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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소·고발 남용 둘러싼 '딜레마'…연내 '선별수리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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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경찰, 고소·고발 남용 둘러싼 '딜레마'…연내 '선별수리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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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경찰청 접수 고소‧고발 42만 1천여건, 해마다 증가
    사인 분쟁 넘어 진영논리發 고발 심화…유튜브 등 발달도
    경찰, 고소사건 선별수리제도 도입…내년 시행 예정
    "수사기관이 권리 침해할 순 없어"…결국 법 개정 필요

    (사진=연합뉴스)
    경찰청에 접수된 고소‧고발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42만 1천여건에 달했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비율은 해마다 떨어져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소‧고발 남용 문제로 일선 수사 경찰은 더욱 허덕대는 상황이다.

    경찰은 일종의 타개책으로 '고소사건 선별수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피해자들의 고소‧고발 권리를 수사기관이 침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당 권리를 보호하되, 남용을 명확히 규제하는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갈수록 심각한 고소‧고발 남용 문제…진영논리發 고발 '심화'

    (사진=황진환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
    #A재단법인은 새 원장이 들어서면서 '조직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에게 과거 일을 꼬투리를 잡아 10여건을 줄고소했다. 해당 법인은 극심한 자금난에도 1억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을 썼다. 소송 결과는 줄줄이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내홍이 만만치 않았다.

    #B대부업체는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즉시 사기 및 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했다.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었지만, 채무자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단 '편법 형사고소'를 한 셈이다. 채무자는 고의성이나 범죄 정황이 없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소‧고발 남용이라는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사인 간 분쟁 사건을 넘어 '진영 논리' 성격을 갖춘 고소‧고발이 극심해지는 추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단골 손님으로 꼽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고발' 소식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는 상황이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도 보수단체로부터 여러 차례 고발을 당했다. SNS와 유튜브의 발달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고소도 줄을 잇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소‧고발 접수 건수는 42만 1천여건으로, 피고소‧고발인은 61만 5천여명으로 나타났다. 고소‧고발 건은 2017년 38만 1천여건, 2018년 40만 7천여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면 기소의견 송치율은 △2017년 31.4% △2018년 29.2% △2019년 28.1%로 낮아지는 추세다. 고소‧고발은 늘고 있지만, 실제로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줄어드는 셈이다.

    늘어나는 고소‧고발 사건 탓에 일선 경찰서에서는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전국 12만 경찰 중 수사 인력은 2만여명 정도다.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여러 중요한 사건에 검찰 송치 시점이 다가오는데 고소, 고발 사건은 또 쌓여 있어서 과부하가 걸릴 때가 많다"며 "민사 성격의 고소, 고발건이 많아 정작 집중해야 할 강력 수사에 시간과 역량을 쏟을 여유가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넘쳐나는 고소, 고발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 운영하는 대책은 '반려제도'와 '수사민원상담센터' 운영이다.

    지난 2015년부터 도입된 수사민원상담센터는 경찰서에 방문하는 민원인에게 고소‧고발 등과 관련한 민원 상담 및 법률 자문을 해주는 곳으로 전국 255개 경찰서 중 129곳에 설치돼 있다.

    2008년부터 운영된 반려제도는 △고소·고발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공소시효 완성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이미 법원의 판결이나 수사기관의 처분 존재 △피의자 사망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가 있는 사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큰 장독에 물이 계속 채워지는 데 조그만 바가지로 퍼내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고소·고발 반려 건수는 12만7천여건으로 전체 접수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수사민원상담센터는 인력난과 함께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일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고소사건 선별수리제도 도입 추진

    (사진=연합뉴스)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될 경우 고소‧고발 남용 문제는 수사 인력의 증원 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그 심각성을 더 키울 수 있다. 이에 경찰은 '고소사건 선별수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고소‧고발을 접수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진정사건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소‧고발 조사는 곧바로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만, 진정 조사는 그 전 단계인 내사가 이뤄지며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정식 수사가 개시된다. 검찰의 경우 지난 2003년 이 제도를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을 통해 도입했지만, 경찰은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였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고소‧고발인의 진술이나 고소‧고발장에 의한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 사실이 적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 △피고소인‧고발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없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취소된 경우 △고소‧고발이 본인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동일한 사실에 관해 이중으로 고소 또는 고발이 있는 경우에 이 제도가 적용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소‧고발 남용 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꾸준히 논의되어 오다가 수사권 조정 과정을 통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며 "검찰과 비슷한 수준으로 규정해 이달 중 내부안을 마무리를 짓고, 다음달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진정사건으로 내사종결이 되면 재정신청이나 헌법소원을 할 수 없다. 다만 내사일 뿐이라 고소‧고발장을 같은 기관에 또 다시 제출하면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는 상황이다.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황문규 교수는 통화에서 "고소사건 선별수리제도를 운영할 경우 고소‧고발인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어 궁극적으로는 규칙 제정보다는 남용을 막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고소·고발 남용으로 수사권이 많이 소요되고, 많은 분들이 피의자로 몰려서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고, 고소 요건이 아닌 것은 각하나 반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 일부 고소‧고발 남용 방지책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경미하고 공공의 이익과 크게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선 고소 절차중단 처분을 한다. 프랑스는 고소를 함에 있어 '공탁금'을 내야 한다. 일본은 고소장 선별수리제도를 이미 둔 상태다.

    ◇"고소인 권리 무분별 제한 안돼"…명확한 기준과 법 개정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고소‧고발 건은 지난해 기준 77만 2천여건으로, 일본에 140배 수준에 달한다.

    고소‧고발이 이렇게 남용되는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2015년 대검찰청이 펴낸 '고소·고발사건의 합리적 제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오로지 보복 또는 상대방에 대한 악의의 감정으로 고통을 줄 목적 △상대방으로부터 합의 등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꾀할 목적 △협박 및 압박 목적 등을 꼽고 있다.

    무엇보다 형사 고소를 통해 민사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크다. 형사 고소를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고, 이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민사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민사사건의 형사사건화 경향'인데, 일본의 경우 민사와 형사 사건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어 우리와 사정이 다른 상황이다.

    물론 법으로 규정된 피해자의 고소 권리를 제한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형사소송법 제223조에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검 역시 앞서 연구 보고서에서 "모든 고소인의 권리를 무분별하게 제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익균형성의 문제는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며, 이를 일반적으로 제한하고자 할 때에도 사건별 또는 범죄별로 세분해 정형화해야 한다는 제한이 도출된다"고 밝혔다.

    경찰도 고소‧고발 처리에 허덕이지만, 수사 임무를 맡는 기관에서 이에 대한 남용을 공개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딜레마'가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에서 보장된 권리를 실현하는 것과, 실무적인 처리를 맡는 기관의 한계 사이에 '괴리'가 있는 셈"이라며 "남용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수사기관의 내부 규칙이 아닌 국가 법적인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한상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고소‧고발 문제는 정치권이나 진영논리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실질적인 범죄 피해가 아닌 영역에서는 의견 조율과 타협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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