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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국민 재난지원금, 포퓰리즘 맞지만 '용서받을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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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전국민 재난지원금, 포퓰리즘 맞지만 '용서받을 정치'다

    더불어민주당(왼쪽)과 미래통합당(사진=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코로나를 빌미 삼아 포퓰리즘에 빠졌다.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무한정 돈을 살포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도 포퓰리즘이라는 '설탕물'(마시고 나면 갈증도 난다)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마음을 사는 특효약(돈 살포)을 코로나19가 불러왔으니 지도자들을 탓할 수만도 없지 않은가.

    정부는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위안화가 아님에도 발권력을 가진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찍어내고, 기업들과 증권 시장 등에 직접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치권은 한 술 더 떠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전 국민에게 백만원의 현금을 주자는 제안을 한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가 동조하더니 다른 지자체장들도 너도나도 현금 살포 대열에 동참했다.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정·청 회의 결과를 수용하는 형식을 통해 소득 하위 70% 가구당 백만원을 주기로 한 것도 명분은 코로나 위기 극복 방편이었다지만 크게 보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왼쪽),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4일 개인마다 재난지원금 50만원을 일괄 지급하자는 역 제안을 들고 나서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다급해졌다.

    이해찬 대표가 6일 부산을 방문해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가구에 백만원을 주자고 맞장구를 쳤다.

    거대 양당이 선거를 앞두고 말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은 '70% 재난지원안'을 8일 만에 뒤집었으며,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의 '매표' 행위라며 강력 비판하던 태도를 던져버리고 포퓰리즘 대열에 동참했다.

    경제 전문가라는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까지도 빨리 지급하라며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 지도부는 7일에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경쟁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원내대표)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명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는 말처럼 총선이 끝나는 즉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4월16일부터 추경을 처리하고자 한다. 가능하면 4월 중 지급을 마치도록 속도를 내겠다"며 "통합당에 긴급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50만원 지급 제안으로 모처럼 여야가 긴급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뜻을 모은 만큼 추경 처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원래 민주주의의 선거가 포퓰리즘의 산실이라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코로나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21대 선거는 유난히 심하다.

    재난지원금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코로나발 국가 재정 투입은 당장은 아닐지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 재정 위기를 불러올 공산이 농후하다.

    우리 자손들에게 빚만 잔뜩 쌓인 금고를 물려주는 것과 진배없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형태를 보노라면 우리 후손들이 '부모·주부모 세대들이 나라를 망쳐놨다'고 비판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훌쩍 넘어 1744조원에 달했다. 1년 새 6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급격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재정 확대 정책으로 지출이 늘어난 반면, 세수는 크게 줄면서 재정수지가 악화된 탓이다.

    이로 인해 통합재정수지는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일본과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우리의 재정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곤 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 유로존 국가들은 달러 등을 찍어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발권력이 제한돼 있는 국가다.

    특히 코로나 위기와 경기 침체기에 대비한 최고의 비책이 재정건전성임을 감안한다면 국가 재정 투입을 내주머니 돈을 쓰는 것처럼 아껴야 한다는 건 국가 운영을 책임진 지도자들에겐 일차적 책무다.

    그런데 우리는 2년 전부터 국가 재정을 풀어 경기 침체를 막고 취약계층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전례 없던 재정주도정책을 폈다.

    그러던 중에 터진 코로나바이러스는 국가부채 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나 선진국들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무한정 돈을 풀어 침몰하는 경제와 저소득층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현실은 포퓰리즘을 개의치 않는다.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나 IMF외환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 계층은 취약계층이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국가는 생존의 위기에 처한 그들의 삶을 보듬을 의무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코로나는 어려운 국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생활에 제약을 가했고, 전염병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했다.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책에 적극 협력했다.

    이런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가 땡빚을 내서라도 지원하는 건 포퓰리즘 정책일지라도 면죄부를 받을 만하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가 선거를 의식해 말을 바꾸고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선심성 공약은 '용서받을 정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재앙 수준인 코로나 사태에 한해, 딱 이번만이라면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에도 딱 어울린다.

    정약용 선생은 "정치는 국민을 곤궁하게 해서도 안 되며, 나라를 가난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설파했다.

    일단은 국민을 살리는 일에 매진한 뒤 나라의 경제력을 키워 빚을 갚은 게 정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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