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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박기웅 "준수와 싱크로율 높다면 사회생활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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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인턴' 박기웅 "준수와 싱크로율 높다면 사회생활 힘들 것"

    [노컷 인터뷰] '꼰대인턴' 남궁준수 역 박기웅 ①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남궁준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기웅을 만났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약 해시태그를 붙인다면 '#지편한세상'일 것이다.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는 '세상 제멋대로'인 인물이니까.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 수 있을 만큼 안하무인이고 예의는 뒷전이며, 아무리 임원이라지만 그걸 다 고려해도 '직장 다니는 사람의 느낌'은 아니다. 이렇게 '골 때리는' 인물 남궁준수를 보고, 박기웅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전체 리딩도 마친 상태에서 막차를 탔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남궁준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기웅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보통 미니시리즈가 16부작인 것과 달리 12부작이어서 왠지 뭔가 더 남은 기분이라는 그는, 함께 출연한 김응수가 보내주는 꽃 사진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즐거운 현장이었냐는 물음에 '자유롭게 했다'는 박기웅. 그에게 '꼰대인턴'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었다.

    ◇ '골 때리게 재미있었던' 드라마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이하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 일터 사수기를 그린 코믹 오피스물이다. '옹골'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팀 인턴일 때 갖은 수모를 당했으나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가열찬(박해진 분)과 '옹골', '준수식품'에서 딱 반대 위치에 있는 이만식(김응수 분)을 중심으로 회사 이야기를 그린다.

    박기웅은 '꼰대인턴'에 거의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본인 스스로도 일 시작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재미있는 대본 덕이었다. 박기웅은 "'하, 이건 골 때린다~ 재밌다' 했다. 그게 제 첫 번째 가치 기준이다. 대본이 재밌어야 한다. 저예산이건, 단막극이건 대본이 재밌어야 한다"라며 "제 캐릭터가 재밌어야 하고 흥미 있고 연기하고 싶은 그런 걸(마음을) 끌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구성'이었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시니어 인턴 이만식 역의 김응수,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장 안상종 역의 손종학, 준수그룹 총수 남궁표 역 고인범까지.

    박기웅은 "너무 좋은 분들이라는 걸 안다. 선생님들은 업계에서도 되게 인기 많은 분들이다. '아, 이거 하면 무조건 분위기는 좋겠다' 싶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기웅이 맡은 남궁준수는 극중 준수식품 대표이지만 실상은 바지사장에 불과한 인물로, 마케팅영업팀장 가열찬(박해진 분)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질투한다. (사진=MBC 제공)

     

    박기웅이 대본을 보며 느낀다는 그 '재미'는 무엇일지 물으니, 그는 "보편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저도 매니악한 구석이 있으니까. 예를 들어 저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엄청 좋아하는데 예전만 해도 그분은 매니악한 분들이 좋아하는 분이었다"라며 "대중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 많이 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대본만큼이나 '꼰대인턴' 선택에 큰 영향을 줬던 '선배 배우'들은 역시 달랐다. 박기웅은 "손종학, 김응수 선배님은 진짜 슬렁슬렁하시는데도 가장 강력한 취권 같다. 다 통달하신 거다. 말도 안 되는 신까지 다 만들어낸다"라며 "젊은 배우들이 아무리 까불어도 중년 배우들의 저런 관록과 힘에는 발끝에도 못 미치겠다, 명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걸 많이 배운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보면 슬렁슬렁하시는 것 같은데 편집 포인트를 다 짚으셨다. '저 정도로 하셔도 되나?' 했는데 방송 나오는 걸 보니까 (제 예상이) 아닌 거다. 더 보고 배우게 된다. 우리 관점으론 발견하지 못한 것까지 하고 계셨으니까"라고 부연했다.

    ◇ '안하무인' 남궁준수를 표현하는 법

    박기웅이 연기한 남궁준수는 재벌 2세로 준수식품의 대표이지만 실권은 없는 처지다. 한 마디로 '바지사장'이다. 경리부터 시작해 전무이사가 된 구자숙(김선영 분)에게는 "비싼 걸 입었는데 싸구려 냄새가 나지?"라고 모욕을 주는 건 기본이고, 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을 때 도와줬다는 이유로 인턴 이태리(한지은 분)에게 사귀자고 해 놓고는 '나 없으면 죽네 사네' 하는 한 여성을 포기할 수 없다며 셋이 함께 가자는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자다.

    남궁준수의 도를 넘은 특이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스타일링이었다. 스타일리스트 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런 아이템을 써도 될까, 하는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말해뒀다. 연기할 때 의상과 소품이 분명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박기웅은 "일단 정상이 아니지 않나"라고 웃으며 "'나는 사장이니까 이래도 돼'가 아니라 '그냥 입고 싶은 거 입을 건데?' 이런 아이인 거다. 그게 연기할 때도 도움을 많이 줬다"라고 말했다.

    남궁준수는 본인보다 한참 연장자여도 본인보다 직위가 낮으면 굳이 존댓말을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사귀자고 하면서도 그동안 만나는 여자를 다 정리할 수는 없다고 우기는 캐릭터다. (사진='꼰대인턴' 캡처)

     

    누가 뭐라고 하건 전혀 개의치 않는 캐릭터여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연기했다. 세자 역을 맡은 전작 '신입사원 구해령'에서 위엄 있게 각 잡고 있을 때와는 달랐다. 박기웅은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며 "이번 작품에선 회의할 때도 이러고 앉아있고 그랬다. 사무실에서도 다리 올리고. 그게 대본에 나와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얼마나 자유롭나"라며 "준수 캐릭터가 (처음부터) 그렇게 잡혀 있어서 그런가 웃어서 NG를 내도 모르더라. 되게 재미있었다"라고 밝혔다.

    보통 사람의 상식선을 벗어난 캐릭터였기에 연기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지 않을까. 박기웅은 배우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면서 애드리브를 해나갔다고 밝혔다. 이만식 인턴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형, 나 지금 사장이야", "얼굴 많이 상했네?" 등의 대사를 모두 반말로 한 것도 사전에 김응수, 남성우 PD와 다 얘기한 것이었다.

    술자리에서 나와 사귀고 싶으면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들을 다 정리하라고 하는 이태리의 요구에 '계산되지 않은 것'을 한 적도 있었다. 박기웅은 "취한 연기를 하다 보니까 약속이 안 된 걸 한 거다. 랩을 해 버렸다. 메이킹 영상에도 나오는데 걔(한지은)가 갑자기 대사를 까먹고 너무 당황한 거다. 갑자기 제가 너무 랩을 해 버리니까. 뒤에 다시 찍긴 했는데, 그런 건 미리 얘기를 해야 하는 거다. 미안했다. 근데 그 뒤에는 걔가 그걸(제 랩을) 받아서 하더라. 분명히 생각했을 거다. '와, 이 오빠같이 연기해도 되는구나!' 하고"라고 말했다.

    남궁준수와 본인 성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묻자 박기웅은 "준수 같은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은 사람은 없을 거다. 높다면 사회생활이 힘들 것 같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캐릭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재미있는 드라마의 재미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저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다르니까"라며 "저도 하면서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거 이상 자유로운 캐릭터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잘 볼 수 없는 캐릭터였던 만큼 남궁준수 역을 향한 박기웅의 애정도 컸다. 가능하면 남궁준수 역할을 더 길게 해 보고 싶었다고. 박기웅은 "제가 12부작을 처음 해 봐서 그런가 조금 짧긴 짧더라"라며 "이때까지 했던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시작하고 6주면 끝나버리니까 짧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만약 이게 너무 힘들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면 12부작이어도 아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

    배우 박기웅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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