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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찾아 '코로나 퇴치' 자원봉사하는 한국인



아시아/호주

    중국 찾아 '코로나 퇴치' 자원봉사하는 한국인

    조덕형씨가 지역주민센터 관리자에게 마스크를 기부하고 있다.(사진=조덕형 본인 제공/인민화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습격 이후에도 중국에서 거주 중인 외국인 다수가 중국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그들 마음 속에 중국은 이미 제2의 고향이 된 것이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르지만 이국 타향에 사는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저마다의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 두 명의 한국인 청년 또한 그들 중 하나다. 항저우(杭州)에 살고 있는 조덕형과 쑤저우(蘇州)에 거주 중인 박정민은 자원봉사자임을 알리는 붉은색 완장을 차고 지역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이중 언어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한식 무료제공으로 보여준 최고의 우정


    “길 가던 낯선 사람이 쓰러지면 나는 그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고, 그 사람은 내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간의 삶이다.” 조덕형은 가족들과 항저우에서 ‘청석곡(靑石谷)’이라는 한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식당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커뮤니티의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그다. 그는 상호 간의 애정이야 말로 인간의 가장 따뜻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2003년 15세의 조덕형은 가족들을 따라 항저우로 와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유창한 항저우 방언을 구사하는 그에게 항저우는 제2의 고향이 된 지 오래다. 그가 운영하는 ‘청석곡’의 면적은 그리 크지 않다. 작지만 섬세함으로 벌써 2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조덕형의 부친에 따르면,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됐을 때 청석곡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전용 식당으로 지정되어 한국 대표단 100여 명에게 식사를 제공했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조덕형은 임신 중이던 아내를 한국의 처가로 데려다 준 뒤 혼자서 항저우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행용 가방에 가져온 마스크를 중국 일선의 방역관리자들에게 기부했다. 조덕형의 집은 제주도다. 당시만 해도 제주도에서는 마스크를 살 수 없던 상황이라 그는 서울로 상경했고, 서울의 상점과 약국에서조차 마스크 구입이 힘들자 여러 곳을 전전해야만 했다. 결국 도매시장 상점을 한 곳 한 곳 찾아 다니며 마스크가 있는 만큼 구입했고, 그렇게 여행용 가방을 절반 가량 채운 것이었다.

    항저우로 돌아온 조덕형은 자신이 살던 칭펑(慶豐)단지의 방역 인력들이 불철주야 일하는 가운데, 현지 식당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배를 곯는 일이 허다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단지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무료 제공하기 시작했다. 조덕형의 부친 또한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가족들과 함께 단지 방역 인력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식사를 챙기고 있다. 칭펑에만 25개 단지가 있는데, 각 단지의 인력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덕형 가족들은 스티로폼 상자와 보온팩까지 마련하여 매일 정성스럽게 식사를 포장한다.

    점심 식사 준비를 마친 조덕형은 이번에는 방역 자원봉사자로 변신하여 매일 오후 자발적으로 코로나19 검사 당직자리로 향한다. 스캔을 하고 체온을 재며 필요한 정보를 묻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 유려한 푸퉁화(普通話, 표준말)와 능숙한 현지 방언을 구사하는 덕에 조덕형은 주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심지어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정도다.

    칭펑지역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조덕형은 지역 전염병 방역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한국어 제1 채널’이 되었다. 그의 참여로 지역 방역 작업이 한결 수월해진 것은 당연지사.

    “이웃이 아플 때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용기를 주어야 하고, 한중 양국 국민은 서로 도와야 한다.” 조덕형에게 있어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이고, 항저우는 곧 그의 제2의 고향이다.

    박정민씨가 중국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모습.(사진=박정민 본인 제공/인민화보)

     

    ◇지역 ‘수호자’가 된 태권도 사범

    쑤저우산업단지 친위안(沁苑)지역. 한국 자원봉사자 박정민과 또 다른 지역 관계자는 중톈(中天)호반화원 단지를 방문하여 이제 막 쑤저우로 돌아온 한국 가정에 전자봉인장치를 설치했다. 박정민, 그는 이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 많은 ‘해외 자원봉사자’ 중 한 사람이다.
    2011년, 한국 서울 출신의 박정민은 상하이(上海)체육학원 태권도과를 졸업한 뒤 쑤저우로 왔고, 이곳에서 중국인 아가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현재는 쑤저우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춘제(春節, 음력설) 기간 딸을 얻은 뒤 더 큰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올 초 발발한 코로나 19는 박정민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시시각각 주목하고 있던 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한 가지를 바랐다. 바로 쑤저우의 방역 작업에 자신이 힘을 보태는 것이었다.

    박정민이 살고 있는 쑤저우산업단지는 국제적인 지역이다. 주변에 외자기업이 즐비하면서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이다. 이 지역에 외국인 봉사자가 급히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박정민은 가장 먼저 자원했고, 통역사로서 지역의 방역 작업을 돕고 있다.
    “지역의 방역작업에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박정민에게는 이곳이 바로 자신의 터전이고, 자원봉사자로의 참여는 마땅한 일이었다.

    기업들이 생산을 재개함에 따라 산업단지에 살던 외국인들도 잇따라 쑤저우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매우 엄준한 상황인 만큼 쑤저우는 지역으로 돌아온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자가관찰을 요구하고 있다. 주거 지역에는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박정민은 날로 바빠지고 있다. 매일 2-5시간은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끔씩은 ‘택배 기사’까지 되어 자가격리 중인 한국인 주민들에게 우편물이며 생수 등을 배달하기도 한다.

    “내가 중국어, 한국어를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 가정과 소통할 때 훨씬 편하다.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즉각적으로 해석을 해주고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국경은 없다고 말하는 박정민은 모든 사람들이 적시에 방역 정보 관련 정책과 조치들을 이해하고, 시시각각 자기보호를 철저히 하며, 스스로를 지킴과 동시에 타인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친위안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원활한 정보 공유를 위해 이곳에서는 위챗(微信)에 전용 대화방을 개설했고, 이를 통해 방역 조치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인들이 돌아오면 먼저 박정민에게 위챗으로 소통하게 한다. 그들을 그룹 채팅방으로 초대해서 한국어로 번역된 자가관찰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매일 쓰레기 배출이나 우편물 수거가 같은 시각에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또한 고지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지역 및 관리사무소 연락처를 남겨둠으로써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수시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방역 작업이 더욱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이곳에 사는 한국 주민들이 전속 ‘연락원’을 가질 수 있는 이유, 바로 박정민 같은 ‘특별’ 자원봉사자 덕분이다.

    ※본 기사는 중국 인민화보사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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