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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여름밤, 그 안에 담긴 가족 '남매의 여름밤'



영화

    10대의 여름밤, 그 안에 담긴 가족 '남매의 여름밤'

    [노컷 리뷰] 영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

    (사진=오누필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낮이 남기고 간 뜨거움이 채 가시지 않아 무더운, 더위에 잠 못 이루기도 하고 어쩐지 짜증스럽기도 한 그런 여름밤이다. 그러다가도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더위도, 짜증스러운 마음도 살짝 누그러드는 그런 여름밤 같은 10대의 한 조각을 담은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다.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은 여름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가 겪는 가족 이야기다.

    10대 남매 옥주와 동주는 아빠 병기(양흥주)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름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나름 질서를 갖추며 여러 꽃과 풀들이 자라난 마당을 가로질러 보이는 오래된 2층 양옥집이 옥주는 그리 싫지만은 않다.

    낯선 듯 친근함이 느껴지는 할아버지 영묵(김상동)의 양옥집에서 옥주와 동주 남매의 여름나기가 시작된다. 옥주 동주 남매의 여름날에 고모 미정(박현영)까지 함께하게 되며 두 남매와 할아버지, 이렇게 다섯 식구의 특별한 여름이 펼쳐진다.

    (사진=오누필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옥주와 옥주를 둘러싼 가족들을 담백하게 따라가며 비춘다. 삐죽하니 모나게 튀어나오는 사건도, 자극적인 전개도 없다. 인물과 공간을 비추는 카메라마저 담담한 시선을 갖는다. 그러나 그들 안을 들여다보면 감정의 파동과 갈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 세밀한 세계 사이사이로 온갖 감정과 질문이 요동친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멀고도 가까운 관계다. 밀접하기에 더 깊숙이 갈등하고 상처 내기도 한다. 아들이니까, 딸이니까 좀 더 대우받고 차별받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는 옥주와 동주, 병기와 미정 사이 미묘한 행동과 말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특히 10대 옥주에게는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혼란이 존재한다.

    가족이라도 선을 긋고 싶어지는 순간, 감정적으로 분리되고 싶은 순간에 옥주는 1층에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위치한 문을 걸어 잠근다. 하나의 장소가 분리되는 순간에 가족 사이 깊은 감정의 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버지의 가짜 나이키 운동화를 팔다 경찰서에 간 옥주와 그런 옥주를 데리고 나오는 아빠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작은 다마스 안,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아빠와 옥주지만 사이드 미러와 카메라는 각자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들 안의 불편함이 읽히는 순간이다.

    가족이니까 함께 이야기하고 논의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라서 더 말 못하고 속만 타들어 갈 때도 있다. 가족이라서, 가족이니까 라는 말은 때때로 경계를 무너뜨리고 쉽게 용인될 수 없는 것을 용인토록 만든다. 옥주와 동주, 옥주와 병기, 병기와 할아버지, 병기와 미정 사이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는 끊임없이 떠다니며 가족에 관해 묻게끔 만든다.

    (사진=오누필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조용한 듯 투닥거리며 지낸 여름날 속에서 옥주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애써 외면했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앞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시끌시끌하고 북적거리고 짜증도 나던 여름밤을 지나 가을로 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다.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실려 간 밤, 옥주는 자신의 영역 밖으로 밀어냈던 동생 동주를 안으로 품고, 할아버지의 죽음을 접하게 되자 동주를 챙겨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내내 담백하게 인물들을 쫓아 왔던 카메라가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리움이 아닌 분노라 여겼던 엄마에 대한 감정이 슬픔 앞에 본래 자리를 되찾는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은 엄마와 나머지 네 식구가 앉아 밥을 먹는 장면에서다. 이때 카메라는 동주, 아빠, 고모, 옥주를 차례대로 한 명씩 비춘다.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거부했던 옥주가 꿈속에서 엄마와 한자리에 앉아 맛있게 밥을 먹는다.

    이는 앞서 잊었던 과거를 꿈으로 만났다는 아빠, 엄마가 그리워 제3자적 시점에서 갓난아이인 자신과 엄마의 꿈을 꾼다는 고모 이야기와 맞닿는다. 옥주도 꿈을 꿨기에 한여름 밤의 꿈은 어쩌면 솔직한 옥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 세밀한 순간과 감정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려진 여름밤의 기억들은 아련하게 남아 그 언젠가를 추억하게 만든다. 긴 여운은 가족이라는 의미와 가족 관계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서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가족과 존재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오즈 야스지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실제 남매와 가족을 보는 것처럼 열연을 펼친 배우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의 호흡이 돋보이고 또 반갑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요하게 관통하는 노래 '미련'도 '남매의 여름밤'처럼 마음에 잔상을 새기며 오래도록 남는다.

    8월 20일 개봉, 105분 상영, 전체 관람가.
    (사진=오누필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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