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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너머 희망 그려낸 연극 '레미제라블'



공연/전시

    불평등 너머 희망 그려낸 연극 '레미제라블'

    [노컷 리뷰]2020 연극의 해 맞아 연극 '레미제라블' 무대에
    탄탄한 연출과 묵직한 연기로 정통연극 진수 보여줘

    극중 장발장과 코제트가 공원을 산책하는 장면(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이제부터 나 장발장은 악마가 되거나 천사가 되거나 / 저 주교보다 높이 오르거나 살인자보다 악랄해지거나 / 결코 중간에 존재하지 않겠다"(극중 '장발장' 대사)

    프랑스 극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불쌍한 사람들)은 탄탄한 구성 덕분에 그동안 뮤지컬·영화·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왔다.

    지난 열흘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선 '레미제라블'은 연극이다. 50대 연기자 그룹을 주축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매년 공연했던 작품을 2020년 연극의 해를 맞아 새롭게 각색해 다시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원작에 충실하다. 장발장의 삶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 프랑스 시민혁명(1789~1794) 당시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을 짚는다.

    극중 프랑스 시민혁명군의 모습(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굶주린 조카들을 먹일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는 장발장(윤여성·문창완)과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떼나르디에 부부, 딸 코제트를 먹여 살리려고 거리의 여자가 되는 팡틴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잘 드러낸다.

    연극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열악한 환경과 부조리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미리엘 주교(박웅·임동진·홍창진)의 호의 덕분에 개과천선하는 장발장, 현실적인 어려움을 딛고 사랑을 이루는 귀족 시민혁명가 마리우스(강호석·지상혁·박상준)와 코제트(함은정·권아름)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말 저 놈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일까. 빵을 훔치고 네 번이나 탈옥했던 인간 말종 쓰레기가 날 살려두고 날 풀어줬어 / 그놈은 알고 있을까. 바리케이트에서 허공으로 날아간 그 총알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는 사실을."(극중 '쟈베르 경감' 대사)

    특히 법치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쟈베르(하성민·임진웅)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는 장발장의 변한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며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장면은 선과 악의 구분마저 무너뜨린다.

    극중 질르노르망을 연기한 오현경(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무대 장치는 커다란 콘크리트 박스가 전부지만, 8세부터 84세까지 60명 남짓한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무대가 꽉 찬다.

    베테랑의 노련한 연기와 신인들의 풋풋한 연기가 조화롭다. '질르노르망'(마리우스의 외할아버지) 역의 오현경과 박웅은 80대다. 오현경은 출연을 고사했지만 후배들의 간곡한 청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코제트' 역을 맡은 함은정은 걸그룹 '티아라' 출신이다. 이번 작품 오디션에 14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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