 그려냈다.

    109분 상영, 15세 관람가, 11월 19일 개봉.
    (사진=그린나래미디어㈜, ㈜키다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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