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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저기요·아저씨' 대신 '환경사·안전관'…내 이름에 존중이 담겼다



대전

    [노동:판]'저기요·아저씨' 대신 '환경사·안전관'…내 이름에 존중이 담겼다

    세종충남대병원, 직원 호칭 개선 캠페인
    통일된 호칭 없던 외주 용역업체 직원들
    환경사·안전관·관리관 등 호칭 사용 이후
    같은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에 자긍심도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깔아봅니다. [편집자 주]

    (사진=세종충남대병원 제공)

     

    "아저씨, 아줌마, 선생님, 여사님, 주차쌤 등으로 불린 호칭들을 통일하고 그분들께 '이름'을 부여해주자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세종충남대병원(원장 나용길)에서 미화 담당 직원은 '환경사', 주차와 보안 담당은 '안전관', 물류배송과 유지보수 담당은 '관리관' 등으로 불린다.

    병원의 구성원이지만 그간 통일된 이름은 갖지 못했던 직원들이다. '저기요'나 '아저씨'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외주 용역업체 직원 200여 명에 대해 존중의 의미는 물론, 역할과 기능도 명확히 담을 수 있도록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치고 당사자들의 의견도 물어 신중하게 호칭을 정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호칭 개선을 제안한 세종충남대병원의 안명진 사무국장은 "병원이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돼있음에도 의료진 외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호칭은 정립되지 않아왔다"며 "상호 존중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100일 남짓 됐는데, 직원들은 그 효과가 작지 않다고 했다.

    병원 근무 이전 마트 등 여러 곳에서 보안업무를 맡아온 한 안전관(40)은 그간 '아저씨' 또는 '거기 안내하시는 분이요'가 이름과도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안전관'이라는 이름과 함께 책임감과 소속감까지 더해졌다고 했다. 그는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말에 빗대보면 호칭이 사람을 규정하는 것 같다"며 "내가 이 병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되고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의 느낌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박길선(50) 환경사 역시 스스로를 '낮추지도', '위축되지도' 않게 됐다고 했다. "청소를 나이가 들고 다른 일을 구하지 못해 내몰리는 일이 아니라, 나의 전문업무라고 생각하고 따로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호칭이 병원 내부에서 자리 잡으면서 병원은 의료진만 있는 곳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드러나고 함께하는 곳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안명진 사무국장은 "호칭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나도 같은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이 생기다 보니,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비롯한 질적인 부분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길선 환경사는 "누구 하나 배제할 수 없이 모든 직원이 중요하고, 마찬가지로 환경사도 이 병원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캠페인을 확대해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 등 내원객을 대상으로도 호칭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부여되는 이름을 통해 그것이 갖는 의미와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불리는 이름은 단지 이름에 그치지 않고 인식을 만든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이름'들은 얼마나 '그 빛깔과 향기에 알맞게' 불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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