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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가 만난 유빈, 그가 준우를 살려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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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혜가 만난 유빈, 그가 준우를 살려준 이유

    [노컷 인터뷰] 정체불명 존재들의 위협, 그 속에서 살아남아라 ②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유빈 역 배우 박신혜 - 1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아파트를 둘러싼 상황이다.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들이 살아있는 이들을 공격하고 물어뜯는다.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겼다. 바깥 세상과 소통할 방법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넓은 아파트 단지 안 생존자는 유빈뿐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게 유빈(박신혜)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유빈은 남아있는 식량을 확인하고 조금씩 잘게 나눴다. 부비트랩을 만들어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했다. 거실 한가운데 나만의 작은 요새를 만들고 내게 필요한 모든 걸 요새 주변에 뒀다. 언제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다. 이제 홀로 남은 유빈이 해야 하는 건, 끊임없이 생존을 향한 의지를 일깨우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건너편 아파트에서 생존자를 발견한다. 생의 불씨가 꺼져가던 준우(유아인)에게 시그널을 보낸다. 그렇게 준우를 살리고 함께 생존의 의지를 다져나간다. 영화 '#살아있다' 속 또 다른 생존자 유빈 역의 배우 박신혜는 "준우가 본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 할 때 유빈이 나타나며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신혜를 만나 '#살아있다' 속 유빈을 연기한 건 배우로서 어떤 경험이었는지에 관해 들어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박신혜, 유빈이라는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흥분은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같을 거예요. 내가 읽어보지 않았던 시나리오,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다 보니 '#살아있다'를 선택하게 됐어요. 확실히 30대가 되고 나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동안 나이대마다 잘 할 수 있는 것, 잘 어울리는 것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지금대로 잘 할 수 있고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 같아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준우는 전형적인 디지털 세대의 모습을 갖고 있다. 생존 물품조차 드론,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다. 어딘가 즉흥적이면서도 어설프게 생존해나가는 준우와 달리 유빈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한 계획하에 생존 전략을 짜는 인물이다. 생존 도구도 손도끼, 무전기, 산악 캠핑용품 등 아날로그적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집 안으로 침입할 것을 대비해 부비트랩을 만들고 거실 한가운데 자신만의 요새를 만든 유빈은 어쩌면 애써 두려움을 누르고 침착함이라는 가면을 쓴 건지도 모른다.

    "제가 생각하는 유빈은 본인의 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소리 나는 걸 최소화하고 행동반경을 줄이기 위해 작은 요새를 만들어 손만 뻗으면 필요한 물건을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죠. 계획적인 유빈이 준우라는 인물을 만난 뒤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면서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준우로 인해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서로 같이 희망을 얻어가요."

    박신혜는 극 중 유빈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유빈처럼 계획적이진 못하지만 유빈처럼 겁 없이 뛰기는 했을 거 같다. 준우와 유빈이 영화 속에서 '우리는 아직 사람이잖아'라며 사람일 때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려 한다. 그런데 나는 일단 뛰고 볼 거 같다. 감염되더라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유빈은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웠다

    나만이 생존자인 줄 알았던 유빈은 준우를 발견한다. 마침 준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고 있었다. 유빈은 레이저 포인터로 준우를 향해 생존 시그널을 보낸다. 그 시그널이 준우의 목숨을 살리고, 결과적으로 유빈도 살리게 된다.

    "유빈이 주체적인 캐릭터 같다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유빈 또한 준우처럼 본인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 한 사람이에요. 유빈은 준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죠. 그래서 준우를 살려줬다고 생각해요. 유빈 자신이 외로워서, 혼자 있기 싫다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남겨지는 게 정말 무서우니까요. 그래서 유빈이 그런 대사를 해요. 내가 살려준 게 아니라 준우씨가 살고 싶어서 사는 거라고."

    영화 중반이 되어서야 유빈이 등장한다. 영화가 앞서 중반까지 준우라는 인물에 관해 설명하고, 그가 혼자 생존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 변화를 겪는지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반면에 유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유빈과 유빈의 주변, 유빈의 말과 행동을 보며 관객이 그에 관해 알아가길 원한 것이다.

    유빈의 작은 요새, 준우를 살려준 후 하는 유빈의 말, 유빈 위로 잠시 비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흔적 등을 통해 유빈이 어떻게 혼자 버텨왔는지를 알려준다. 따로 설명하지 않은 건 앞선 준우의 시간이 유빈의 시간과 어느 정도 겹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난 괜찮아'를 외치던 캐릭터에서 현실의 캐릭터로

    유빈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순응하는 캐릭터다. 넘어지면 넘어졌다고, 쓰러지면 쓰러졌다고 인정하는 인물이 유빈이다. 개인적인 면모도 있지만 준우를 살려주고, 준우를 만나며 조금씩 변화한다. 이런 유빈은 그동안 박신혜가 연기해 온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밝고 씩씩하고, 온갖 시련 앞에서도 긍정적으로 '난 괜찮아' '난 할 수 있어'를 외치는 캐릭터가 많았다.

    "유빈 캐릭터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다른 캐릭터와는 또 다른 요소가 적용된 인물이에요.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전에는 '할 수 있어' '괜찮을 거야'였다면 유빈은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해'라고 하는 인물이에요. 본인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긍해버리죠. 그러면서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유빈은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예요. 앞으로는 이렇게 조금은 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신혜는 '#살아있다'를 통해 지금껏 자신이 쌓아 온 캐릭터들과는 다른 모습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삶에 또 다른 결을 덧입혔다. 배우 박신혜의 운신 폭도 조금 더 넓어졌다. 극 중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들에 둘러싸여 생과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할과 역할이 지닌 고민이 박신혜에게는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 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잘 살아남았음을 웃으며 추억하는 날이 오기를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찍으며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한 박신혜, 배우로서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박신혜에게 물었다. '살아있다'는 말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말이다.

    "여전히 살아있다는 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숨 쉬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아침에 눈 떠서 고양이와 하루를 보내는 것도 살아있는 거고요. 엄청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데 언젠가 숨이 다할 때까지, 내가 죽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것, 그게 살아있음인 거 같아요."

    공교롭게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영화 속 준우와 유빈처럼 타인과 교류가 어려워지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등을 고민하는 시대가 왔다. 현재와 영화가 맞물린 만큼 관객에게도, 박신혜에게도 '#살아있다'는 남다른 의미로 남게 되지 않을까.

    "고립된,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관객분들이 '#살아있다'를 본다면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서 희망을 갖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극 중 유빈이 되어 준우와 만난 제가 용기를 얻고 희망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죠. 많은 분이 이 작품을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영화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가 잘 이겨냈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이 힘든 시기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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