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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눈물' 코로나로 생이별한 이주노동자들



경인

    '외로운 눈물' 코로나로 생이별한 이주노동자들

    한국서 일하다 하반신 마비로 요양원 고립
    코로나 일거리·월급↓‥친구와 명절 계획도 무산
    고향행 비행기 끊기고 가족 생계 지원 한계
    경제난에 외로움까지, 재난지원에서도 사각지대

    (사진=연합뉴스)

     

    "다리를 못 쓰게 돼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파키스탄에 못 갔어요. 추석 때 아이들과 아내가 잠깐이라도 와주면 좋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부를 수도 없고…"

    먼저 하늘로 간 부모를 떠올리며 못내 아쉬움과 미안함에 울먹인 라시드(47·파키스탄)씨. 그에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추석 명절이 더 서럽다. 특히 코로나19는 파키스탄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마저 그와 함께 하는 것을 허용해 주지 않았다.

    ◇장애에 무너진 코리아 드림‥코로나로 비참해진 일상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9년 전 홀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라시드씨는 한국 생활 3년째 되던 해 사고로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매달 나오는 산재보험금으로 파키스탄에 생활비를 보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보험금을 받으려면 한국에 머물러야 해서 가족들을 보고 싶어도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됐다.

    추석 연휴를 맞아 5년이나 만나지 못한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볼까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항공편을 구하기 힘든 데다 들어오더라도 격리되거나 요양시설 면회가 안 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나마 휠체어를 타고 외국인지원센터에 가서 사람들 만나는 게 낙이었는데, 이젠 외출도 못하게 돼 너무 외롭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다"고 슬픔에 잠겼다.

    ◇경제난에 고립감까지‥'이중고'에 울먹이는 이주노동자들

    한국에서 타국살이를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특히 올해 추석은 라시드씨처럼 외로움이 앞선다. 코로나19로 벌이는 줄고, 동료들과 함께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4년 전 홀로 한국에 온 트린 만 훙(34·베트남)씨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용접과 페인트 일을 하며 월 170만원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줄어 월급도 같이 깎이면서 풍성해야 할 추석이 오히려 쪼들리는 심정이다.

    트린 만 훙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일거리가 줄어 노는 날이 많아졌다"며 "8시간 이상씩 일을 해도 월급은 몇 십만원씩 줄어 고향에 보낼 돈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그나마 있는 일자리까지 잃을 것 같아 추석때마다 함께 모여 베트남 음식을 해서 나눠먹었던 모임을 올해는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그는 "어딜 나가지도, 모이지도 말라고 하니까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없어 긴 연휴에 뭘 할지,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10년 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친 뒤 3년 만에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산자르(30·키르기스스탄)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제품검사와 포장업무를 하면서, 한때 250만원까지 받던 월급은 코로나로 반토막이 났다.

    산자르씨는 "140만원 받아서 월세, 공과세를 합쳐 40만원 내고 나면 먹고 살기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9개월 전 학생비자로 한국에 온 아내가 올 연말 출산을 앞두고 있어 당장 보육비도 걱정이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고향에 있는 부모와 동생들에게 보내온 생활비를 6개월째 못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코로나19로 똑같이 고통받고 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원에서 배제돼야만 하는 현실이 그에겐 야속하기만 하다.

    그는 "비자 등급(E9)이 낮아 여태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아 봤다"며 "외국인이긴 하지만 월급이 많이 줄어든 사람들한테는 조금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난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

    이처럼 코로나19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외에는 한국정부의 긴급재난지원 대상에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된 이주노동자들은 '정책적 소외감' 속에 외롭고 힘겨운 명절을 나고 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최영 교수는 "시민권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실상 감염이든, 경제난이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들을 위한 방역 차원에서의 의료서비스나 선별적인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게 인도적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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