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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첫 단체협약에 勞-勞 갈등, 왜?



경제 일반

    배달 플랫폼 첫 단체협약에 勞-勞 갈등, 왜?

    배민-민주노총 서비스노조, 플랫폼 업계 사상 첫 노사 단협 체결
    복수노조 라이더유니온 단협 불복…"재교섭하지 않으면 단협 따르지 않을 것"
    '업무 배치 방식' 관련 요구안 반영 놓고 노조 간 소통 부족 논란 불거져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플랫폼 노동을 하는 배달기사도 노동조합이 있는 일반 노동자처럼 보호받을 수 있는 단체협약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체결됐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관련 노조들이 협약 결과에 대한 입장 차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이하 서비스노조)은 지난 22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총 30개 조항이 담긴 단협에는 플랫폼 측의 일방적 계약해지를 막도록 기본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관례적으로 부과하던 배차 중개료를 면제해 사실상 배달기사(라이더)들의 배달요금을 인상했다.

    배달기사의 건강검진 비용이나 피복비는 물론, 장기 계약한 배달기사에게는 휴가비·명절 선물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단순히 배달료와 배송시간 등 배송조건 뿐 아니라 배달기사들의 인권 보호 및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계속 교섭하기로 했다.

    이번 단협은 노동자와 프리랜서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에 놓여있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기업이 노동조합을 대화상대로 공식 인정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단체 협약이 적용된 국내 첫 사례이다.

    그동안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종사자는 프리랜서로 취급받았기 때문에 합법적인 산업별 노조 등을 만들어 교섭을 요구해도 사측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날 배달기사들의 복수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단협 결과에 반발해 재교섭을 요구하고, 재교섭이 이뤄질 때까지 이번 단협에 따른 비용 지원 등을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월 교섭창구가 단일화돼 서비스노조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확정했는데, 서비스노조가 라이더유니온의 요구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단협을 맺었다는 것이다.

    서로 입장이 다른 노사 간에 단협을 맺으면 전후 과정에서 노조 내외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고, 더구나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노조 간의 갈등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최초의 단협을 맺은 상황에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내면서 재교섭까지 요하는 일은 흔치 않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이 이번 단협에 대해 꼽은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 배정 알고리즘'이다.

    구 팀장은 "예전에는 떠있는 콜(업무)을 각자 골라서 일했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으로 업무가 일방적으로 배정된다"며 "왜 이 콜이 나에게 들어오는지, 배차시간이나 평가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을 통해 배달 일감을 받아가는 업계 특성상 업무배정은 곧 배달기사의 수입과 직결된다. 특히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콜이 할당될 경우 배달료·배달거리는 직선 거리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배달기사들의 불만이 컸다.

    구 팀장은 "교섭대표노조가 정해진 후 지난 3월 관련 요구안을 전달했는데, 이후 교섭과정에 대한 정보를 거의 공유받지 못했다"며 "결국 복리후생에 대해서만 진전이 있었고, 업무 배정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핵심 요구사항이 빠졌기 때문에 내부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협약식을 늦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내부에서 임시총회를 연 결과 단협 반대 입장이 67.1%에 달해 부득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비스노조 홍창의 사무국장은 "라이더유니온의 요구안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함께 논의했지만, 사측이 거부해 진전을 거두지 못한 것 뿐"이라며 "어떻게 단협 과정에서 요구한 것을 모두 관철시키겠느냐"고 해명했다.

    또 홍 사무국장은 "이번에 면제된 수수료는 건당 200~300원으로 적어보이지만 하루면 만원, 한 달이면 수십만원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수십억원이 오간 교섭"이라며 ""라이더유니온의 요구안 중 대부분 사항은 우리와 중복됐기 때문에 라이더유니온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협 내용을 보면 △배달료에 거리 및 날씨 등 특성을 고려해 책정 △배달료 지급명세서를 자세히 기재하고 앱으로 확인하도록 함 △일반배차·AI배차 중 하나를 우선해 배차하지 않음 △배송시간 제한 정책의 탄력적 운영 등을 담았기 때문에 라이더유니온이 제기한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홍 사무국장은 노-노 갈등을 풀어갈 해법에 대해서는 "협약을 맺기 전부터 교섭을 마친 뒤 한 달에 한 번씩 라이더유니온 등과 정책협의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에 차차 오해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 팀장도 "첫 단협 결과를 거둔 만큼 대표교섭노조의 노고를 인정하지만, 협상 과정의 소통이 부족해 예상했던 결과를 거두지 못해 내부 반발이 컸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서비스노조도 업무 배정 알고리즘 문제를 공감하고 있으니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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