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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조영민 PD "아픔의 동료 만드는 것, 제가 드라마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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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 조영민 PD "아픔의 동료 만드는 것, 제가 드라마 하는 이유"

    [노컷 인터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장편 드라마 데뷔한 조영민 PD ②
    비슷한 결핍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과정을 전·후반부로 나누어 보여줘
    "하나씩 배워가다 보면 재능 비슷한 뭔가라도 생기지 않을까"
    차기작 관련한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없어
    "드라마를 만드는 동안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8월 24일 열린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조영민 PD(가운데)를 소개하는 손짓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철, 박은빈, 조영민 PD, 김민재, 박지현 (사진=SBS 제공)

     

    평온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딴판이다. 자주 흔들리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이 불안하다. 지난 20일 종영한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은 각자의 아픔을 평소엔 태연하게 감추고 살다가도, 어떤 지점에서 감정의 폭발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약한 속을 드러내고 만다.

    류보리 작가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색함과 멋쩍음, 왠지 모를 긴장감을 촘촘히 써 내려갔다면, 그 당시의 공기까지 전해질 듯 실감 나게 받아들여진 데에는 조영민 PD의 수려한 연출이 큰 몫을 했다. 물론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30일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발견해 주길 바랐던 연출 지점이 있었는지 묻자, 조 PD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건너뜀 없이 차근차근 보여주려 했다고 답했다. 평소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 '아픔의 동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답도 들을 수 있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6. 무엇보다 채송아(박은빈 분)와 박준영(김민재 분)이 서로 관심을 갖고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에도 떨림이 전해졌는데, 러브라인을 다루면서 정한 원칙이나 방향성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시청자들이 '발견해 주길' 바랐던 연출 지점을 설명해 주셔도 됩니다.

    우리 드라마는 러브스토리의 관점에서 전반부와 후반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만나고 호감을 느껴 좋아하게 되는 전반부와 그 관계에 균열과 아픔이 생기지만 그걸 극복하고 좋아함이 사랑으로 바뀌는 후반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반부에서는 좋아함의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 꼭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은 서로의 결핍이 닮아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마음이 쓰이고,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건너뜀 없이 차근차근 보여주려 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닮아있던 결핍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나의 결핍을 채워주지 못하는 상대로 인해 갈등이 생기지만 '상대'로 인해 비로소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사랑'의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다소 답답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차분히 짚고 넘어가고자 했던 것이 연출적으로 신경 썼던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영민 PD가 배우들과 장면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SBS 제공)

     

    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재능에 대해 자주 질문하는 드라마였습니다. 송아와 준영이 '재능 여부'를 두고 말다툼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고요. PD님은 재능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혹은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재능에 대한 생각이 바뀌거나 새로 생긴 게 있다면 그걸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준영이 "꿈꾸는 것이 재능이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저는 그 말도 좋지만 "버티는 것이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나에게 드라마를 연출할 만한 재능이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그런데 계속 노력하면서 버티다 보면 하나씩 배워서 재능이란 것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부족한 점이 많아도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씩 배워가다 보면 나중에는 재능 비슷한 뭔가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고요. 그렇게 버티는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8. 지난해 방송한 2부작 '17세의 조건' 역시 애도 어른도 아닌 17살들의 아픔과 성장을 그린 (조금 이른) 청춘물이었습니다. 이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그렇고 청춘을 조명하는 드라마를 꾸준히 만드는 이유가 있으신지, 향후 차기작도 청춘물이 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인생의 어떤 문턱을 지나는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힘들고 아픈 것 같고요. 큰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만 아픈 건 아니었구나. 저 사람도 아프구나'하는 아픔의 동료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가 드라마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향후에는 어떤 드라마를 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 드라마도 누군가의 삶에 약간의 위로와 쉼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9. 또한 윤찬영, 서정연, 최대훈, 김종태, 백지원 등 '17세의 조건'에 출연한 배우들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캐스팅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자 주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승지민 역 윤찬영, 차영인 역 서정연, 박성재 역 최대훈, 이성근 역 김종태, 이수경 역 백지원은 '17세의 조건'에도 출연한다.)

    캐스팅 배경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라서 그렇습니다. 연기를 너무 잘하고 인성도 훌륭하신 분들이죠. 그래서 드라마를 하는 동안 제가 많이 의지하였습니다. 제가 무언가 만들어주지 않아도 각자가 캐릭터를 너무 많이 연구해 오시고 훌륭히 소화해 주십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가능하다면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1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만들었던 모든 이들과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 주세요.

    우선 드라마를 함께 만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함께 만든 것이지 저 혼자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에 좋은 점이 있었다면 모두 함께해주신 배우, 스태프의 공이고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람스'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느리고 답답했을 수 있는 드라마 참고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좋은 드라마로 사랑해 주신 것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동안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지난달 20일 종영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조영민 PD의 장편 드라마 연출 데뷔작이다.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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