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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향한 가장 큰 편견은? "실력 없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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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을 향한 가장 큰 편견은? "실력 없다는 거요"

    [노컷 인터뷰]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쓴 대중문화 저널리스트 박희아 ②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신간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저자이자 대중문화 저널리스트인 박희아 씨를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달 24일 나온 신간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는 지난해 발간한 '무대 위의 아이돌'의 개정증보판이다. '아이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쓴 박희아 씨의 4번째 단독 저서이기도 하다. 웹진과 지면에서, 라디오와 TV에서 아이돌과 그 산업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해 온 박희아 씨는, 1:1 인터뷰가 매우 어려워진 매체 환경에서 적지 않은 아이돌을 만났다. 아이돌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취재하고, 그들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첫째는 '아이돌'에 대한 논의가 너무 얕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아이돌에게 편견이 있다는 점이다. 아마 이 주제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지도 모른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박희아 씨는 아이돌에 품은 가장 큰 편견으로 '실력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너무 큰 편견"이라고도 강조했다.

    ◇ 아이돌이 직접 말한 '자기 얘기'에, '아이돌'이란 말을 뺀 까닭

    2019년작 '무대 위의 아이돌'은 아이즈원 이채원, 청하, 세븐틴 호시, 빅스 레오, 방탄소년단 제이홉 5인에 SF9 찬희, 아스트로 문빈, 오마이걸 유아 3인이 추가됐고 제목도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로 바뀌었다. 지속해서 '아이돌'이라는 키워드 아래 작업물을 선보인 와중에 왜 '아이돌'이란 말을 뺐는지 궁금했다.

    "한국 대중음악산업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분들도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되게 보수적으로 변한다"라고 운을 뗀 박 씨는 "'아이돌'을 명시하는 게 당연히 필요하고,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기도 해서 갖고 가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팬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으면 책을 펴 보는데, 팬이 아닌 사람들은 펴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서점 아동 코너에 가면 '아이돌 되기'라는 꾸미기 책이 굉장히 많고 잘 팔리는데, 정작 아이돌의 생활과 심리 등에 관해 깊이 있게 자세히 얘기하는 책은 잘 안 나온다. 대중이 관심을 두는 건 '아이돌 옷 입히기' 정도로 보인다는 게 되게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저자 입장에선 '아이돌'을 명시 못 하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대중이 한 번 펴볼 수는 있게 하자 해서 과감히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이 여덟 명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아이돌 활동을 마친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그들의 삶 자체가 무대이지 않나. 그걸 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돌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 점이 감성적으로 다가오면 적어도 한 번은 펴 보지 않을까 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아이돌 멤버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즈원 이채원, 청하, 방탄소년단 제이홉, 빅스 레오, 세븐틴 호시 (사진=각 공식 페이스북)

     

    박 씨는 또한 "저도 되게 많은 아이돌을 인터뷰했지만, 이 책 인터뷰할 때 느낌은 좀 달랐다. 자기 삶에 대해 훨씬 더 정리정돈이 잘된 이들이 그걸 처음으로 공개하는 거다 보니까 굉장히 빛난다. '이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유아 씨, 문빈 씨, 찬희 씨 세 사람도 되게 좋아하고 행복해했다"라며 "본인들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고, 나오면 직접 사서 보겠다고 한 아티스트도 있었다. 그런 반응 들으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 연예 산업 안에서도 레벨을 정해서 바라보는 시선 존재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팝이 한국 밖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각종 화려한 수식어가 붙고 상찬의 대상이 되지만, 동시에 아이돌은 여전히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위치에 서 있다. 박희아 씨 역시 '아이돌 전문 기자'이자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너무 자주 '편견 어린 말과 태도'를 목격했다. 그중 제일 심한 편견은 무엇인지 물으니 "실력 없다는 것, 너무 큰 편견"이라고 답했다.

    박 씨는 "2020년인데도 아이돌 음악을 공장에서 찍어낸 음악이라고 하고, 기획사를 곧 공장으로 보고 아이돌을 그 안에서 찍어내는 상품이라고만 보는데, 그 아이돌이 실력 없다고 한다. 20년 넘게 구축해 온 시스템이 있고 완성도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건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배우나 솔로 아티스트들보다 아이돌이 자기 의사를 적게 표현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아무 감정 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어요. 지금 아이돌들은 얘기 나눠보면 짧게는 1년에서 3년 사이 계획부터 이후 계획까지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자기 삶을 그리는 친구가 많아요. 사람들은 배우들이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는지나 몇 년 뒤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궁금해하면서 아이돌이 그 곡 안에서 어떤 표현을 했는지, 아이돌 이후의 삶이 어떤지 등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같은 연예 산업 안에서도 레벨을 나누고 바라보는 데서 가장 큰 편견이 발생한다고 봐요."

    아이돌을 심도 있게 접근하는 '기자'로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도 배웠다. 박 씨는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팬들이 읽어내는 것과, 이 산업과 분야에 전문화된 기자가 읽어내는 데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라면 어떤 멤버가 어떤 위치에서 몇 년 동안 활동하면서 데뷔 초와 현재 어떻게 달라지고 성장해 왔는지를 연결해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아이돌 전문 기자의 역할이고 거기에 필요한 건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이다. 팬으로서가 아니라 내가 연구할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그걸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희아 씨가 쓴 '아이돌' 시리즈. '아이돌의 작업실'과 '아이돌 메이커'

     

    또 한 가지 깨달은 것도 있다. '어떤 팬덤과도 친해져선 안 된다'는 것. 박 씨는 이 부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물론 제가 어떤 그룹을 칭찬했을 때 그 그룹 팬덤이 그걸 회자하면서 좋아하거나, 반대로 그 그룹을 비판했을 때 팬들이 저를 싫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제가 그 팀과 일하며 보고 판단하고 공부한 걸 바탕으로 음악과 퍼포먼스를 분석할 때, 팬들의 반응이 고려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지금은 저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더라도 언젠가 어떤 아이돌을 비판하게 되면 바로 저를 '그 아이돌을 싫어하는 기자'로 생각할 수 있어요.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았고요.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 이거였어요. 거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정도로 내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의 장점을 부각하는 글쓰기를 좋아해서 이런 인터뷰를 기획하고 계속 만들어 온 거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산업을 비판하는 시각을 안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어쨌든 제 시각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해요."

    ◇ 앞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것

    박 씨는 특정 매체에 속해 있을 때부터 프리랜서인 현재까지 계속해서 아이돌에 관해 아직 들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 그 방식이 '인터뷰'인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기본적으로 제가 사람을 좋아한다. 스스로 유일하게 긍정하는 수식어가 박애주의자일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는데, 기자로서는 자칫하면 '기록만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겠더라. 그래서 인터뷰란 형식을 생각했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과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인터뷰는 적절한 방식이었다. 박 씨는 "제가 섭외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만한 사람들을 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으면 좋은 의미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했다"라며 "지금은 인터뷰집을 여러 권 낸 기자라는 게 제 브랜드가 되기도 했고"라고 말했다.

    아이돌 인터뷰집이 거의 없었던 환경도 한몫했다. 박 씨는 "저 무대에 있는 사람을 무대 바깥으로 데려와서 그들의 일과, 일하고 있는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까지 들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인터뷰집이 아니라 수필집으로 쓰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박 씨는 "개정증보판이 원래 잘 팔리기가 어렵다. 출판사나 저자나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가는 작업인데, 그 작업을 받아들여 줘 출판사에게 고맙다. 관심 가져준 팬들에게도 고맙다. 고마운 사람이 훨씬 더 늘었다. 책 한 권 나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대중문화 저널리스트 박희아 씨 (사진=황진환 기자)

     

    지금까지 각 분야에서 아이돌의 일부를 만들어 온 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이 직접 말하는 음악과 퍼포먼스에 관해 책을 낸 박 씨. 최근에 관심을 둔 것은 '아이돌이 하는 연기'다. 그는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 하는 TV 연기가 다르지 않나. 이 연기 틀이 어떻게 다른지 진지하게 연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아이돌 이후의 삶을 꾸려나가기 시작한 분들을 포괄해서 연구해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참여해 준 이들을 포함해 '아이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 하나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든 게 술술 풀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습생 생활부터 포함해서 굉장히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에 뛰어들게 되고, 그때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이나 깨닫는 것들이 자산이 되어 훗날의 자신이 버틸 힘을 주는 거라고 봐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주는 잠깐의 반짝임만 믿으면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건강 문제도 그래서 얘기할 수밖에 없고, 팬들을 대할 때 그들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란 걸 잊지 않아야 할 이유가 거기 있죠. 사랑받는 아이돌이란 껍데기를 벗고 사회에 나왔을 때, 자신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또, 여자 아이돌들의 경우에는 자신감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미 차고 넘치는 경력을 갖고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며 자기를 뒤로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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