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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바이든을 '물'로 보고 있는 분들께



뒤끝작렬

    [뒤끝작렬]바이든을 '물'로 보고 있는 분들께

    바이든의 내면세계, 이렇게 이해하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다음날인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결과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으면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미국 유권자들에게 왜 바이든을 지지하느냐고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답은 대개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바이든 당선의 일등공신은 트럼프'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봄 쟁쟁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을 제치고 바이든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 역시 트럼프 때문이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는 상수, 바이든은 변수였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상원 의원을 36년, 부통령을 8년을 역임한 때문인지 그에 대한 느낌은 '오래됐다', '식상하다'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바이든은 '양파' 같은 사람이다. 그는 '과거가 있는' 남자다.

    승리 연설장에서, 그리고 당선인으로서 처음 선 기자회견장에서 그가 내놓은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에 대한 과거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바이든의 말을 듣고 있자면 그는 '보복' 보다는 '용서', '갈등' 보다는 '화해', '구분' 보다는 '통합'쪽에 서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분열과 역병으로 신음중인 미국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치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도 느껴진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바이든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실천하는 경구가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사람의 판단을 의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동기만큼은 절대 의심하지 말라. 왜냐면 그 사람의 동기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마이크 맨스필드)

    바이든이 어떤 배경에서 이 같은 신념을 가지게 됐는지는 2015년 예일대학교 졸업식 축사에 잘 나타나있다.

    바이든은 당시 예일대 졸업생들 앞에서 사람사이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믿음'이 관계를 키운다고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자신이 30세에 상원의원이 되고 나서 얼마 뒤 겪은 일화다.

    초선 의원 바이든에게 어느 젊은 꼰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제시 헬름스(나중에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활동했다)라는 상원의원이었는데 자신이 보기에 '꼴보수'였다고 한다.

    헬름스 의원이 어찌나 못마땅했는지 그는 당시 다수당 원내대표인 마이크 맨스필드 방에 찾아가 고민 상담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당시 맨스필드 대표로부터 뜻밖에도 헬름스 의원과 관련된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이야기인 즉슨 헬름스 의원이 3년 전 신문을 읽던 중 14살 된 장애 어린이의 입양광고를 우연히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부인과 그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맨스필드 대표는 헬름스 의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동기 만큼은 의심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고, 이 것이 이후 바이든의 인생에 큰 교훈이 됐다고 한다.

    취재진에 손 흔드는 바이든.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36년간 상원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상대의 동기만큼은 공격하지 않으려했고, 동료의 좋은 점에 주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도의 미덕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다.

    그 덕에 그에게는 늘 조정자, 협상가, 중재자의 역할이 부여됐다.

    이 때문에 바이든을 '물같은 정치인', '무색무취의 인간'이라고 부정적인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품성 덕에 그는 상대당인 공화당 파트너와도 항상 신뢰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다.

    앞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그는 공화당을 파트너로 자신과 민주당의 정책을 구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현재 공화당 원내대표는 미치 맥코널 상원의원. 바이든에게 맥코널은 상원의원 및 부통령 시절 늘 협상 파트너였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뇌 암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의 이름을 따서 맥코널이 의료 혁신 법안명칭을 개칭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미국 기자들도 10일(현지시간) 바이든이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나선 기자회견장에서 '오랜 친구 맥코널과 트럼프의 불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지' 질문이 나왔다.

    바이든은 이에 대해 "미치와는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늦지 않은 시간에 만나려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전체로선 현직 대통령의 영향을 다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 같다. 어느 때나 대통령은 한 사람이고, 지금은 트럼프가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몽니까지 포용하겠다는 지도자의 큰 그릇을 보여준 셈이다.

    시위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런 바이든에게 또 다른 숙제가 있다.

    바로 내부적으로 이념적 분화가 심한 민주당의 분열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다.

    특히 트럼프 세력과 트럼프 지지자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런 목소리에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공개적으로 '통합' 메시지만을 내고 있을 뿐이다.

    지난 7일 당선 연설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실망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 서로 기회를 주자. 거친 언사를 접어두고 냉정해 지자. 진전을 위해 상대를 적대시 하는 것을 멈추자.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그들은 미국인이다"고 말했다.

    10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실감을 이해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 역시 우리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그들 역시 통합의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지난 수년간 목도 해온 씁쓸한 정치로부터 이 나라를 구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20년 미국은 미증유의 사회 갈등과 혼란상에 마주해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미국은 어쩌면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얻게 됐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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