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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발의 경쟁…통과는 '하세월'



정치 일반

    'n번방 방지법' 발의 경쟁…통과는 '하세월'

    • 2020-03-28 06:15

    'n번방' 국민적 공분에 국회서도 관련 법안 발의 '속속'
    "가담자 전부 처벌하라" 여론 높지만 현행법으론 힘들어
    쏟아지는 'n번방 방지법'에도…여야 "처리는 총선 이후에"
    여성단체 "졸속 법안 아닌 실질적 입법 이뤄져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일명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이른바 'n번방 3법'을 발의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4.15 총선 시기와 겹쳐 실제 법안이 통과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보여주기식' 발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사방' 등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가 세간에 알려지자 운영진뿐 아니라 많게는 수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유료 이용자 전부의 신상을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담자 모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먼저 성 착취 영상을 시청하고 소지했다는 혐의만으로는 강력한 처벌이 힘들다. 우선 음란물을 소지해 처벌을 받는 조건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한정된다. 성 착취 영상물의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인 경우엔 가해자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영상물이라 하더라도 이를 반포·전시하지 않고 소지만 하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때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의 형량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판결 선고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양형기준'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또 협박과 강요에 의한 촬영이더라도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찍은 경우에는 성폭력 범죄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성폭력방지법 내에 해당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협박죄 등으로는 처벌이 가능하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법적 공백이 속속 드러난 가운데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23일 '디지털 성범죄 처벌 법안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불과 하루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여성 의원들이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쏟아지는 'n번방 방지법'에도…여야 "처리는 총선 이후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거세지자 총선을 코앞에 둔 여야는 경쟁적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백혜련·남영희·박경미 등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지난 23일 이른바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을 발의했다. 재발금지 3법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상습범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스마트폰 등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받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할 경우 처벌, 불법 촬영물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이다.

    이에 질세라 송희경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여성 의원들 역시 n번방 가입자도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하고 운영자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등 처벌 형량을 강화하는 'n번방 방지법'을 25일 내놓았다.

    아울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송희경, 김승희, 김정재, 김현아, 박성중, 신보라, 윤상직, 윤종필, 이종명, 임이자, 정병국, 최연혜 의원 등 12명이 공동 발의했다.

    두 법안은 △불법촬영물 소지자에 대한 벌금 신설 △아동청소년대상 음란물에 대한 제작자, 유포자, 소지자, 구매자에 대한 형량 강화 △성착취 영상유포를 방치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의 법률적 공백을 채우기 위한 개정안이 국회에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20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들이 총선 체제에 돌입해 n번방 방지법 통과에 힘을 쏟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통합당은 총선이 끝난 뒤인 5월에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따른 변수가 많아 5월 임시국회가 열릴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26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총선 이후에 법안을 처리하자고 하는 건 들끓는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총선 전 조속히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여성단체 "졸속 법안 아닌 실질적 입법 이뤄져야"

    이에 여성계에선 디지털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현행법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신성연이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디지털 성폭력 관련 법안은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입법 단계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디지털 성범죄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금, 입법자들은 제대로 된 법안이 나올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졸속 입법'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에 대해선 경계했다. 신 활동가는 "국회 성과를 불리기 위해 졸속 처리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며 "현행법의 한계, 이미 계류 중인 법안을 제대로 검토해서 실질적인 성범죄 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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