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드라마도 영화도 보는 사람의 것이기에 결말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말에는 힘이 있고 혀에는 칼이 있다고 하잖아요. 직접적인 가해가 아닌 보이지 않는 가해에 대해 우리 모두 관대하지만 그 안의 날카로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엄지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독특한 초자연 소재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장르물의 외연을 확장한 tvN 드라마 '방법'에 출연한 배우 엄지원은 작품이 끝난 후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엄지원은 20일 CBS노컷뉴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많이 행복하기도 했고, 캐릭터의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만큼, 아직은 끝났다는 실감보다는 아쉬움과 여운이 더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라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모두의 땀방울이 깃든 소중한 작품이 또 하나 완성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근 시청자들의 호평과 함께 종영한 '방법'은 동양의 굿, 부적과 같은 토속신앙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결합한 참신한 세계관으로 눈길을 끈 작품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히 결합해 현실성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받으며 마지막 회 평균 6.7%, 최고 7.7%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와 관련해 엄지원은 "많은 분들이 '방법'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면서 "초반에 나를 포함한 모든 배우, 제작진 역시 대본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컬트라는 장르 특성상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작품이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라면서 "그때 '우리 모두의 눈이 틀리지 않았을 거에요'하며 서로를 다독이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그런 저희의 마음과 노력을 알아주신 것 아닐까 한다"라고 전했다.
tvN 드라마 '방법' 스틸 사진 (사진=tvN 제공)
극 중 엄지원은 대기업 '포레스트'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 '임진희' 역을 맡았다. 극 중 임진희는 사람을 해치는 주술인 '방법(謗法)'에 대해 알게 되고, 거악(巨惡)과 손을 잡게 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특히 엄지원은 변화하는 감정선을 깊은 내면 연기를 통해 밀도 높게 선보여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엄지원은 "김주환 부장(최병모 분)과의 다툼 장면을 잘 표현해야 이후의 상황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그 장면을 찍고 나니 대본으로만 읽었을 때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분들의 감정이 많이 와닿아서 그 후 감정을 잡아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비교적 센 캐릭터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엄지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방법'은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인물에 대한 설정 역시 특이했다. 주요 배역인 성동일은 악귀의 모습을 연기했고, 조민수는 무당을, 정지소는 방법사를 표현했다. 다소 특수한 설정의 배역들 안에서 엄지원은 비교적 평범한 '사회부 기자'를 연기하며 극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사람 안에 선과 악의 양면성이 존재하잖아요. 때로 우리가 옳은 일이라고 판단한 일도 다른 이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해요.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라고 규정 지어진 이 인물이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 안에 충돌하는 갈등과 정의로운 기자로 알려진 임진희가 과연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호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tvN 드라마 '방법' 스틸 사진 (사진=tvN 제공)
독특한 소재와 특이한 설정의 배역뿐만 아니라 작품은 엄지원을 비롯해 조민수와 정지소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장르물은 남성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남성 해결사 클리셰를 깨며 또 하나의 신선함도 드러냈다.
더불어 드라마에서 엄지원은 정지소와의 '워맨스'(여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이르는 말)가 강하게 그려지며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엄지원은 "지소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마음의 어려움을 덜어 주고자 했다. 진희와 소진이가 신뢰와 우정을 쌓아가는 것처럼 엄지원과 정지소의 신뢰와 우정이 쌓일 수 있도록 편하게 다가갔다"라면서 후배 배우인 정지소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배우 엄지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지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과거 슬럼프 경험을 털어놨다. 2002년 MBC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한 후 어느덧 18년 차, 배우 생활 중반부의 시점을 지난 그에게 찾아온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배우로서의 제 위치와 자리, 현실에 대한 고민도 컸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부터 받은 상처도 있었다"라면서 "'방법' 대본을 받고 연상호 작가님과의 첫 미팅에서 임진희 캐릭터를 저를 놓고 쓰셨다고 꼭 같이하고 싶었다고 해주신 말이 당시 큰 힘과 위로가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일한 것 같다. 앞으로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면서 "그리고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자 배우로서 사회성이 있는 작품들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라는 포부를 남겼다.
엄지원은 차기작으로 tvN의 새 드라마 '산후조리원' 출연을 확정 지은 상태다. '방법'을 통해 진지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면, 그는 이번엔 코믹한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지난 18년 간 배우 엄지원의 이름을 불러 주셔서 덕분에 배우로서 이 길을 걸어 올 수 있었어요. 새로운 도전이었던 '방법'을 사랑해 주신 만큼 다음에 보여드릴 작품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