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파고들기]'3차 한류' 니쥬·WayV에 닥친 정체성 '딜레마'

뉴스듣기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문화 일반

    스페셜 파고들기

    [파고들기]'3차 한류' 니쥬·WayV에 닥친 정체성 '딜레마'

    뉴스듣기

    K팝 기획력+현지 그룹 전략→현지서는 초고속 성과
    차가운 국내 여론에 온도차 발생…애매한 정체성이 '시한폭탄'
    동북아 역사·사회 이슈 얽히면 난감…전범기업·홍콩 경찰 지지 논란
    "소프트파워 수출 당연한 수순이지만…기획사들 한류에 책임감 가져야"

    JYP엔터테인먼트 그룹 니쥬.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외양은 K팝 그룹인데 무대 위에서는 중국어·일본어 노래를 부른다. 멤버들 국적을 살펴 보면 한국인은 없다. 그럼에도 실제 그룹 기획부터 제작까지 국내 굴지의 가요 기획사들이 주도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의 현지화를 넘어 이제 아예 K팝 기획력으로 현지 그룹을 만든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NiziU(니쥬)와 SM엔터테인먼트의 WayV(웨이션브이) 이야기다.

    현지에서 반향은 엄청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니쥬는 지난 6월 데뷔하자마자 일본 오리콘 차트의 역대 최초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신인 최초로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달성하는가하면, 일본 최초로 실물 음반 없이 데뷔 디지털 미니 앨범 성적만으로 오리콘 주간 합산 앨범 랭킹 정상에 올랐다.

    앞서 데뷔한 웨이션브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발매한 데뷔 미니앨범은 중국 가요계를 그야말로 휩쓸다시피 했다. 아이튠즈 종합 앨범 차트 전 세계 30개 지역 1위에 올라 중국 남자 아이돌 그룹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예능프로그램은 누적 조회수 6억뷰를 돌파했고, 멤버들은 데뷔 1년차도 되지 않아 중국판 '런닝맨' '쾌락대본영'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K팝 시장을 선도하는 SM 이수만 회장이 2005년부터 계획한 한류 3단계론이 드디어 무서운 속도로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구상한 한류 3단계란 국내 그룹에 소수 외국인 멤버가 합류하는 2단계에서 나아가 현지 회사와의 합작 등을 통해 세계 곳곳에 현지화팀을 제작하는 것이다.

    니쥬 역시 JYP 박진영 대표의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로부터 시작됐다. 한류 3단계론과 유사하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된 일본인 멤버들로만 그룹을 구성했다. 사실상 멤버들의 '방송 데뷔'나 다름없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철저히 일본 내에서만 진행됐다.

    세부적인 방향성은 다를지라도 SM·JYP를 필두로 YG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J ENM 등 K팝을 대표하는 대형 기획사 모두 이 같은 현지 그룹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전문가인 박희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기획사들 전략을 산업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으로 봤다.

    박 평론가는 "현지 그룹 제작은 결국 소프트파워의 수출"이라며 "이 자체가 한국 문화 시장이 강력해졌다는 징조다. 한국에서 프로듀싱을 했다는 것만으로 현지에서 인기가 있는 거다. 한국 아이돌의 체계화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었고,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웨이션브이.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뜨거운 현지, 차가운 국내…애매한 정체성이 '시한폭탄'

    현지에서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이들을 향한 국내 온도는 다소 차갑다.

    한일 경제 갈등 속 JYP의 '니지 프로젝트'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국내 소비자들과 대중은 K팝 기획·제작 노하우·기술 유출과 장기적으로 일본 문화계에 돌아갈 반사이익을 우려했다. 일본 소니 뮤직사와 합작한 프로젝트이기에 '일본 기업'이 얻을 수익까지도 비판 대상이 됐다.

    박진영 대표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K팝 기술 유출과 수익을 맞바꿨다는 비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박 대표는 "당황스러웠다. 외국인이지만 엄연히 JYP 소속 가수고, 우리 가수"라며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그룹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은 엔터테인먼트 성장에 한계를 만든다. 세계적인 기획사가 되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들을 발굴해야 한다. 니쥬도 일본을 발판으로 전세계에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화권 멤버들로 구성된 웨이션브이가 지난 6월 국내 음악방송에 출연해 중국어 노래를 불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중국의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공식적으로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중국어 노래가 한국 음악방송에 나올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딜레마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북아시아 정세의 역사·사회적 맥락에 따라 K팝 기획력으로 제작됐지만 '국적만 다른' 미묘한 정체성이 언제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반일·반중 정서로 인해 이들을 아예 K팝 기반 아이돌 그룹으로 인정하지 않는 여론도 상당하다.

    니쥬 멤버 요코이 리마의 '전범 기업' 논란, 웨이션브이 일부 멤버들의 홍콩 경찰 지지 논란 등은 단적인 사례다.

    최근 국내에서는 요코이 리마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군수품 조달로 부를 축적한 요코이 기업의 외손녀인 사실이 알려지며 한 차례 파장이 일었다. '전범기업' 자손이 K팝 그룹 정체성을 갖고 활동 중인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웨이션브이는 멤버들 중 일부가 지난해 전세계적 이슈였던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를 과잉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밖에 다른 아이돌 그룹의 중화권 멤버들도 중국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려 비판받았다. 당시 생겨난 '아이돌 홍콩 경찰 지지' 리스트는 소비자들 사이 유효한 '거름망'으로 작용 중이다.

    결국 철저한 멤버 검증 체계와 책임감 없이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역사·사회·문화적으로 국민정서를 건드려 불만이 쌓일 경우, 기획사 자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보이콧' 차원에서 해당 기획사 전체 아이돌 그룹에 대한 소비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기획사들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 멤버 선정부터 조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해외 소비 전제로만 한다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 자체가 동북아 역사·사회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불쾌감을 일으켜 전체적으로 외면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 때 가서 후회하면 늦는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 멤버들의 인기가 다소 떨어지고, 중국어 노래를 껄끄러워하는 시장 반응은 상징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정서에 반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시장을 생각하지 않았다 해도 한류를 대표하는 이들 기획사가 사익 추구만을 위해 이런 이슈를 무시하면 발생할 문제가 상당하다. 문화적 관점에서 그런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에디터가 추천하는 꼭 알아야할 뉴스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