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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남북 오발사고…9·19 군사합의는 어디로



국방/외교

    걱정되는 남북 오발사고…9·19 군사합의는 어디로

    지난 3일에 북에서 남으로, 13일엔 남에서 북으로 오발사고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
    '우발적 충돌 막기위한 상시 연락체계 가동' 등 합의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
    국방부 "9.19 실효적으로 준수되고 있다"지만 북한은 계속 무응답

    육군 GP(사진=연합뉴스)

     

    열흘 사이 최전방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남북한군이 한 번씩 오발사고를 냈다.

    초긴장 상태의 대치 상황에서 이같은 우발적 사고는 자칫 잘못하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북 군 당국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군사공동위원회 등의 기구를 만들기로 했지만, 북미관계에 이어 남북관계까지 얼어붙으면서 이 또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3일에 북에서 남으로 오발사고, 13일엔 반대로 오발사고…북한은 계속 침묵

    지난 3일 강원도 철원에서는 북한군이 우리 군 GP에 14.5㎜ 중기관총 총격을 가해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군 당국은 당시의 기상 등 상황을 감안할 때 오발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열흘 뒤인 13일에는 경기도 김포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 경계초소에서 기관총을 점검하던 중, 부사관의 실수로 12.7㎜ 기관총탄 1발이 북한 쪽으로 발사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다행히 총탄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강물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역의 특성상 작은 실수가 국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순간 아찔한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북한군 GP(사진=연합뉴스)

     

    우리 군은 3일의 사건 당시 북한군의 총탄이 실제로 GP에 맞았다는 점을 감안해 경고사격과 함께 군 통신선을 통해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다만 13일의 사고 뒤에는 방송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DMZ에서의 남북간 오발사고는 지난 2010년과 2016년, 2017년에도 발생했었으며 그 이전 수십년 동안에도 심심찮게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명백한 군사도발이 아닌 경우엔 방송 등으로 이를 해명하고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간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북한은 오발사고를 낸 경우엔 오히려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로 알려졌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의 선례를 보면 북한은 정치적 논란이 있거나, 논란이 많을 사항에 대해서는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경우가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상시 연락체계 가동, 비정상적 상황 통보" 약속했지만 무용지물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9.19 군사합의 뒤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 19일 군사합의서 1조 1항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하고 해결하며,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1조 5항에서는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 연락체계를 가동하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통보하는 등 모든 군사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협의해 해결하기로 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0월 26일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마친 남북 대표단들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11월 창린도에서의 해안포 사격에 이어 이번 GP 총격까지 두 번째로 군사합의를 위반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논의에 응해 오지 않고 있다.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의 남북대화 채널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확인 통화 등으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더 적극적인 대화와 해결을 위해 남북이 협의하기로 했던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은 미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회담이 지연되는 것뿐, 9.19 군사합의 자체는 실효적으로 준수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미관계 교착, 6개월 남은 미국 대선…남북관계 해결돼야 군사대화도 재개

    수차례 오발 사고를 계기로 9.19 합의 정신에 따라 남북 군당국간 실질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관계 개선 전에는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밝혀 왔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에서의 북미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엔 '자력갱생'을 선언했고, 직후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여기에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또한 북한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함께 그동안 미국이 취해 왔던 대북정책이 유지될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당국 또한 미국의 협상 상대가 튼튼한 입지에 올라갈 때까지 북한이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북미대화가 교착된다면 자연스레 남북대화는 그 뒤로 밀려나는 셈이다.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과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다시금 이끌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친 탓에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조성렬 초빙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화 그 자체를 포함해 남북관계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런 와중에는 북한이 군사 관련 분야 대화에 응해 올 가능성도 낮다"며 "미국 대선 전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고, 민간 교류가 먼저 시작돼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에 방역 협력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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