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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만난 생의 찬란함 '베이비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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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앞에서 만난 생의 찬란함 '베이비티스'

    [노컷 리뷰] 외화 '베이비티스'(감독 섀넌 머피)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꺼져가는 삶 속에서 다른 듯 닮은 누군가를 통해 생의 가장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가장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는 살아있는 것의 아름다움과 반짝임을 발견한다. 영화 '베이비티스'는 죽음을 향해 가는 이의 사랑을 그려내면서도 상투성은 걷어내고 감각적으로 더듬어 간 기록이다.

    '베이비티스'(감독 섀넌 머피)는 무료하고 권태로운 삶의 한가운데 뛰어든 독특한 소년 모지스(토비 월레스)로 인해 처음으로 강렬한 생의 감각을 느끼게 된 소녀 밀라(일라이자 스캔런)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드라마다.

    주인공 밀라는 항암 치료 중이다. 그에게 삶은 무료하고 황량하다. 그런 밀라에게 자신과 다른 듯 닮은 모지스가 뛰어든다. 얼마 남지 않은 무채색의 삶에 자유와 희망을 품고 색이 찾아온다.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기묘한 첫 만남만큼이나 밀라는 빠르게 모지스에게 스며든다. 어쩐지 이해할 수 없는 듯 보이지만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 '자유'를 느낀 밀라는 가능하다.

    약물 중독자이자 마약 거래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지스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인다. 삶의 의미를 잃은 밀라는 모지스에게 끌린다. 자신과 반대편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모지스를 통해 밀라는 새로운 것들을 느껴 간다. 자유, 갈증, 사랑 등 생생하고 날 것의 감정들은 다채로운 색으로 다가온다.

    죽어가는 밀라를 바라보는 부모 헨리(벤 멘델슨)와 안나(에시 데이비스) 또한 밀라만큼 위태로운 인물이다. 시한부 딸의 곁을 지키는 그들은 겉으로는 평온함을 지키려 하지만 이미 불안에 잠식돼 있다. 그들의 불안은 주변 사람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이 과정은 어쩐지 블랙코미디처럼 보인다. '베이비티스'가 갖는 희극성은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밀라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인물들, 모지스를 비롯해 밀라의 부모, 밀라네 건너편에 이사 온 임신한 싱글맘 등은 모두 각자 결핍과 불안, 아픔을 안고 사는 존재들이다. 이런 이들이 죽음 앞에서 삶을 발견해 나가는 모습은 영화가 시한부 주인공의 삶과 사랑을 기존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드러내는 지점 중 하나다.

    영화가 밀라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은 비선형적이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뤄 가는데, 각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될 때마다 '자막'이 나온다. 마치 책 속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듯이 말이다.

    자막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끌어오거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고한다. 어느 순간 다음 자막에 대한 기대감마저 품게 만든다. 비선형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놓치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제목 역할의 자막을 통해 설명된다.

    밀라의 감정과 사랑, 모지스와의 관계는 어쩐지 미성숙한 것, 경계에 선 자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이는 유치 혹은 젖니라 불리는 영화의 제목 '베이비티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보통 13세쯤에는 빠져야 할 유치를 밀라는 그 나이를 넘어서까지 갖고 있다. 모지스에게 자신의 유치를 보여주는 장면도 나온다. 밀라의 유치는 밀라가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모지스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말한 다음, 그리고 모지스와 깊은 사랑의 감정을 나누기 전 빠진다.

    유치가 빠지고 한 단계 성장하면서 줄타기하던 감정이 하나로 모이고, 죽음 앞에 선 밀라는 생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밀라는 누구보다 격렬하면서도 슬프게, 그리고 가장 찬란하게 성장을 경험했는지 모른다.

    섀넌 머피 감독은 클리셰를 비켜나며 독특한 촬영 방식으로 이 과정을 담아낸다. 밀라와 그 주변 사람들을 카메라가 담아내는 방식, 색채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며 보여주는 감각적인 영상, 화면 내내 흘러넘치는 다양한 장르 음악들이 밀라를 비롯한 인물·배경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챕터이기도 한 '해변'의 플래시백, 엔딩 크레딧으로 이어지는 해변의 풍경과 파도 소리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을 붙잡는다. 영화를 볼 관객들이라면 엔딩 크레딧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가장 마지막까지도 남는 게 소리라고 한다. 엔딩 크레딧에서 해변의 모습은 사라져도 파도 소리만은 끝까지 남아 귓가에 맴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영화는 관객들에게 여운과 함께 생각할 시간을 남겨준다.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은 '베이비티스'가 섀넌 머피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이다. 그가 다음 영화에서는 우리 삶의 어떤 순간을 포착해 건져 올릴지 기대된다.

    117분 상영, 10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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