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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을 진정 사랑하기까지 '썸원 썸웨어'



영화

    '나'와 '타인'을 진정 사랑하기까지 '썸원 썸웨어'

    [노컷 리뷰] 외화 '썸원 썸웨어'(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사진=㈜에이유앤씨, 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불과 5m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바로 옆을 스쳐 가면서도 레미와 멜라니는 서로를 마주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내 마음을 내가 너무 모른다. 나를 사랑하는 법도 모른다. 그렇기에 둘 사이는 너무나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나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누군가도 진정 사랑할 수 있다. 영화 '썸원 썸웨어'가 그려내는 이야기다.

    '썸원 썸웨어'(감독 세드릭 클라피쉬)는 불과 5m 거리에 사는 레미(프랑수아 시빌)와 멜라니(아나 지라르도)가 어딘가 있을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이웃집 파리지앵 로맨스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사랑을 부르는, 파리' 등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사람 간의 소통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의 신작이다. 또한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도 참여한 두 배우 프랑수아 시빌과 아나 지라르도가 다시 한번 뭉쳐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다.

    영화는 '로맨스'라고 하지만 레미와 멜라니 두 남녀의 단순 연애담이라기보다 폭넓은 의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나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진득한 여정 같은 영화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일상에서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그들의 심리적 상처와 위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보듬는 영화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지, 그리고 나를 사랑한 후에 비로소 '남'을 진정 사랑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주인공들이 각자 마음 한구석에 방치한 채 애써 잊으려 했던 상처, 그 상처를 묵혀두지 않고 마주 보고 치유하며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한다. 가슴 아픈 유년기를 거쳐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그 상처가 너무나 아픈 이들의 성장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사진=㈜에이유앤씨, 찬란 제공)

     

    레미는 여동생에 얽힌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파리에서 사는 그에게 최근 회사에서 일어난 구조 조정은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급기야 공황장애까지 찾아와 지하철에서 쓰러진다. 그렇게 병원을 찾은 레미는 의사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레미는 점점 잊고 지냈던 트라우마를 꺼내 낸다.

    멜라니는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여전히 방황한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보고자 데이팅 앱으로 사람들을 만나보지만,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다. 회사에서는 큰 프로젝트까지 맡게 됐다는 책임감에 스트레스까지 상당하다. 부모에 관한 원망과 그리움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그런 그는 심리상담을 받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감독은 복잡한 파리의 풍경에서도 소소한 일상을 포착해 그려내듯이 레미와 멜라니의 삶을 포착해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을 결코 성급하게 엮어내지 않는다. 레미와 멜라니가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를 사랑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먼저 알게끔 한 후에 둘을 만나게 한다.

    오롯이 그들의 삶을 마주하게 한 후에야 서로의 삶에 함께하게끔 만든다. 그들의 만남이 온전하게, 진정한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말이다.

    그전까지는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공간에 위치하고, 서로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면서도 결코 둘의 만남을 그리지는 않는다. 로맨스라고 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둘이 인사조차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애가 타기도 한다. 과연 그들이 만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소외된 사람과 소외된 자신의 마음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감독은 영화를 통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듬는다. 그렇기에 끝까지 관객들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소중하게 와 닿는다.

    영화에서 레미와 멜라니만큼 주목해야 할 두 인물이 정신과 의사(프랑수아 베를레앙)와 심리학자(카밀 코탱)다. 그들이 각각 레미와 멜라니를 상담하면서 건네는 이야기들은 우울하고 고독한,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고 사는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어쩌면 '썸원 썸웨어'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외롭고 공허한 누군가,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따뜻함을 불어넣어 주는 영화인지 모른다.

    4월 29일 개봉, 110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에이유앤씨,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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