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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반짝' 정치인의 기부 약속, 정말 지켰나?



사건/사고

    '그때만 반짝' 정치인의 기부 약속, 정말 지켰나?

    • 2020-08-12 09:40

    ①약속은 공개, 이행은 비공개: '기부는 했지만 생색내지 않겠다'?
    ②약속 이행은 여전히 감감: "여전히 논의중", "매각이 진행 중"
    ③넉넉한 수익, 깐깐한 기부: 찔끔 기부, 차 떼고 포 뗀 '절반 기부'
    ④약속은 나몰라라, 대놓고 무시: '대한민국과 계약'이라며 대국민 사과까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수정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입니다,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 어서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갑니까.

    ◆오수정> 최근 거액을 기부했다는 미담이 연이어 전해졌습니다.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이 카이스트에 700억원 가까이 쾌척해 화제가 됐고요, 최근 수해 상황에서 재난 지역 복구를 위한 유명인들의 기부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기부 미담에 민망한 침묵을 지키는 곳도 있는데요.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기부를 약속했다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바로 정치권입니다.

    ◇김현정> 이거 굉장히 궁금해요. 기부를 약속해 놓고도 나중에 보니 흐지부지 안 했더라, 이거를 점검해 본거에요?

    ◆오수정> 그렇습니다. 오늘 훅뉴스에서는 '그때만 반짝, 정치인들의 기부 약속' 그 이후를 4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김현정> 정치인들이 인사청문회나 선거를 앞두고 '기부 카드'를 내밀던 사례들 많거든요. 일단 훅뉴스팀에서 취재한 유형,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오수정> 첫 번째는 '약속은 공개, 이행은 비공개'유형입니다.

    ◇김현정> '기부를 하겠다'라고 공언했지만 그 이행은 쉬쉬하는 유형이요.

    ◆오수정> 대표적인 예로 1억원 기부를 약속한 김비오 민주당 전 부산지역위원장의 사례가 있습니다. 지금은 청와대 행정관이고요. 김 행정관의 기부 약속은 지난 2018년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사건 때문이었는데요. "정봉주 전 의원의 결백에 1억원을 베팅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게 발단이었습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현정> 정봉주 전 의원은 결백하다, 난 거기에 1억원 걸겠다, 기부하겠다고.

    ◆오수정> 그렇게 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증거가 나오자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증거가 나오자 김 행정관은 다시 글을 올려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베팅한 1억원을 순차적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기부 내용은 공개하겠다고 했는데요,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김비오 청와대 행정관
    "더 했죠. 기부 내용은 원하시면 공개하겠다고 했었는데, 뭐 필요하면 해야죠. 근데 여러 가지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원치 않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거기에 금액이 얼마 들어갔는지 내가 얼마 썼는지 그런 것들은 생색내기 같아서 그런 부분들은 자제를 하고 있습니다."

    ◆오수정> 들으신 것처럼 '1억원도 더 기부했다, 하지만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게 김비오 행정관의 설명입니다.

    ◇김현정> 물론 기부한 것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공개하겠다는 처음의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맞네요. '1억을 걸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것에 비춰보면 끝이 흐지부지된 것도 같고요. '정치권의 기부 약속, 그 후' 두 번째 유형은 어떤 겁니까?

    ◆오수정> '약속 이행은 여전히 감감'입니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이행을 미루는 경우인데요. 대표적인 예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부약속이 있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작년 인사청문회 당시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이 논란이 되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요. 당시 음성입니다.

    [녹취]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첫 번째로, 제 처와 자식명의로 되어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해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왔습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현정> 그 당시에 본인이 직접 발표한 내용인거죠. 당시 이런 말도 덧붙였어요. “단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입니다.” 이런 말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요. 그 후에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오수정> 그 발언이 나온 지 이제 거의 1년이 됐는데요. 취재팀이 확인해보니, 일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은, 그 웅동학원에 얽힌 채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 논의를 이어가다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경남교육청 관계자
    "기본적으로 법인에서 그걸 국립에 넘기든 자체 정리를 하든 지금 가지고 있는 채무가 우선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되거든요. 지금 이사회 쪽의 내부 생각이 채무를 정리하고 방향을 결정하자, 이런 분위기인 것 같아요."

    ◇김현정> 여기는 채무가 있으니까. 빚이 있으니까 기부를, 환원을 한다는 것을 논의 중이다. 그 문제 해결하고...

    ◆오수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답변을 조국 전 장관에게 직접 받기도 했고요. 또 사모펀드 기부와 관련해서는 조국 전 장관에게 저희가 물어봤더니 "지난 사태 이후 사모펀드의 가치가 0이 되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펀드를 공익법인에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가치가 하락해 기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현정> 기부 약속 후에 어떻게 되었나를 점검하고 있는데, 조국 전 장관은 '논의 중'인 것으로 정리되겠네요.

    ◆오수정> 그렇습니다. 또 지난 총선 때도 정치인들의 기부약속이 잇따랐는데,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그 중 하나였죠.

    ◇김현정> 총선 막바지에 재산 증식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크게 논란이 있었던, 결국 더불어시민당은 양 의원을 제명하고 고발까지 하지 않았어요?

    ◆오수정> 증여 상속받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재산이 늘었을 뿐 위법사항은 전혀 없다는 게 양정숙 의원의 해명이었죠. 그리고 상승분에 대한 기부도 약속했는데요. 당시의 약속을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양정숙 의원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상승분에 대해서는 좋은 취지로, 가계부채 해결이나 해비타트 등 좋은 취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정> 그 이후에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오수정> 네. 취재를 해본 결과, 역시나 아직 '논의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양정숙 의원실 관계자
    "그건 협의 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매각을 지금, 의원님이 지금 부동산 매각을 하고 계셔서. 그거 관련된 그거에 따라서 수익금을 쓸 수 있도록 협의를 하고 계시대요. 매각 절차도 완료가 돼야 하고. 그래서 그거는 진행을 하고 계시다고...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김현정>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부동산 매각은 쉽게 될 것 같기도 한데요.

    ◆오수정>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했으니, 가격에 욕심을 낼 일도 없을 테고요. 이제 정치인의 기부 약속 그 후, 세 번째 유형입니다. 바로 '넉넉한 수익, 깐깐한 기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흑석동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례입니다.

    ◇김현정> 김 전 대변인의 흑석동 상가, 매각 뒤 남은 차액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하면서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었는데. 부동산 투기나 특혜 대출 의혹은 없었다고 당 차원의 결론이 나긴 했죠?

    ◆오수정> 당시 논란을 떠올려보면, 서울 흑석동 상가를 사들인 뒤의 시세차익이 8억 8천만원이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대변인은 이를 매각하고 기부 약속을 지키긴 했는데, 한국장학재단에 기탁한 금액은 3억 7천만원입니다. 부동산 중개료와 세금, 그리고 그간의 대출금 이자 등을 제외한 금액이라는 게 김의겸 전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김현정> 그러면 실제 기부 금액은 시세차익의 절반이 좀 안 되는 거네요.

    ◆오수정> 이를 두고 김 전 대변인은 "시세차익보다도 70만원을 더 기부했다"이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찔끔' 기부 사례도 있습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현정> 찔끔 기부는 누군가요?

    ◆오수정>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지난 2013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전관예우 수임료 16억원을 벌었던 게 논란이 됐는데요. 당시 기부를 약속했지만, 2년 후 총리 후보로 다시 청문회에 설 때 기부 금액이 1억원에 그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질타를 받기도 했네요.

    ◇김현정> 수임료가 16억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1억원도 적은 돈은 아닌데, 수임료와 비교하면 굉장히 조금인데 박수를 받기 어렵겠는데요.

    ◆오수정> 네. 이제 마지막 네 번째 유형인데요, '약속은 나몰라라, 대놓고 무시' 유형입니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세비반납 약속을 기억하실까요? 당시 새누리당 의원 56명은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광고를 냈어요. 5대 개혁과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1년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 형태로 반납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고 이렇게 광고 했습니다.

    ◇김현정> 기억이 납니다. 신문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는데 1년이 지나서 결국 지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사과까지 했죠.

    ◆오수정> 이후 새누리당이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으로 갈라지면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약속 시한 하루 전에 부랴부랴 법안을 발의하면서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법안발의를 과제 이행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점에서 꼼수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김현정> 발의만 했으니까요. 결국 세비를 국가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은 없던 일이 된 그 사례죠. 네 가지 유형을 살펴봤는데 조금 허망해요.

    ◆오수정> 눈길을 잡아끈 약속에 비해 결과가 초라한 모습이죠. 그런데 오늘 이와 관련해 또 관심을 모으는 판결 하나가 내려지는데, 먼저 이 음성을 들어보시죠.

    [녹취]손혜원 전 의원
    "제가 갖고 있는 수십억 컬렉션한 나전칠기 박물관,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를 만들어 놓은 그 유물들을 여기다가 다 넣은 채로 (목포)시나 전남도에 다 드리려고요. 지금까지 (모은 유물을) 다 합하면 100억 원도 넘을 텐데 다 드리겠다고 얘기했지 않습니까?"

    ◇김현정> 손혜원 전 의원의 목소리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을 때, 그때 입장을 밝힌 거죠?

    ◆오수정> 목포의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미리 알고, 다른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결국 기소가 됐고요. 또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손 전 의원은 이를 부인하면서, 차명 거래 사실이 드러나면 전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한 가운데 오늘 1심 선고가 나오는 겁니다.

    ◇김현정> 오늘 재판 결과에 따라서 앞선 기부 약속이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하는 상황이군요.

    ◆오수정>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정치인들의 기부는 의무가 아닙니다. 하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님에도 논란이나 위기를 돌파하고자 ‘기부하겠다’ 먼저 나서는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죠. 반면, 들으신 것처럼 그 이행에는 소극적인 모습들이 많아 보입니다. 결국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현정> 기부가 진정한 의미를 찾기를 바라면서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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