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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장학금…내년엔 더 받기 힘들어진다



경인

    말라가는 장학금…내년엔 더 받기 힘들어진다

    제로금리, 기부감소로 장학재단 재원 마련 우려
    대부분 내년도 수혜 대상 학생수 감축 계획
    금융수익 아닌 기부로 운영되는 곳도 재정난
    이자수익 대안 '금융상품·임대업' 위험성 한계

    (일러스트=연합뉴스)

     

    올 들어 0%대 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이자수익에 의존해온 장학재단들이 장학금 재원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기업 등의 기부금마저 줄어 내년에는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초저금리로 재원 마련 애로 '장학사업 위축'

    20일 교육당국과 장학재단 등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가 지난 3월 0.75%로 사상 첫 0%대로 떨어진 이후 두 달여 만에 0.5%로 역대 최저치를 찍으면서, 예·적금 이자 수익을 장학금 재원으로 활용해온 장학재단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민간장학재단들은 내년 장학사업계획에 장학금 지급 대상 학생 수를 줄이거나, 1인당 장학금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학기금으로 300억원을 운용하고 있는 서울의 A장학재단은 지난해 4.5%였던 이자 수익률이 올해 0%대 금리가 계속되면서 내년에는 3.5~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장학재단 관계자는 "연간 학생 75명 정도를 유지해왔는데 금리가 바닥을 찍고 있어 재원이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어쩔 수 없이 내년엔 장학금 지급 대상을 60명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학기금 20억원 규모의 경기도 B장학재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재단은 매년 이자 수익 4천만원과 고정 후원금 7천만원 정도를 지급해오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3년 전쯤부터는 매년 전체 지원 대상의 10% 정도인 10명 안팎씩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장학기금 규모가 작은 재단의 경우, 수익률 저하로 존립 이유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기본재산이 10억원 정도인 서울의 한 장학재단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재단들은 1%도 안 되는 이자로는 장학사업을 하기 힘들다"며 "건물을 매입·임대해 수익률을 4~5%로 높였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안 좋아 임대료마저 체납돼 어렵다"고 토로했다.

    ◇후원↓‥공격적 투자 위험성 '제한', 규제완화 요구도

    기업 등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온 재단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업체들의 경영악화로 이어지면서 장학금 후원 요구조차 조심스런 입장이다.

    경기도의 C장학재단은 지난해 기부 받은 1억 6천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고, 이 중 80%정도가 기업 후원금이었다. 하지만 매년 수 천만원을 후원해온 한 업체가 최근 후원금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 오면서 장학금 지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재단 관계자는 "후원금은 매년 줄고 있는 추세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금이 20억원 규모인 서울의 D장학재단은 이자 수익으로는 2천만원도 지급이 어려워 기부자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기부금 규모는 예년에 비해 쪼그라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기금에서 매년 5천만원 정도를 전용해 장학금과 재단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재단 측은 하소연했다.

    D재단 관계자는 "기본재산인 기금은 기존 수준을 유지해야 돼서 전용하더라도 다시 채워야 한다"며 "재단 운영비는 거의 고정비용이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면,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장학금을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장학재단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예·적금이 아닌 고수익 금융상품들을 활용하길 희망하지만, 장학금 기금 운용 방식 전환에 대한 승인 권한이 있는 교육청은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익사업은 안정성이 우선이라 파생상품 등의 경우 안정성에 대한 등급을 꼼꼼하게 따져 심사한다"며 "무리하게 수익 확대만을 추구해선 안 되고, 기본재산 손실에 대비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장학재단들 사이에선 교육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과도한 제한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장학재단 관계자는 "손실에 대한 보전 각서까지 써도 수익률 높은 금융투자 계획은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예금보증보험 한도도 겨우 5천만원이라 절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어 예금이나 적금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내년까지 코로나19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생활고에 빠진 학생들에게 장학금마저 끊기게 할 수 없다"며 "당국이 좀 더 융통성을 가졌으면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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