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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배상 어디까지 왔나



영동

    강원 동해안 산불 발생 1년…배상 어디까지 왔나

    주택 잃은 이재민들 배상 '장기 가능성'
    구상권 청구 두고 '정부 vs 한전' 평행선
    이재민 "1년이 다 되도록 뭐 했나" 분통
    검찰 송치 4개월여…재판 일정은 '아직'

    지난해 4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이 1년을 맞았다. 주택을 잃은 이재민들은 꼬박 1년을 조립주택 생활을 해야 했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배상문제는 이재민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25일 임야피해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400여 명의 임야 피해민들은, 지난해 12월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이하 특심위)의 최종협상 근거에 따라 '손해사정사들이 조사한 피해액의 40%'를 지급받았다.

    한전은 오는 6일부터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소상공인 지원대상자도 대략 400여 명으로, 이들은 특심위 최종협상에 따라 '손해사정사액의 60%'를 받는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자신의 집을 바라고 있는 있는 한 주민. (사진=유선희 기자)

     

    문제는 주택을 잃은 이재민들에 대한 배상문제다. 정부의 '구상권 청구'를 두고 한전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17일 "재난안전법 제66조 6항 등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재난안전법 제66조 6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재난에 대해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인 제공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안부의 공문은, 결국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설명이다.

    행안부는 이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전은 "예산을 집행하는 곳은 강원도인데 왜 행안부가 뒤에서 조종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소송으로만 해결하려는 행안부는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어 "산불 원인을 저희가 제공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불꽃이 튀는 것 외에 그 당시에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외부적 요인이 있었던 만큼 전액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산불 이재민에게 선지급한 금액은 395억여 원이다.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이 지난 1일 강원 고성을 찾아 구상권 문제에 대해 "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강원도에서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에 예산집행한 곳에서 구상권 청구를 하는 게 맞다"며 "저희는 법에 따르는 것으로 구상권 청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한전이 소송을 할 수 있겠지만, 저희가 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행안부 진영 장관 역시 지난 1일 고성을 찾아 "한전과 이재민, 정부와 고성군, 강원도가 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그렇다고 장관이 모든 것을 결론 내는 것은 아니고, 법과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택을 잃은 이재민들의 배상문제는 '장기화 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심위 최종협상에서 정한 비율 산정 자체에 대한 반발도 여전하다.

    반발 이재민들이 모여 만든 산불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소송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받겠다는 이재민들의 마음을 한전은 '역이용'하고 있다"며 "최종협상은 원천무효이고, 저희는 끝까지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박만호 할아버지가 예전에 살던 집을 찍어둔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배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재민들이 떠안고 있다. 덥고 추운 날을 참고 보낸 이재민들은 1년이 지나도록 배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울분을 터트렸다.

    산불 당시 동생을 잃은 이재민 김순점(68. 고성) 할머니는 "동생 산소를 다녀왔는데 오늘따라 동생이 너무 그립고, 산불이 발생했던 그 날이 계속 떠올라 마음이 울적하고 착잡하다"며 "오는 6월 21일까지는 조립주택을 비워야 하는데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민 박만호(73. 속초)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어떤 배상액도 받지 못했고, 여전히 임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한전은 대체 1년이 다 지나도록 왜 아무런 해결을 안 해주는 건지 정말 울화가 치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산불 당시 자신을 구하려다 숨진 동생을 그리워 하며 눈물 짓고 있는 김순점 할머니. (사진=유선희 기자)

     

    실제 이재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조립·임대주택 생활을 하고 있다. 4일 강원도에 따르면 이재민 658가구 1524명 중 62%에 해당하는 415가구 947명은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직 조립주택(261가구 583명)과 임대주택(154가구 364명)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 대다수(315가구 738명)는 고성지역 이재민들이다.

    도에 따르면 복구대상 주택 416채 중 96채는 복구가 완료됐으며, 79채는 복구 중이다. 또 65채는 설계 중이고, 나머지 176채는 아직 복구 절차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택 복구 지연은 겨울철 공사 중지, 부지 미확보 등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동해안 산불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수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재판 일정은 잡히지도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19일 한전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책임자 9명을 업무상실화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명이 사망하고 1524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은 지난 4월 4일 오후 7시 17분쯤 시작됐다. 이 산불로 1295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2832㏊의 산림이 화마에 휩쓸렸다.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들이 투척한 날계란으로 얼룩진 한국전력공사 속초지사. (사진=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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