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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정부지원 기대감↑, '오너 고통분담' 조건될까



기업/산업

    항공업계 정부지원 기대감↑, '오너 고통분담' 조건될까

    국제여객 95.5%·국제화물 50% 감소, 사실상 '셧다운' 수준
    정부, 지원 조건에 '자구 노력' 강조…이미 최대치 진행
    오너 고통분담 포함되면 대형항공사 '경영권 위기' 불가피

    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타격을 받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항공기들이 주기돼 있다. (사진 = 박종민 기자)

     

    정부가 고사상태에 빠진 항공업계를 위해 조만간 긴급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재출연 등 오너 일가의 고통분담이 지원 조건에 포함될 경우, 대한항공은 경영권을 잃어버릴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 항공업계, 사실상 '셧다운'…강도높은 자구책 시행

    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제선 여객수는 7만 859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줄었다. 사실상 국제 여객 수요는 씨가 마른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항공화물은 미국과 유럽 등 모든 노선에서 50~60%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대 수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항공 운송 이용이 많아 수출에 치명적"이라며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도 조만간 항공업계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정부도 항공업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지원과 자본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관심은 정부의 지원 조건이다. 정부는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기업의 자구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지난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사재를 출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호그룹의 경우 부실경영 책임 때문에 정부의 지원 조건으로 '오너의 희생'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의 위기 상황은 '코로나19'라는 재난에 원인이 있는 만큼 오너의 고통분담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주의 유한 책임이라는 측면이나 경영자의 책임을 따져봐도 현재 상황의 원인은 경영실패가 아니다"라며 "오너의 책임을 물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항공업계는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임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기도 하고, 유‧무급 휴가를 통한 순환휴직을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노사의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구조조정 규모를 기존 75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축소했다.

    이밖에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보유한 한진그룹은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호텔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오너의 고통분담?…대형항공사 '경영권'까지 위기

    이처럼 항공업계는 이미 위기 극복을 위해 사실상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남은 카드는 오너의 고통분담이 꼽힌다.

    하지만 오너의 사재출연 등 고통분담은 항공업계에 대한 경영권 개입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29.9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간신히 경영권을 방어한 상태다.

    문제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동맹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끌어모으며 경영권 분쟁을 계속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기존 18.57%에서 현재 19.18%로 지분을 끌어 올리면서 3자 동맹이 보유한 전체 주식은 42.75%에 달한다.

    반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까지 합해도 22%다. 여기에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14.9%) 등을 합해야 42.39%다.

    이번 항공업계의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영향인 탓에 델타항공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악재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델타항공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인 'BB'로 하향 조정하고, 대주주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최근 델타항공의 주식을 일부 매각했다. '백기사' 델타항공의 추가 지원사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오너의 고통분담은 곧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며 예상했던 모든 수치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인수자금 2조 5000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은 1조 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기일을 연기해 인수 절차 전체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가 인수를 포기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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