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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참았던 소비욕망 분출하자? 그 시대는 끝났다



사회 일반

    [포스트 코로나] 참았던 소비욕망 분출하자? 그 시대는 끝났다

    코로나19 사태, 중세 흑사병 수준의 문명사적 사건
    지난 40년간 세계가 구축해온 질서 무너뜨린 사태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질서, 모두 흔들려
    일상과 질서로 복귀? 새로운 체제 질서 만들어야
    성찰 없이 맞는 미래는 파국, 사회적 대합의 필요
    약자의 실업과 우울 극복할 사회적 방역 구축해야
    시장주의 도그마 벗고 고용보장제 등 확대해야
    인간의 욕망과 서식지를 확대하는 문명 성찰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25~19:50)
    ■ 방송일 :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 정관용>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그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 문명사적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들이 올지 각 분야 석학들과 미래를 가늠하고 또 새로운 시대 우리 삶의 통찰해 보고자 준비한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시대]. 오늘 그 네 번째 시간인데요. 오늘 모신 분 소개해 드립니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의 홍기빈 소장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홍기빈> 안녕하세요.

    ◇ 정관용>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혹시 좀 생소할까봐 칼폴라니부터 소개해 주세요.

    ◆ 홍기빈> 20세기에 살았던 헝가리 출신의 경제사상가인데요. 시장근본주의적인 경제학에 대해서 가장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안적인 경제사상을 제시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21세기가 된 다음에 대안적인 어떤 미래의 경제질서나 사상을 만드는 데에 초석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람입니다.

    ◇ 정관용> 시장근본주의의 문제제기. 그 얘기는 결국 정부의 개입, 국가의 개입. 또 정치적, 민주적 장치의 개입.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 건가요?

    ◆ 홍기빈> 국가를 원하지는 않았는데요. 사람과 화폐와 자연을 상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회를 복원해야 된다라고 하는 관점으로 대안적 경제질서를 만들려 했던 사람이에요.

    ◇ 정관용> 이 연구소는 그러면 칼폴라니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만들어진.

    ◆ 홍기빈> 저희 협동조합이고요. 그래서 많이들 가입해 주셔서 좋은데 캐나다에 있습니다. 몬트리올에 먼저 칼폴라니연구소가 만들어졌고 관계해서 저희들도 5년 전에 만들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지금 이 코로나19 우리 홍기빈 소장은 어떤 사건이라고 우선 규정하세요?

    ◆ 홍기빈> 저희보다도 지금 유럽에 있는 분들이 더 많이 타격을 받고 충격을 받았잖아요. 그래서 유럽에 있는 지인들하고 제가 이렇게 얘기를 해 보면 그분들 다 학자고 지식인이고 이런 분들인데 14세기에 있었던 유럽의 흑사병 있죠. 그것하고 비교를 많이 합니다.

    ◇ 정관용> 그 정도예요?

    ◆ 홍기빈> 사상자 숫자는 물론 비교가 안 되죠. 14세기는 인구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죽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워낙 이 사람들이 충격이 크고 비극적이면서 더 중요한 건 이게 어떤 문명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사건이다라는 점에서 같게 보는 건데요. 14세기 유럽 흑사병이 있은 다음에 15세기로 들어가면 이태리 북부에 공화국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체제가 나타나고 복식부기라든가 자본주의적인 회계방식이라는 새로운 경제조직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 미술이라든가 문학이라든가 종교에서도 아주 근본적인 변화가 벌어지거든요. 이런 정도로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게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

    ◇ 정관용> 그렇게 받아들이는 이유는요?

    ◆ 홍기빈> 그건 제가 조금 이따 설명드리겠습니다마는 지난 40년 동안 우리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치던 구조들이 다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제가 조금 이따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40년 동안 현 체제를 지탱해 온 기본 구조. 그게 무너지고 있다?

    ◆ 홍기빈>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가 코로나19 사태다?

    ◆ 홍기빈> 그렇습니다.

    ◇ 정관용>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너진다는 거예요?

    ◆ 홍기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그게 지금 근본적으로 다 무너지게 생겼다라고 하는 구조적인 차원의 변화를 느끼고 있는 거예요, 그분들이.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바로 들어갑시다. 뭐뭐예요?

    ◆ 홍기빈> 그러니까 한 네 가지 정도를 얘기해 볼 수 있는데요. 우선 지구화하고 도시화하고 금융화하고 그 다음에 생태적 위기. 한 4개 정도를 들 수가 있어요. 이 네 가지 단어가 지금 지난 40년 동안 사실 인류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인데요. 우선 첫 번째로 지구화라고 하는 건 뭐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 거야 오래됐죠. 그런데 생산의 산업과정 있죠? 이게 이른바 가치사슬이라고 하는데 산업과정이 전 지구적으로 연결이 된 건 지난 40년 동안 처음이에요. 그래서 한 비근한 예로 지금 미국 사람들이 휴기가 없어서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는데. 화장지 회사에다가 언제 다음 생산이 나오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그래요. 왜냐하면 중국에서 재료가 와야 되는데 그걸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이 지구화라고 하는 게 40년 동안 벌어졌고요. 그 다음에 도시화가 있습니다. 단순히 도시가 커졌다라는 게 아니고요. 지구적으로 거대도시들이 몇 개 큰 게 나타난 다음에 이 거대도시들끼리 아주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어요. 그래서 홍콩은 뉴욕하고 더 가깝지 중국 농촌하고 더 가깝지 않습니다.

    ◇ 정관용> 멋있는 표현이네요. 거리상으로는 중국 농촌과 가깝지만 사실은 뉴욕과 가깝다. 그렇죠.

    ◆ 홍기빈> 훨씬 시간도 덜 듭니다. 그 다음에 도시들이 거대해지고 네트워크가 강해져서 지금 세계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아요. 이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더 중요한 일은 뭐냐 하면 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도시와 관계를 맺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지금도 왜 지방에 계신 분들도 큰 병에 걸리면 큰 도시에 와서 병원을 가죠. 그래서 이 도시화가 있고요. 그 다음에 이제 세 번째가 금융화라고 하는 건데. 이건 아주 복잡하지만 아주 핵심만 말씀드리면 산업활동과 사회를 조직하는 기본원리가 만사만물을 다 금융자산으로 바꿔서 그 금융자산의 가격을 계산해서 조정을 합니다. 그 가격을 산정하는 기능을 금융시장, 자본시장에 맡겨놓는 게 현대자본주의의 조직원리예요.

    ◇ 정관용> 그냥 좀 더 쉽게 경제의 중심에 금융이 있다 그런 거죠?

    ◆ 홍기빈> 그렇죠. 그래서 어떤 회사가 주가가 올라가면 그 회사는 사람을 더 고용할 수가 있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람 잘라야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말씀드린 도시화하고 금융화가 지구화랑 맞물려 있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도니까 어떻게 되냐면 일단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진 이유가 이 3개랑 관계가 있죠.

    ◇ 정관용> 그렇죠. 우선 글로벌라이제이션. 이런 현상 없었으면 이렇게 급속도로 대륙과 대륙을 넘어가서 확진자가 생기지 않죠.

    ◆ 홍기빈> 그럼요. 우한에서 가령 일요일에 환자가 생겼는데 4월 되면 이태리가 쑥밭이 되지 않습니까? 아니면 옛날 같았으면 우한 근처에서 돌다 끝났을 거예요.

    ◇ 정관용> 금방 이해가 되고요. 그 다음 도시화니까 집단발병, 급속확산. 이렇게 되는 거고.

    ◆ 홍기빈> 지금 싱가포르가 다시 2차가 시작이 됐죠. 아시아에 있는 싱가포르라든가 홍콩,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도시와 거대도시가 생겨나면 단위면적의 인구밀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그 단위면적의 수익성이 무지무지하게 높아집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는데 이게 뭘 의미하냐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 정관용> 어려워진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지구화하고 도시화는 코로나19라 금방 이해가 돼요. 금융화는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 홍기빈> 모든 사회적 자원을 돈의 논리로 자산가격화하는 게 금융화입니다. 국가 정책, 교육, 의료와 같은 공공 부문도 돈의 논리, 금융 논리에 따라 재조직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의료체계와 복지체계가 취약해지구요. 거기서 약자들의 희생이 커지는 게 지금 상황입니다.

    그리고 금융화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산업의 조직을 금융시장에 맡긴다는 건 어떤 믿음을 깔고 있냐면 금융시장에 있는 금융투자가들이나 투자기관들이 모든 데이터와 모든 수리모델을 활용을 해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갖다가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능력이 있다라는 걸 전제로 합니다. 그러려면 이 금융기관들이 가령 미래에 어떤 일이 있다면 이게 어떤 종류의 사건이 있는지에 대해서 과거에 있는 역사적 데이터를 가져와야 되고 이걸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작성을 해야 되는데 지금 벌어진 이 사태는 데이터를 비슷한 역사적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생긴 사태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충격을 가져오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을 할 수 있는 그 기능을 발휘를 못 합니다. 그래서 이제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제 아들 알던 지인 한 분이 한 달 전에 했던 푸념인데.

    ◇ 정관용> 뭐라고 그랬어요?

    ◆ 홍기빈> 한 6개월 동안 금융시장 닫았으면 좋겠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럼 이 경우에는 어떻게 되냐면 금융의 배분이라든가 경제활동의 조직 같은 걸 국가재정이나 국가관료기구의 개입이 상당히 떠맡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금융화라고 하는 이 지난 40년 동안 경제를 작동시켰던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라고도 말합니다. 이게 지금 기능이 거의 정지가 돼버린 사태인 거예요. 그 다음에 이제 네 번째가 있는데 생태위기죠.

    ◇ 정관용> 이건 저희 특별기획의 첫 시간부터 짚었던 겁니다. 자연 속으로 자꾸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들어가다 보니 그 결과가 기후 온난화, 기후 이변. 각종 지금 그 다음에 질병. 이렇게 오는 거 아니냐 그런 거죠?

    ◆ 홍기빈> 말씀하셨으니까 제가 인간 서식지의 무제한적인 확장이 낳은 비극, 이런 부분을 중언하지는 않겠고요. 하나만 지적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생태위기가 나타나는 양상이 보통 사람들이 재난영화 같은 걸 상상하잖아요,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지고. 그게 아니고 이렇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도저히 인과율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불현듯 덮칩니다. 이 비슷한 사태가 얼마 전에 있었던 호주의 산불 사태 있었죠?

    ◇ 정관용> 못 껐잖아요.

    ◆ 홍기빈> 그리고 그 인과율도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건데요. 이렇게 되면 이 3개가 더더욱 생태적인 어떤 위기라고 하는 게 지금 같은 한 40년 동안의 방식으로 무작정 자연을 활용하고 이용하고 착취할 수는 없구나라고 하는 어떤 규제와 제한이 훨씬 더 강해질 겁니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인데. 지구화, 도시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세계경제가 그나마 성장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고 그래온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 코로나19 닥치니까 이대로 계속 가서는 안 되겠네까지는 알겠어요. 그래서 계속 이대로 지구화의 반대로, 도시화의 반대로 가나? 그럼 경제가 돌아가나? 여기서부터 막막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러면?

    ◆ 홍기빈> 여기서 이제 우리말로 잘 번역이 안 되는 영어 표현이 하나 있는데요.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이라고 하는 말이 있어요. 이거 어떻게 참 말 표현이 안 되는데 그전에 하던 대로 이렇게 말할까요? 그러니까 지금 이 코로나 사태를 바라보는 지금 사람들이 맥이 빠지는 게 그거예요. 지금 뭐가 크게 바뀌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그전 30~40년 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이제 포기를 하자니 막막하잖아요.

    ◇ 정관용> 제 질문이 그거에요.

    ◆ 홍기빈> 맞습니다. 그래서 그걸 자꾸 되찾자라고 하는 그런 얘기들이 나온단 말이에요.

    ◇ 정관용> 일상으로 되돌아가자.

    ◆ 홍기빈> 일상으로 되돌아가자. 여기에 좀 부드러운 버전이 있고 좀 센 버전이 있는데. 좀 부드러운 버전은 스웨덴 버전이죠. 스웨덴이 집단면역이 있다라는 오해도 있었습니다마는 정부가 아주 강력하게 록다운, 폐쇄를 하지 않았었어요.

    ◇ 정관용> 자율에 맡기는 식이었죠.

    ◆ 홍기빈>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여러 가지 추측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추측이 뭐냐 하면 스웨덴 경제가 만약에 그래서 해서 멈추게 되면 스웨덴은 성장이랑 복지랑 같이 가야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제가 조금이라도 멈추면 사회가 붕괴할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이걸 굉장히 두려워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고요. 좀 센 버전은 뭐냐 하면 한 한 달쯤 전에 미국의 텍사스주의 부지사가 나와서 늙은이도 좀 희생해라. 말이 좀 험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워딩이 거의 그랬는데. 젊은애들이라도 먹고 살아야 될 게 아니냐. 이러다 경제 다 망한다. 그러니까 늙은이들이 병 걸려 죽을 각오하고 좀 나와라. 이게 좀 센 버전이죠. 이게 그러니까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 하던 대로 되돌아가자라는 공포에서 나온 저거인데요.

    ◇ 정관용> 되돌아가고 싶은 거죠.

    ◆ 홍기빈> 그런데 과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나 다 뭐라고 하냐면 1년에서 3년 사이 정도 걸릴 것이고 이 사태가 가라앉으려면.

    ◇ 정관용> 약이 나와야 끝난다, 이런.

    ◆ 홍기빈> 약이 나오든가 인류의 60%가 걸리든가. 그런데 그 이전의 세계는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 정관용> 그러니까 즉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로 못 간다.

    ◆ 홍기빈> 못 간다라는 거죠. 아까 말한 대로 도시화도 옛날 같은 도시화는 불가능하고요. 옛날 같은 지구와 그 가치사슬은 지금 다 바뀌고 있고 그 다음에 금융이라든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도 바뀌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러니까 해도, 지도에 없는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정관용> 지도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대안적 체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홍기빈 소장도 지금 말을 못 하는 겁니까? 그냥 지구화 이대로는 안 돼. 도시화 이대로는 안 돼, 여기까지만입니까?

    ◆ 홍기빈> 아닙니다. 말을 해야 되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좋습니다.

    ◆ 홍기빈>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미래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영에 왜 옛날에 문법에 의지미래, 단순미래 혹시 기억나세요? 단순히 예측해야 되는 미래가 있고요. 하나는 우리가 마음을 굳게 먹고 만들어나가야 되는 미래가 있는데요.

    ◇ 정관용> 의지를 가지고.

    ◆ 홍기빈> 지금부터의 미래는 단순미래는 불가능한데요. 이유가 뭐냐 하면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대부분의 구조가 멀쩡히 있는 상태에서 몇 가지가 바뀔 때는 우리가 예측을 할 수가 있어요. 예측의 전제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걸 놓고 모델을 만들어서 미래에 대해서 투사를 해 볼 수가 있는데 구조 자체가 바뀔 때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 정관용> 아까 금융화 설명하시면서도 그런 얘기하셨잖아요. 예측을 못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어떤 액터들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방향을 못 잡겠다는 거 아니에요. 지금 그런 현상이죠?

    ◆ 홍기빈> 그러면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미래를 우리가 대하는 방식은 결단이에요. 그건 우리가 이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고 어떤 식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고 싶은가라고 하는 우리의 이성과 양심으로 되돌아가서 어떤 미래를 만들까라는 그림을 우리 스스로가 결단하고 만들어야 됩니다.

    ◇ 정관용> 우리가 목표지점을 정해 놓고 거기를 향해 우리가 가자, 이렇게.

    ◆ 홍기빈> 그렇죠. 그래서 이를테면 이번에 있었던 일이 그게 있죠. 이탈리아에서 장비가 부족하니까 가망이 없는 환자들은 다 포기해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너무너무나 슬픈 사태인데요. 우리가 앞으로도 이럴 것이냐. 그러니까 이런 가치를 잡을 수가 있어요. 그 누구도 다른 누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가치를 우리가 잡을 수 있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 사회는 그 가치를 잡고 만들어나가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한 몇 가지 정도 원칙을 얘기할 수 있는데요.

    ◇ 정관용> 미래 우리의 목표로 삼아야 할 원칙. 첫 번째는?

    ◆ 홍기빈> 우선 사회적, 개인적 차원이 아니고 사회적 방역을 해야 됩니다.

    ◇ 정관용> 사회적 방역시스템.

    ◆ 홍기빈> 다시 말해서 더 이상 건강이나 보건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해서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건설해야 되는 것이다라고 하는 걸 가지고 우선 가장 취약하고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 지역부터 구조역량을 갖다가 집중해야 된다 이런 원칙이 있을 수 있고요.

    ◇ 정관용> 이 사회적 방역시스템에는 앞에 사회적이 붙은 것처럼 그냥 보건의료행정 이것만이 아니네요. 노동시장 이런 것도 다 포함되는 거네요. 그렇죠?

    ◆ 홍기빈> 맞습니다. 사회가 무너질 때는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우울증이라든가 실업 때문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장기실업을 당한 사람이라든가 우울증에 걸려 있는 사람들을 도와야 됩니다. 이것이 사회적 방역이에요.

    ◇ 정관용> 첫 번째가 그거고요. 두 번째는?

    ◆ 홍기빈> 두 번째로는 경제활동의 조직을 갖다가 더 이상 시장경제에만 맡겨야 된다라는 도그마에서 좀 풀려나야 돼요. 직설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미국이든 주요 선진국에서 실업률이 20% 정도를 육박할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이건 사회가 폭발할 지경을 얘기를 해요. 그런데 당분간 노동시장에서 20%를 소화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고용보장제 같은 제도가 있어요. 국가가 이를테면 미국에서 지금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일부 학계에서. 전체 경제 시스템의 한 3% 정도.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 30조 정도가 되겠죠. 30조에서 40조 정도 돈을 써서 모든 실업자들 중에 일자리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국가가 고용을 하는 겁니다.

    ◇ 정관용> 어떤 고용을 해요?

    ◆ 홍기빈> 그건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이라든가 플랫폼 협동조합이라든가 여러 가지 경제 형태들과 협력을 해서, 지역에서든 아니면 좀 더 큰 차원에서든 사회적으로 소용이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 정관용> 그게 30~40조면 되나요?

    ◆ 홍기빈> 그 정도로 보통 추산을 합니다.

    ◇ 정관용> 연간 30~40조면 실업자들을 다 고용할 수 있다.

    ◆ 홍기빈> 그렇죠. 이걸 고용보장제라고 합니다. 최저임금이죠, 최저임금에다가 수당. 기본 수당을 더하고요. 이렇게 하면 노동시장을 해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고용주들이 기본 최저임금에다가 조금만 돈을 더 주면 고용을 할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인데요. 이런 것을 할 만한 용기와 대담성을 가지고 있느냐, 우리가. 그걸 지금 우리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할 수가 있어요. 한 가지 원칙만 더 말씀드릴게요. 아주 근본적인 건데 우리가 이건 문명의 기본적인 문제입니다마는 인간 역사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한 문명은 현대문명밖에 없어요.

    ◇ 정관용> 소비가 미덕인 건 현대밖에 없죠.

    ◆ 홍기빈> 그렇죠.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꼭 해외여행을 가야된다라고 생각하는 문명도 이 문명밖에 없어요.

    ◇ 정관용> 전부 새로 나온 거죠.

    ◆ 홍기빈> 그런데 이런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는 이 원칙이 계속되는 한 생태위기 없어지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도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 현대 문명의 가장 근간이 되는 이 원칙에 대해서 한 번 반성을 해 봐야 됩니다. 우리 욕망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질서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이냐, 무한한 욕망을 계속 무한하게 긍정해야 되느냐 제가 보기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야 돼요.

    ◇ 정관용> 어떤 분은 좀 심한 표현으로 우리 현대경제, 자본주의 경제는 곧 쓰레기가 될 물건을 계속 생산해 오는 경제다. 이런 멋진 표현을 만든 분이 있어요. 바로 그게 무한욕망을 충족시켜라라고 또 부추기면서 과잉생산, 과잉소비, 과잉쓰레기 범란. 그동안 그래왔던 거 아닌가, 생태파괴.

    ◆ 홍기빈> 그래서 지금 예를 들어서 우리 에너지 위기가 있잖아요. 기후 위기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이걸 대체 에너지로 해결하려고 그러는데 대체에너지를 아무리 훌륭한 걸 개발한다 하더라도 에너지를 줄여야 된다는 생각을 안 쓰는 한 더 쓸 겁니다.

    ◇ 정관용> 삶의 자세에 대한 그런 근본 성찰이 이번에는 좀 있었을 것 같아요. 전 지구적으로, 개개인한테도. 좀 충격이 갔겠죠.

    ◆ 홍기빈> 그렇게 믿고 싶어요. 그런데 만에 하나 아까 말한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처럼 또 그냥 옛날식으로 살자라는 식으로 하게 되면.

    ◇ 정관용> 그 다음에 기업들은 다시 또 부추길 거 아니에요. 무한욕망 추구를.

    ◆ 홍기빈> 그렇죠. 그동안 참아왔던 소비욕구를 한껏 발산합시다 이럴 수 있죠.

    ◇ 정관용> 그렇죠. 그걸 어떻게 우리가 자제합니까?

    ◆ 홍기빈> 제 생각에는 우선 경제가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고요. 이 경제가 지금 어떤 하나의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상황을 잘 활용을 해 가지고 사람과 사회와 자연의 좋은 삶이라는 것. 무한한 경제성장이 아니고요. 인간과 자연과 사회의 좋은 삶. 이것을 원칙으로 삼는 걸로 경제를 전환하자라고하는 담론과 운동을 강하게 일으켜야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 정관용> 지식인들이 사람과 사회와 자연을 조화롭게 하는 새로운 경제 주장해도 안 먹히잖아요.

    ◆ 홍기빈> 안 먹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 정관용> 이번에는?

    ◆ 홍기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 정관용>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도 많이 나올 수 있겠네요? 이런 데 기초해서.

    ◆ 홍기빈> 당연합니다. 아까 제가 고용보장제를 말씀을 드렸는데요. 어떤 식으로 이게 운영이 되냐면 이를테면 지금 자영업자 중에 식당하시는 분들 중에 손님이 줄어서 힘든 분들이 많잖아요. 이분들이 만약에 도시락을 만들 수 있고 그 도시락을 배달해 줄 사람이 있다고 하면 굉장히 많이 장사를 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 식으로.

    ◆ 홍기빈> 그런 마을에서 도시락을 만들고 자전거로 그걸 배달해 줄 사람들을 우리가 고용보장제를 할 수 있다면.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와 같은 새로운 구체적 케이스들은 우리가 머리를 같이 맞대고 만들어야 되는 거고.

    ◆ 홍기빈> 맞습니다. 이제부터 만들어 나가야 됩니다.

    ◇ 정관용> 기존 철학과 방향은 그냥 무한욕망 추구. 지구화, 도시화. 별로 문제의식 없이 해 오던 것. 멈추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모든 게 변할 것 같네요.

    ◆ 홍기빈> 그럴 것 같네요.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기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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