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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나를 현실로 이끄는 시간여행 '카페 벨에포크'



영화

    잊었던 나를 현실로 이끄는 시간여행 '카페 벨에포크'

    [노컷 리뷰] 외화 '카페 벨에포크'(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사진=㈜이수C&E, ㈜콘텐츠판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좋은 시절 혹은 아름다운 시절)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는 건 현재의 나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자유와 희망과 자신감, 꿈과 사랑 등이 존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과거든, 현재든 사실 아름다운 시절의 중심에 있는 건 '나'다. 잠시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다면, 현재도 충분히 '벨 에포크'일 수 있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는 과거를 밟아가며 현재에 발 디디는 영화다.

    '카페 벨에포크'(감독 니콜라스 베도스)는 사랑이 시작되는 곳 '카페 벨에포크'로 하룻밤 시간여행을 떠난 빅토르(다니엘 오떼유)가 잊었던 설렘을 마법처럼 되찾게 되는 핸드메이드 시간여행 로맨스다.

    은퇴 후 활기를 잃은 데다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과의 불화까지 겹치며 빅토르는 '지금'에 지쳤다.

    휴대폰으로 소통하고,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뤄진다. 이민자를 차별하고, 빈자와 부자, 좌우 정치 이념으로 나뉘어 시끄러운 현재가 빅토르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실 무엇보다 보기 싫은 건 과거와 달리 나이 들고 무기력하고 사랑의 감정마저 사그라든 자신이다.

    행복했던 과거의 시간이 그리워진 빅토르는 100% 고객 맞춤형 핸드메이드 시간여행 설계자 앙투안(기욤 까네)의 초대로 하룻밤 시간여행을 떠난다. 누구든지 원한다면 헤밍웨이와 술 한잔을 마시며 문학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으로 찾아가 히틀러의 뺨을 때릴 수도 있다.

    언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여행권이 생긴 빅토르가 선택한 과거는 '1974년 5월 16일'이다. 첫사랑 그녀 마리안을 처음 만난 곳이자 만화가로 꿈을 시작했던 그 시절, 자신만의 '벨 에포크'를 다시 만나길 원했다. 적어도 그 시절 빅토르에게는 자유와 낭만, 꿈이 있었다.

    마치 실제와 같은 1974년 카페 벨에포크로 돌아간 빅토르는 젊은 마리안을 연기하는 마고(도리아 틸리에)를 만나고, 젊었을 적 기억을 하나둘 떠올리며 조금씩 현실로 되돌아올 동력을 얻게 된다.

    은퇴 후 만화 그리기를 그만뒀던 빅토르는 어쩐지 마리안을 닮은 듯한 마고를 그리고, 마고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만화를 그리는 빅토르의 손은 거침없다. 한 장씩 벽을 채워가는 빅토르의 그림이 그가 한 발씩 자신을 회복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을 되찾아갈수록 빅토르의 눈빛에도 생기가 맴돌고, 표정도 밝아지고, 제스처도 자신감이 넘친다.

    (사진=㈜이수C&E, ㈜콘텐츠판다 제공)

     

    그때 그 장소가 그리운 건 그 시절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 시절이 좋은 건 지금의 나와는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삶을 살던 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무력감과 상실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과거를 꿈꾸게 만든다.

    '카페 벨에포크'가 말하는 건 단순히 과거나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현재'다. 빅토르에게 필요했던 건 과거의 꿈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확신'이었다. 1974년 시간여행을 통해 빅토르는 차분하게 자신의 과거와 내면을 둘러볼 기회를 얻는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시절은 어쩌면 지난날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의 의지와 자유와 꿈이 다시 살아나는 날이 아름다운 시절임을 은근하게 이야기한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빤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영화는 니콜라스 베도스 감독의 미장센이 곳곳에 묻어나는 작품이다. 빅토르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도록 돕는 과거 여행을 따라가는 영화는 따뜻한 조명과 1970년대 프랑스를 고스란히 재현한 세트를 통해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감성적인 화면이지만, 빅토르의 과거 여행과 현실 귀환까지 감상적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비록 시대도, 지역도, 문화도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나의 좋은 시절,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마법을 부린다. 개인의 '벨 에포크'는 물론 시대의 '벨 에포크'는 언제였을지를 마음속에 찬찬히 불러오게 만든다.

    시각적 낭만뿐 아니라 영화 내내 흐르는 영화 '여인의 향기'(감독 마틴 브레스트, 1992) OST로도 유명한 탱고 음악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veza)', 스페인 출신 여성 듀오 바카라의 '예스 썰, 아이 캔 부기(Yes sir, I can boogie)', 록밴드 플레이어의 '베이비 컴백(Baby Come Back)',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더 맨 아이 러브(The Man I Love)', 싱어송라이터 바비 골즈보로의 '허니(Honey)' 등 다양한 명곡들이 귀까지 즐겁게 한다.

    5월 20일 개봉, 115분 상영, 15세 관람가.
    (사진=㈜이수C&E, ㈜콘텐츠판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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