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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는 왜 '취준생 제로섬 게임' 됐나



사회 일반

    인국공 사태는 왜 '취준생 제로섬 게임' 됐나

    [노컷 딥이슈] 별도 임금 체계·직군 해명에도 분노 확산
    "'꿈의 직장' 취업 기회 공정해야…전원 공개 경쟁 채용" 촉구
    기존 일반직 노동자들은 빠지고…비정규직 대 취준생 '을 대 을' 구도
    청년단체 "우리가 공정에 민감? 양질의 일자리 있었다면 이랬겠나"
    노동 전문가 "다른 과정, 동일 결과면 특혜…노동 소득 높이는 과정"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진화에 나섰지만 인천공항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들 1902명의 본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공정·역차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청와대와 공사가 해명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직무와 채용 과정을 따져볼 때 '알바생'(아르바이트생)으로 볼 수 없고, 치열한 채용 경쟁을 뚫고 입사한 기존 일반직과는 임금 체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대다수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는 '일반직' 신규 채용 인원 역시 직군이 달라 감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특수경비원 교육기관에서 88시간의 전문교육과 현장 직무교육 80시간 등 총 28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이후 서울공항항공청에서 주관하는 인증평가를 통과해야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단순 '알바'로 보기엔 전문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과 복리후생 등 세부 내용을 보면 이들은 일반직과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별도 직군'이기에 현재보다 3.7% 오른 평균 385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 이 상승폭은 앞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책정됐다.

    2019년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반직 초임은 4589만원이며 전체 직원의 평균 보수는 8398만원이다. 다만 복리후생은 일반 정규직과 차이가 없다. 지난해 정규직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505만원이었다.

    전원이 '무조건' 채용되는 상황 역시 아니다. 1902명 중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입사한 800여명은 별도의 공개 경쟁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해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탈락자 구제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취준생들의 반발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임금 차등, 별도 직군 등과 관계 없이 공사처럼 고용 안정이 보장된 '꿈의 직장'에 취업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점 등 유리한 조건으로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여는 인정하되, 1902명 전원에 대해 공개 경쟁 채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규 채용 쟁점만 제외하면 사실 취준생들을 이해 당사자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공사 측이 "일반직 신규 채용 감소는 없다"고 확답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2017년 5월 10일 이후, 보안검색 직군 전원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뤄진 바가 없다. 애초에 취준생의 '채용 기회'가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정규직 전환 선언을 악용할 수 없도록 이후 입사자들에 대해서는 공개 채용을 거치기로 했지만 그 논의조차 어디까지나 비정규직 대상이었다. 정규직 전환 방식, 고용 형태 등이 핵심이었지 양측 어느 노조에서도 신규 채용을 쟁점으로 꺼내들지 않았다. 직접적 이해 관계도 없을 뿐더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전제에서 다소 동떨어진 의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내 불공정·역차별을 우려할 이해 당사자는 기존 일반직 노동자들인데 현실은 비정규직 대 취준생, '을 대 을'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왜 2030 청년들, 그 중에서도 취준생들의 뇌관을 건드려 이처럼 거대한 분노가 집결한 것일까. 당사자들보다 취준생들이 더 소리 높여 불공정·역차별을 성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동측 귀빈실 건물 앞에서 직원들이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위해 앞둔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정'에 민감한 세대? 본질은 '양질의 일자리'

    '로또취업방지법' 발의를 약속한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처럼 일부 정치인들은 이들이 '공정'에 민감한 세대라 그렇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제는 표면적 현상을 뛰어넘어 '왜' 2030 청년들이 그렇게 됐는지 들여다 볼 시점이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에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 역시 제도권이 공정 담론에만 빠져 청년들을 앞세워 이용하는 느낌이 강하다. 학업이나 취업에 있어 청년들이 기회와 과정의 공정에 몰두하게 된 근본적 이유를 따져본 적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현실인데 이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가 곧 정규직인 시대이고, 이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이미 계급이 고착화돼 누군가 강도 높은 경쟁 없이 상승하면 박탈감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격차 자체를 줄여 '양질의 일자리'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공정'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고통 역시 줄어든다는 조언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비정규직이라도 정규직과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동일한 대우, 고용안정성을 갖췄다면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열 경쟁에 매몰되는 악순환이 없도록 '양질의 일자리' 총량을 늘리는 현실적 대안에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진통이 생길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별도 임금 체계와 직렬로 비정규직 1286명을 정규직 전환했지만 현재는 동일 수준의 임금, 직급, 진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공기업의 총액임금제 안에서 다른 채용 과정을 거친 정규직 전환자들이 동일한 임금 등을 요구해 관철된다면 그건 엄밀히 특혜"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노동 생산성의 향상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총량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하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개별 노동자 권리 보장 문제를 떠나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생산성까지 높이게 된다. 안정감, 소속감이 생기면 노동자들이 문제점을 스스로 개선한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년 이후 스크린 도어 고장 건수가 5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환된 인력 이후에는 어차피 기존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인력이 유입된다. 취준생에게는 일자리 규모가 더 늘어나는 셈"이라며 "여기에는 기업과 정부 소유 재화를 노동자에게 옮겨 노동 소득 비중이 높아져야 경제가 튼튼해진다는 현 정부의 구상이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채용 공정성 논란에는 선을 긋고, '비정상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심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불완전 고용을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으로 채용 공정성을 해치는 것과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2017년 5월 이후 채용자에 대한 공개경쟁 채용 방침은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 원칙에 배치된다. 마땅히 전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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