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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시간들 외



책/학술

    [신간]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시간들 외

    누가 봐도 연애소설·신라공주 해적전·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시간들 / 김이설 지음 / 밀리의 서재 펴냄

    김이설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가족이라는 혈연 공동체의 족쇄에 발이 묵인 한 여성의 지리멸렬한 삶과 그 속에서도 오직 희망인 시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작가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참혹하기까지 한 주인공의 삶을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글쓰기(시)에 대한 열정을 대비시켜 곧 잡힐 듯 아슴프레한 희망을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어려운 집안 살림살이와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 여동생의 아이들을 살피기 위해 본인의 행복조차 미루고 사는 40대 미혼여성이다.

    그녀는 열심히 육아와 집안일을 담당하지만 어떤 인정도 받지 못하는 삶, 오직 희망인 시를 쓰기는커녕 깊은 밤 남의 시를 옮겨 적어보는 필사조차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린다.

    자기를 잃어버린 절망과 고통. '나'는 그렇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시집의 한 페이지를 절박하고 절실하게 필사하며 결국 자유를 찾아 독립한다.

    160여페이지의 경장편 소설로 작가가 소설 속 여러 문장들을 필사해 부록처럼 붙여놔 이야기 속 '나'의 처절한 필사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 누가 봐도 연애소설 /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재기발랄한 중견 소설가 이기호의 첫 연애소설이다. 이기호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문체와 능청스런 유머, 애잔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이야기 30편이 담겨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아주 평범하거나 어딘가 모자란 사람 또는 아픈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신보다 더 모자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야기다.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편의점 알바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따뜻한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집 청년과 친구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쓰고 안절부절하는 남자, 이혼하고 고향에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노총각 이야기 등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기호는 "세상 모든 소설은 다 연애소설이라고 하던데, 나에게 그건 연애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힌 말이라기보단 소설을 쓰는 마음에 대한 가르침으로 들린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이 절반이니까"라고 말한다.

     

    ◇ 신라 공주 해적전 / 곽재식 지음 / 창비 펴냄

    분야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곽재식의 소설이다.

    신라말을 배경으로 '세상의 온 바다를 치마폭에 담고 있다'는 당찬 사기꾼 장희와 얼뜨기 서생 한수생이 만나 서해의 온갖 해적을 물리치고 망국의 공주를 구하는 유쾌한 활극이다.

    장희는 장보고의 무리를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하던 재주로 한 밑천 잡아보려는 여인이다.

    한수생은 깊은 산 속에 살며 농사일과 글 읽는 것만 할 줄 아는 사람인데 마을사람들과의 오해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급히 도망치다 장희에게 도움을 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 장희가 한수생을 데리고 서쪽 바다로 나아가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작가는 대포고래와 서대사법 등 소설에 사용한 여러 소재의 역사적 기록을 하나하나 밝히고 어떤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도 세세히 알려준다.

    ◇ 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 / 손성진 지음 / 도서출판 개마고원 펴냄

    일본에 과거사를 잊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에 앞서 우리부터 과거를 기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에서 우리의 기억에서 그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는 20인의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한 책이다.

    8도 연합 의병대를 통솔해 일본군과 싸웠으며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가 된 허위, 아우내 만세운동의 진짜 주역 김구응, 미국에 군사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한 박용만, 연해주에서 빨치산을 이끌었던 김경천, 만주 독립군 3대 맹장으로 꼽혔던 김동삼과 오동진 등의 이야기다.

    저자는 광복후 분단에 따른 이념의 문제로, 정치적 이유로 또 자료가 부족하고 업적을 알릴 후손들이 없었다는 현실적인 이유들로 이들 독립운동가들이 잊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기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버린 후손인 것이며 이 나라는 제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을 버린 미래 없는 나라라는 저자의 통탄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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