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이제욱 책임연구원(오른쪽)과 권연주 연구원이 멀티 전극 시스템으로 생산한 그래핀 용액과 가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에 있는 장치가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이 적용된 멀티 전극 시스템이다.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과 중소기업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연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내에서 채굴한 흑연으로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핀은 열 전도성, 전기전도성 등 성능이 매우 뛰어나지만, 10여 년간 대량생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은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을 개발하고, 이 공정을 적용한 멀티 전극 시스템을 만들었다.
멀티 전극 시스템은 전해질 용액 수조에 '금속 전극-흑연 전극-금속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배치한 묶음을 여러 개 담가놓은 장치다.
이 장치는 흑연 전극에 전기를 흘려보내 그래핀을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벗겨진 그래핀은 장치 하단 필터를 통해 용액과 분리돼 가루 형태로 추출된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고품질의 그래핀을 1시간이면 생산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그래핀 1g당 가격도 2000원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화학연구원인 이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올해 연말까지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한다는 목표로 공동 연구를 수행 중이다. 중국 수입에 의존하던 고품질의 흑연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량 생산한 그래핀은 우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열을 방출하는 방열부품과 전기자동차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도전재와 전극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산업평가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그래핀 시장은 90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240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