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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직협 출범했는데 직발위?…경찰 '사조직' 논란



사건/사고

    [단독]직협 출범했는데 직발위?…경찰 '사조직' 논란

    직협 공식 출범 후 2달…'불법 사조직' 논란
    직발위, 전국 직협 상위 조직 역할
    직협법상 직협 간 연대는 '불법'
    경찰청 "법령 위반 검토 후 판단"

    (사진=연합뉴스)

     

    일선 경찰의 숙원인 직장협의회(직협)가 공식 출범한 지 2달이 지난 가운데, 직협을 연대한 사조직이 꾸려져 '불법성' 의혹이 일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각 경찰관서에 설립된 직협 간의 연대는 불가능하다.

    '직장협의회 발전위원회'라 불리는 해당 조직은 전국 직협의 상위 조직을 자임하며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과 원칙을 최우선으로 내세워야 하는 경찰이 정작 이를 어기고 있다는 논란을 자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협 출범 두 달 만에 '직발위' 불법성 논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공무원직장협의회법 개정에 따라 경찰은 지난 6월 11일부터 직협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직협은 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 업무능률 향상, 고충처리를 목적으로 기관장과 협의할 수 있는 기구다.

    해당 법은 1998년 제정돼 6급 이하 공무원들은 직협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그간 직협을 만들 수 없었다. 일선 경찰들의 숙원이 22년 만에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직협이 본격적인 닻을 올린 지 두 달만에 '불법성'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CBS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경찰 직협 간 연합 조직인 '직장협의회 발전위원회'(직발위)는 지난 5월 29일 설립돼 오는 9월 30일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협법 제2조에 따르면 '협의회는 기관 단위로 설립하되, 하나의 기관에는 하나의 협의회만을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하나의 경찰관서의 하나의 직협을 설립할 수 있고, 직협 간 연대는 불법이다.

    직발위에 소속된 각 경찰관서 직협 대표는 25명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비공개 SNS에는 200여명의 경찰관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 직발위의 전신은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였다. 준비위는 지난해 12월 직협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각 경찰관서의 현장활력회의 대표들이 모여 투표를 통해 선출했다. 현장활력회의는 민갑룡 전 경찰청장 시절 만들어진 직협 전 단계 조직이다. 준비위는 6월 10일까지 운영되며 각 경찰관서에 직협이 설립되기까지 지원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준비위는 지난 5월 29일 열린 '직협 대표자 간담회' 자리에서 공식 안건에도 없던 '직발위 위원장 선출 안건'을 투표로 상정했다. 당시 일부 직협 대표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보이콧'을 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투표는 진행돼 준비위는 직발위로 전환, 오는 9월 30일까지 활동이 연장됐다.

    전국 경찰 업무전산망(내부망)인 폴넷의 자유게시판 '현장 활력소'에는 이러한 직발위의 행보에 대해 성토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경기 지역 한 경찰관은 "직발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갑작스레 상정된 안건에 반대를 했다"며 "정확한 공지도 없이 당일 추천을 받아 선거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준비위의 월권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직협은 현행법에 의하면 연합이 금지되어 있다. 시행령을 바꾸지 않는 한 직협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연합회 형식의 모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직발위가 직협을 대표하는 단체인 것처럼 전국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발위 관계자는 '불법성' 의혹에 대해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직발위는 전국 직협을 대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라면서도 "직협 발전과 일선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연구하는 활동을 한다. 회비를 걷지 않고 회칙도 없어 연대와 관련한 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직발위 기습 상정' 지적에 대해선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위해 며칠 전 SNS로 미리 공지를 했다"며 "보이콧을 한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투표를 진행했고, 과반수 찬성을 얻어 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SNS 공지에 대해 경찰 내부망에서는 "초등학교 회장 선거도 언제 회장 선거를 할 것인지 절차를 밟는다", "12만 경찰을 대표하는 위원장을 선출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이 어안이 벙벙할 뿐" 등의 비판 글은 여전한 상황이다.

    ◇직발위 "직발위, 고성서 경위 조사 파견"…경찰청 "공동조사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직발위는 현재 위원장, 조직국장, 대외협력국장, 사무국 등 조직을 갖추고 각 현안에 권한 행사를 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최근 대표적인 활동은 '강원 고성경찰서 A경위 감찰' 사건이다. A경위는 지난 6월 속초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 사고를 내고 직위해제됐고, 같은 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A경위의 죽음에는 경찰청의 '별건 감찰' 등 무리한 조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지난달 6일부터 23일까지 특별조사를 진행했고 별건 감찰 등이 확인돼 시민감찰위원회를 개최, 그 권고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사안은 마무리됐다.

    직발위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지난 10일 경찰 내부망에 '위원장 등 임원진 일동'이라는 글을 게시해 "경찰청에 합동조사를 요청했고, 인권조사를 했다"며 "전직원이 관심가져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경찰관의 의문있는 죽음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뒤 당시 민갑룡 전 청장에게 요구해 직발위 관계자들을 경찰청 조사팀에 파견했고, 이같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 직발위의 주장이다. 직발위 관계자는 "사안이 심각해서 조사를 요구했고 민 청장이 승낙해 직발위에서 3명을 투입했다"며 "직접 발로 뛰며 조사를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은 입장이 달랐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직발위가 한 것은 없다"며 "사안을 감안해 지역 현장 경찰관을 참여시키긴 했지만 조사는 안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지 감시하고 의견을 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직발위는 오는 20일 국회에서 '자치경찰 대토론회'도 예고하며 직협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말이 아닌 정당한 행동으로 경찰의 목소리를 낸다는 취지에서다.

    ◇행안부 "직협, 단결권 없다"…전문가 "경찰 조직 특성 맞게 단계 밟아야"

    직발위의 활동에 대해 직협법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활동의 범위'를 면밀히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직협은 노동조합과 달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기에 이를 어기면 불법 소지가 있다"며 "회비나 회칙이 없다고 해서 연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조직의 행위가 직협법이 정하는 범위에서 월권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역시 행안부에 직발위의 활동에 대한 자문을 구하며 불법성 검토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직협법상 하나의 경찰관서에서만 직협은 존치하도록 명시가 돼있다. 그런 법령 테두리 내에서 유지를 해야 한다"며 "법령 위반 소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협이 이제 막 출범한 '과도기적' 성격에 있는 만큼 법이 규정하는 한도 안에서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동국대 곽대경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직협이 아직 안정화 단계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자격 시비에 걸리면 설립 취지에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 조직 자체가 사회 안정, 법 집행, 질서 유지, 집단행동 관리 등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특수성에 맞게 직협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이 실행되는 법 집행을 할 것"이라며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 법을 위반하면 안된다. 가장 엄격하게 처리하고 교육도 거기에 맞춰 더 철저하게 시켜나가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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