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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향한 여성들의 유쾌한 반격 '싸커 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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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제 향한 여성들의 유쾌한 반격 '싸커 퀸즈'

    [노컷 리뷰] 외화 '싸커 퀸즈'(감독 모하메드 하미디)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와이드릴리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라며 장벽을 치고, '그들' 밖에 있는 이들의 도전조차 막는 곳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부당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말이다. 영화 '싸커 퀸즈'는 여성을 향한 고정관념에 맞서는 여성들의 도전을 여성의 시선에서 유쾌하게 풀어낸다.

    '싸커 퀸즈'(감독 모하메드 하미디)는 해체 위기를 맞은 축구 클럽 SPAC을 살리기 위해 선발된 여자 선수단이 코치 마르코(카드 므라드)와 겪는 험난한 선수 입문기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축구의 도시 클루리에, 그곳의 오래된 전통을 가진 챔피언 축구 클럽 SPAC은 결승전을 앞두고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된다. 코치 마르코는 클럽을 살리기 위해 정예 여자 선수단을 모집하고, 남편·육아에 치이느라 바쁜 초보 선수들과 웃픈 상황 속 특급 훈련을 시작한다.

    남자들뿐이던 리그에 남자들의 축구 클럽을 살리기 위해 전무후무한 여자 축구팀이 꾸려진다. 여자 축구팀의 출전을 바라보는 남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여성으로 이뤄진 축구팀을 꾸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남성인 남편들은 '말도 안 돼', '여자가 축구를?', '그건 불가능해' 등 노골적인 말과 시선을 보낸다.

    그런 남성들을 향해 여성들은 강렬한 한마디를 던진다. "불법도 아니잖아요." 불법은 아니지만, 남성들은 자신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이른바 그들의 영역에 발 담그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게 영 껄끄럽다.

    더군다나 훈련하러 다니는 아내로 인해 집안일과 육아는 아빠들 몫이 됐다. 내 집이지만 부엌에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은 엄마만 찾으며 아빠의 통제를 벗어나기 일쑤다. 뭐 하나 쉬운 일도 없다.

    남자들의 세계,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에 당당하게 발 들이는 여성들, 여성들의 축구장 행으로 때아닌 집안일과 육아 전담 리그로 내몰린 남자들의 불평과 불만을 그리는 영화는 남성 중심주의와 가부장제가 여전한 현대 사회를 재치 있게 꼬집는 풍자처럼 느껴진다.

    반면 온종일 나를 얽매던 가사 노동은 물론 아이와 남편 돌봄에서 벗어나 마음껏 필드를 누비는 여성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누군가의 삶을 위해 희생하고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해 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목표'가 생겼다. 내가 나로서 해나갈 수 있는 목표 말이다. 처음 해보는 축구와 훈련이 고되고 어렵지만, 그조차도 즐거워한다.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와이드릴리즈㈜ 제공)

     

    남자들의 온갖 방해와 역경 속에서도 여성 축구단은 남은 세 경기를 무사히 치르고, 심지어 마지막 경기에서는 꿈에 그리던 '한 골'을 넣는다. 비록 여자 축구팀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인해 경기는 인정되지 않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이 만들어 낸 마지막 경기는 어느 때보다 값진 결과를 선수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여자는 안 돼', '여자는 불가능해', '말도 안 돼'라는 여성을 향한 차별과 편견의 말들에도 꺾이지 않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이룬 엔딩은 현실의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그들의 도전을 '반란'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의 도전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이 아닌 당연한 것을 누리기 위한 일이니 말이다.

    여성 축구단의 시작과 과정, 마지막까지를 바라보면서 자꾸 그 한 마디를 곱씹게 된다. 여전히 사회에는 여성이 나아가는 걸 막는 높은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사회는 여성을 '여성'의 틀에 가둔다. 아직도 사회의 어떤 영역은 남성들을 위한 필드처럼 여겨지며 여성들의 진입을 불허한다.

    그런 사회를 향해, 그런 것들이 우리의 '한 골'을 향한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내내 생각나는 그 말을 말이다. "불법도 아니잖아요."

    영화는 오래된 사회의 고정관념과 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무수한 제약을 유쾌하고 코믹한 시선으로 꼬집는다. 남성들의 시위와 그에 맞서는 여성들의 행동 역시 무겁지 않게 영화를 이끌어간다.

    카드 므라드, 알반 이바노프, 셀린느 살렌테, 사브리나 오자니, 로르 칼라미 등 프랑스와 세자르영화제가 사랑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여성 축구단의 고군분투에 관객들이 즐겁게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5월 27일 개봉, 95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와이드릴리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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