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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죽음까지 부른 스포츠 악성댓글, 실명제 도입할 때다



칼럼

    [칼럼]죽음까지 부른 스포츠 악성댓글, 실명제 도입할 때다

    [김규완 칼럼]

    고유민 선수 죽음 부른 악성댓글, 더 이상 방치안돼
    욕설, 허위사실을 넘어 가족 공격까지
    댓글기능 무조건 폐지는 곤란
    실명제 도입으로 책임감 있는 의견의 장이 되도록
    포탈과 국회는 관련 규정 마련에 적극 나서야

    프로야구 박병호 선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이다.

    시즌이 되면 당연히 박병호 선수와 관련된 기사가 거의 매일 쏟아진다.

    그런데, 박병호 선수와 함께 따라다니는 유명한 네티즌이 있다.

    바로 '국거박'이라는 댓글러(댓글을 쓰는 사람)이다.

    국거박은 '국민거품박병호' 라는 아이디의 줄임말이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그는 수년 동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박병호 관련 기사에 악성댓글, 이른바 악플을 달아 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가 얼마전 댓글세상에서 사라졌다. 박병호 선수 소속사측이 국거박에게 그동안의 악플을 모아 법적대응에 나서자 스스로 아이디를 없애고 사라진 것이다.

    국거박이 사라졌다고 스포츠계에 악성댓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자배구 프로선수로 7년 동안 활약했던 고유민 선수가 지난 31일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주변 사람들은 지속적인 악성댓글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전했다.

    고(故) 고유민 선수는 팀의 주전 리베로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자리를 맡으면서 부진을 보이자 악성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올해 3월 팀을 이탈했지만 이후에도 악성댓글이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선호 멘탈코치는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유민 선수가 '돈 떨어져도 배구판에 다시 돌아오지말라'는 댓글 등을 거론하며 끊임없이 울었다"고 전했다.

    이런 판을 깔아준 포탈사이트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연예계에서도 악성댓글로 인한 연예인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포탈측은 연예 기사에 댓글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스포츠 기사에도 댓글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故) 고유민 선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배구연맹(KOVO)는 고유민 선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포탈측에 공문을 보내 "연예기사의 댓글을 폐지했지만 스포츠 기사에는 댓글이 유지돼 악성댓글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댓글 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4일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댓글서비스를 아예 폐지하는 것에 대해 스포츠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일부 악플러들의 문제를 연예계와 동일시해 스포츠계에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경우 댓글이 경기를 평가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고 감동을 공유하며 팬심을 확장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LG트윈스의 오지환 선수의 병역회피 논란은 프로선수의 병역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LG 오지환.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오지환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30살이 다 되도록 입대를 계속 미뤄오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선발돼 병역을 면제받았다.

    문제는, 오지환 선수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경기력을 폄훼하고 심지어 그 가족까지 공격하는 것은 관용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범죄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제는 포탈 스포츠 기사에 댓글 실명제를 즉각 도입할 때다.

    익명의 뒤에 숨어 욕설과 비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것까지 표현의 자유로 용인해서는 안된다.

    포탈사이트측은 댓글 서비스에 자동삭제나 댓글 모아보기 기능 등 지엽적인 서비스를 늘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실명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도 악플러에 대한 처벌과 배상 등 관련 법안 마련에 하루 빨리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2의 국거박이 나오고 제2의 고유민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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