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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가족 "치매노인 회유해서 기부한 게 숭고한 행위인가"



사건/사고

    길원옥 할머니 가족 "치매노인 회유해서 기부한 게 숭고한 행위인가"

    정의연 "檢, 피해생존자 숭고한 행위 폄훼" 주장에
    길원옥 할머니 가족 측 "판단력 10%로 진단" 반박
    정의연 "의혹 벗었다"지만…정부 "후속조치 검토"
    시민단체 "보조금 지급한 정부·서울시 감사하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 대표 시절 국가보조금을 부정 수령하고, 업무상 횡령·배임을 저지르는 등 8개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윤 의원은 검찰의 기소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제기된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했다. 정의연 또한 검찰이 '억지·끼워 맞추기식 기소'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정의연에 대한 기부금 모집 등록 말소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의연 "檢, 피해생존자 숭고한 행위 폄훼"…피해생존자 측 "치매노인 회유해 기부한 게 숭고?" 반박

    "치매 상태의 노인에게 기부를 종용했으면 그건 아니죠. 정상적인 상태에서 했어야 숭고한 거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는 1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의연이 "(검찰이) 피해 생존자의 숭고한 행위를 치매노인의 행동으로 치부한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길 할머니는 지난 2015년부터 경증 치매를 앓기 시작해 2016~2017년에는 중증 치매로 진행됐다. 조씨는 "지난 6월 어머니께서 저희 집에 오시고 난 이후에 바로 병원을 갔었는데, 의사가 (어머님이) 90%는 판단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다"면서 "치매 노인을 회유해서 (기부하게) 한 것은 숭고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전날 윤 의원이 고(故) 마포쉼터 소장과 공모해 2017년 11월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천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며 '준사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에 윤 의원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게시했던 길 할머니 관련 동영상 여러 건을 재공유했다. 윤 의원은 "평화운동가로서 할머니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치매'로 부정당했다"는 글도 함께 올렸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됐고, 동영상도 일부만 남겨진 상태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 "보조금 부정수령·불법 기부금 모집" 판단…정의연 "억지·끼워 맞추기식 기소" 반박

    윤 의원에게 적용된 죄명은 총 8개. 보조금관리법·지방재정법·기부금품법·공중위생관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배임, 그리고 사기·준사기 등이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 대표 시절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 등으로부터 보조금 약 3억6천만원을 수령하고, 후원금 등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1억원 가량 소비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정대협·정의연 등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41억원의 기부금을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은 핵심 의혹으로 꼽혔던 정의연의 '부정 회계'와 '보조금 중복·과다 지급' 등에 대해서는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또 '후원금이 피해자에게 쓰이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피해자 직접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다"며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어 검찰은 정대협에서 윤 의원이 대표를 맡았던 시절 함께 활동했던 활동가 A씨만을 일부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적시했다. 나머지 정대협 이사 10여명과 정의연의 전·현직 이사 22명 등은 모두 '혐의없음' 처리했다.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은 회계담당자 등 실무자 2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된 이른바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보조금 및 기부금 유용 등 지난 4개월간 무차별적으로 제기된 의혹들이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생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에 헌신하며 법령과 단체 내부규정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활동을 전개해 온 활동가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한 점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억지 기소, 끼워 맞추기식 기소"라고 비판했다.

    ◇정의연 "의혹 벗었다" 주장했지만…정부 "후속 조치 검토"

    검찰 기소 이후 정의연은 '의혹을 벗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에서는 정의연의 '기부금 모집 등록' 말소를 검토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받아 보기 위해 요청해 둔 상황"이라며 "결과를 상세하게 보고 법률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 기부금 모집 등록 말소 등 후속 행정처분 조치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연간 1천만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기부 금품을 모금할 경우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10억원 이상일 때에는 행안부에 각각 매년 등록해야 한다. 정의연 또한 매년 행안부에 등록해왔지만, 검찰 수사 결과 2016~2020년 약 13억원을 등록 없이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위반 사유가 명백하다면 법원의 판결 이전에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기부금 모집 등록 말소 처분이 된다면 해당 연도에 모금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고, 그해에 모았던 돈도 모두 반환해야 한다. 모집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모집 목적과 유사한 용도로 처분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또한 "검찰 기소와 관련된 사실 관계를 조속히 파악할 것"이라며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이날 정의연에 보조금을 지급해 온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여가부장관,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을 비롯한 각 기관의 국가·지방보조금 교부 담당자들에게 비위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는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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