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증가하는 마약 범죄…진화하는 구입 경로

  • 2020-11-23 09:39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40대 운전자가 마약 흡입 후, 환각 상태에서 차를 몰아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지난 5월 '텔레그램'을 통해 대마 2g을 구입했고, 동승자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필로폰 0.2g과 합성 대마 0.5g을 구입해 흡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같은 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직원 4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마초를 구입해 흡입하다 적발됐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약 구입 경로가 텔레그램과 SNS 등 '온라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마약류 사범 역시 이전에 비해 대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마약류 사범 근 5년간 최고치…'마약 청정국은 옛말'

 

대검찰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 6044명이었습니다. 이는 전년(1만 2613명) 대비 무려 27.2%나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마약 범죄가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국제 사회는 통상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마약 범죄 건수가 1년간 20건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대략 5천만 명으로 계산할 경우, 마약류 사범이 1년간 약 1만 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러나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07년(1만 649명) 처음 1만 명 이상을 기록한 뒤, 2015년(1만 1916명)부터 꾸준히 1만 명 선을 넘어 '마약 청정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약류 사범의 증가 원인?…"인터넷과 SNS도 한몫"

 

검찰은 마약류 사범이 대폭 증가한 이유 중 하나를 '인터넷과 SNS를 통한 마약 거래'로 분석했습니다.
일명 '온라인 마약 거래' 방법은 체계적이었습니다.
우선, 국외 공급자가 다크웹(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공간)에 마약 판매 사이트를 개설하고 구매자가 이에 접속해 '마약 쇼핑'을 합니다.
이후, 결제는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이용합니다. 결제가 완료되면 구매자는 손쉽게 마약을 손에 넣게 됩니다.
결국 온라인 마약 거래는 누구나 쉽게 마약류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 경로는 기존 마약 중독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열려있기 때문에, 마약류 사범 증가 원인이 됐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입니다.
◇어둠의 공간 '다크웹' 속 은밀한 마약 거래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인터넷 마약류 사범은 2109명이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다크웹'을 통한 마약 거래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크웹'은 마약류나 성 착취물 등이 유포되는 '인터넷 뒤의 또 다른 어둠의 공간'으로 불립니다. 경찰청은 다크웹을 '사람들이 가상화폐와 결합해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늘고 있는 공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다크웹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을 2016년 80명, 2017년 141명, 2018년 85명, 2019년 82명 검거했습니다. 올해 7월까지만 집계된 다크웹 마약류 사범 검거자 수는 무려 395명으로 매우 심각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캔디 먹자", "밀가루 한 덩이"…온라인서 판치는 마약 광고
검찰은 온라인 마약류 광고에도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과 SNS 검색창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입력하자 마약 판매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마약류 광고 역시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된 단어나 메시지로 이뤄졌습니다.
"오늘 고기(대마초) 먹을래?", "캔디(엑스터시 합성 마약) 먹자", "병원놀이(마약행위) 하자", "물건 한 개(필로폰 1kg)" 등의 은어를 사용한 형태였습니다.
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들게 은어를 이용한 최신 마약 범죄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온라인 마약류 광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적발한 온라인 마약류 광고 건수는 9469건으로, 2018년(1492건)에 비해 무려 6배 이상이나 증가했습니다.
◇낮아지는 '마약 소비' 연령대…청소년까지 파고 든 마약
온라인 마약 거래가 활성화되자 청소년들마저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5~2019) 전체 마약류 사범은 1.3배 증가한 데 비해 19세 미만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2.6배 증가해 전 연령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67.1%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의원은 "최근 SNS와 다크웹을 통해 마약 구매가 쉬워지면서 10·20대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고 점차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며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렴한 반면 환각효과가 강해 젊은 층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약류 범죄 뿌리 뽑겠다"…정부, 마약 범죄 근절 위해 '합동 단속'

 

정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마약류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지난 10월 15일부터 검찰청·경찰청·관세청·해양경찰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 5개 기관이 합동으로 '합동 마약류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합동 마약류 특별 단속' 실시 중간 결과, "한 달간 마약류 사범 1005명 검거하고 이 중 246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온라인 마약 거래'를 집중적으로 단속했으며, 그 결과 '온라인 마약류 사범' 329명을 검거, 46명을 구속했습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특별단속을 지속하고 내년 1월 종합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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