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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로해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공간 '국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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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노컷 리뷰

    우리를 위로해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공간 '국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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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 영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

    (사진=명필름랩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적어도 한 번쯤은 누구나 내 삶이 영화 같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스크린에서 보아온 영화 같지도 않고, 그렇게 논리적이지도 못하다. 내 삶이 비록 영화 같지는 않아도, 그래도 괜찮지 않냐고 물어주는 영화가 있다. 영화 '국도극장'은 우리가 한 번쯤은 겪었을 고민과 감정의 혼란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냐고 묻는다.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은 사는 게 외롭고 힘든 청년 기태(이동휘)가 고향으로 내려가 뜻밖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 이야기다.

    만년 고시생 기태는 고향 벌교로 돌아온다. 사법고시가 폐지되며 그의 꿈도 폐지되고, 고시생 타이틀마저 잃었다. 원치 않는 발길을 붙잡아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반겨주는 사람도 없다. 사실, 기태도 반가운 사람이 없다.

    기태는 먹고 살기 위해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동네 어르신이나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나 가끔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기태는 간판장이 겸 극장 관리인 오씨(이한위)를 만난다. 오씨는 "급하시다 해서 잠깐 도와주러 왔다"는 기태가 마뜩잖지만, 그래도 같이 국도극장 앞에서 담배를 나눠 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만년 고시생' 타이틀이 안겨준 패배감과 낮아진 자존감에 기태. 그의 잘난 형, 늘 자기만 보면 잔소리하는 형은 이번에도 잔소리다. 그런 형이 기태는 못마땅하다. 모든 것이 그저 싫고, 우울하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자신에게 자괴감도 든다.

    그런 기태가 우연히 동창인 영은(이상희)을 만나며 조금씩 무채색이 된 마음에 색을 입혀간다. 늘 술에 취해 살지만 동네 강아지를 보며 "자네"라고 부르는 오씨도 알게 모르게 기태를 보듬는다. 이들을 통해 기태는 조금씩 고시 생활로 지쳤던 자신을 회복해 간다.

    기태와 오씨는 묘하게 닮았다. 둘은 한때는 개봉관이었지만 시간과 변화에 밀려 재개봉관이 된 국도극장과도 닮아 있다.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사라진 사법고시로 인해 서울에서 고향으로 떠밀리듯 내려온 기태, 그러나 사실 자신의 마음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서울보다 조용히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고향이 더 어울린다.

    (사진=명필름랩 제공)
    서로 닮은 오씨와 기태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지만, 그저 늘 같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밥을 먹고 낡은 극장에서 서로 직함을 나누며 치유하고 치유 받는다. 오씨가 기태를 향해 "서울이 문젠거여 니가 문젠거여"라고 던지는 말은 요동치며 쉽게 중심을 잡지 못하는 기태의 마음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자신과는 정반대 모습을 지닌 영은과의 만남도 기태에게는 치유의 계기이자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된다. 생활력 강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밀어붙이는 영은, 그런 영은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갖고 가며 기태는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며 새로운 봄날을 찾아간다.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기태를 바라보고, 기태를 따라간다. 흥미로운 것은 국도극장 간판 위로 걸린 영화 간판들이 주는 메시지다.

    오롯이 스크린 속 비치는 다른 세계, 다른 삶을 마주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위로를 받듯이 국도극장 위로 걸린 영화들이 마치 기태의 삶과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는 듯하다.

    기태가 처음 국도극장을 찾았을 때 걸린 영화 간판은 '흐르는 강물처럼'(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1992)이다. 강물에 떠밀리듯 벌교로 돌아온 기태의 상황이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같다.

    영화의 간판은 '첨밀밀'(감독 진가신, 1996), '박하사탕'(감독 이창동, 1999),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 2001)를 거쳐 마지막 '영웅본색'(감독 오우삼, 1986)에 이른다. 영은과의 만남이 가져다준 꿀처럼 달콤한 감정의 변화. 그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가 아니라 간판에 쓰인 것처럼, 비록 기태가 진정으로 원했는지는 몰라도 고시의 영광은 멀어졌지만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알게 된 기태의 '삶은 아름답다'는 메시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영웅본색'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오씨가 솔찬히 재밌게 봤다는, 기태와 첫 만남에서 말했던 그 영화다. 처음 그들이 '영웅본색'을 이야기했을 때와 마지막 국도극장에 '영웅본색' 간판이 걸렸을 때와는 기태나 오씨나 영은의 상황이 모두 변화했다. 조금 더 스스로가, 그리고 국도극장이 좋아지고 친근해졌지 않았을까 긍정적인 방향을 그리게 된다.

    잔잔하면서도 내밀하게 감정을 파고드는 영화의 흐름에서 중간중간 나오는 전지희 감독 나름의 유머가 솔찬히 재밌다. 영화 '국도극장'을 본 후 국도극장에 걸린 영화들을 찬찬히 하나씩 다시 마주하는 것도 이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5월 29일 극장 및 VOD 동시 개봉, 92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명필름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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