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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싸우는 伊병원, 3D프린터가 생명 살렸다



IT/과학

    죽음과 싸우는 伊병원, 3D프린터가 생명 살렸다

    3D 프린팅 전문가들 핵심부품 협력 제작 지원 화제
    양산형 제조 시스템 마비, '개인화 소규모 분산 제작' 재주목
    호흡기·마스크·손잡이 누구든 3D프린터로 쉽게 제작 가능

    현지 업체 이시노바(Isnnova) CEO 크리스티안 프라카시(왼쪽)와 직원이 3D프린터로 복제 생산한 산소호흡기용 밸브를 들어보이고 있다. (캡처=프라카시 SN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이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확산하며 확진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장비 역시 심각한 고갈에 시달리는 가운데 3차원의 입체 물품을 만드는 3D 프린터가 중증 환자들의 목숨을 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는 17일(현지시간)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고 누적 사망자 수는 2503명에 달해 의료 시스템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 伊 병원 위중환자 급증에 산소호흡기 부품 부족 호소

    코로나19는 적절한 치료체가 없어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며 '인체 면역체계'가 정상 작동하도록 돕는 방법 밖에는 없다. 특히 중증환자의 경우 저산소혈증과 호흡곤란으로 인한 산소치료가 필수적이어서 산소호흡기가 필요하지만 유럽 전역 환자 급증으로 병원에 공급되는 의료장비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이탈리아 북부 룸바르디아주 브레시아시에 위치한 키아리(Chiari) 병원은 13일 산소호흡기 부품인 교체형 예비 밸브가 부족하자 경보를 발령하고 마침 병원을 취재중이던 지역매체 기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매체는 밀라노 팹랩(FabLab) 창립자인 3D 프린팅 전문가 마시모 템포렐리 박사에게 연락해 밸브 생산이 가능한 현지 3D 프린팅 업체를 수소문했다.

    브레시아시 인근 지역에 위치한 3D 프린터 사업 및 시스템 통합 기술 업체 이지노바(Isinnova)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프라카시는 자사가 보유한 3D 프린터를 들고 키아리 병원으로 향했다. 수 시간 만에 실제 밸브와 거의 동일한 복제 밸브 수 십개를 생산했고 14일부터 10명의 환자가 이 3D 프린터 복제 밸브를 이용해 산소호흡 치료를 받고 있다.

    프라카시가 가져온 3D 프린터는 플라스틱 소재 와이어를 녹여 층층이 샇는 필라멘트 압축 방식으로 보급형에 속한다.

    의료용 산소호흡기 밸브(가장 왼쪽)와 3D 프린터로 복제한 밸브. 보건당국의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현지 병원 의료진은 실사용에 문제 없다고 보고 14일부터 환자용 산소호흡기에 복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캡처=프라카시 SNS)

     

    또다른 지역 가공 업체 로나띠 에스피아(Lonati SpA) 역시 '레이저 분말 바닥 용융결합법(Powder Bed Fusion)'을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으로 공급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복제 밸브가 보건당국의 안전 인증을 통과하지는 않았다는 우려도 있지만 병원 의료진들은 재난상황인만큼 대체 사용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D프린팅 전문매체 3D 프린팅 미디어 네트워크(Printing Media Network)는 "3D 프린터가 코로나19 사태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했을 때 3D 프린터가 빠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 공급망 위기에 3D 프린팅 제품 속속 등장

    이처럼 전염병 대유행으로 글로벌 제조 및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자 3D 프린팅 기술의 가치가 재조명 되고 있다.

    3D프린터는 양산형 제조 시스템과 달리 개인화된 소규모 분산 제작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제조 시설에서는 일정량 이상의 제품을 생산해야 수지가 맞지만 3D프린터는 필요한 크기와 필요한 양만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직까지 대량 수요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키아리 병원의 사례처럼 적재적소에 소규모 수요만큼 공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등 의료용 보호장치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난에 빠지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자가 제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 3D프린팅 마스크 와이어

    3D 프린팅 필터 교체형 마스크 와이어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중심으로 KF80, KF94 또는 헤파(HEPA) 필터 원단을 이용한 자가 제작이 주목을 받고 있다. 면 마스크에 필터를 오려 사용하는 필터 교체형 마스크나 원단을 재봉해 직접 끈까지 이어붙인 마스크까지 만들고 있지만 손이 많이 간다.

    3D프린팅 디자인 파일 공유 웹사이트 '씽버아이스(Thingiverse)'에 아이디 'dbeck'이 제작한 '코로나바이러스/독감 재사용 가능한 응급 마스크' 디자인 파일이 게시됐다. 이 와이어는 필터 원단에 와이어를 물려 고정할 수 있고 필터 원단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제작자는 마스크 부족으로 인한 응급용으로 키친타올을 필터 대신 사용했지만 국내의 경우 시중에서 판매되는 필터 원단을 이용하면 보다 안전성이 높은 방역마스크를 제작할 수 있다. 사이트에서 디자인 파일을 내려 받으면 3D 프린터로 제작이 가능하다.

    ■ 교체형 안면 보호대

    3D 프린팅 교체형 안면 보호대 (출처=thingiverse)

     

    코로나19 검사나 치료를 위해 의료진들이 착용한 안면 보호대(Face Shield)는 비말 전파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는데 필수적인 의료 장비다. 국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말감염을 막기 위해 미용실에서 접하는 '페이스 필름(Face Film)'을 사용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주로 비말전파에 취약한 1회용 마스크(일명 덴탈마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마스크에 붙이거나 눈의 점막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나 이마에 붙여 사용하는 경우다. 이마저 입소문이 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씽아이버스에는 이같은 안면 보호대 제작을 위한 3D프린팅 디자인 파일이 다수 올라와 있다. 주로 한 번 쓰고 폐기하는 안면 보호대와 달리 필름을 교체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안면 보호대 프레임이다. 문구점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필름을 활용해 프레임 틀에 꽂거나 끼워 사용하는 방식이다.

    디자인이 간단한 3D 프린터로 쉽게 만들 수 있고 필름 크기를 조절해 안면 전체를 보호하는 안면 보호대, 짧게 만들어 고글처럼 활용이 가능하다. 의료용 안면 보호대와 구조가 흡사해 의료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비상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보인다.

    ■ 방역 마스크 교체형 필터

    3D 프린팅 교체형 방역 마스크 필터 (출처=thingiverse)

     

    주로 산업현장이나 재난현장, 일부 전염 고위험 구역인 폐쇄병동 등에서 사용되는 3M 방독·방진 마스크의 가격은 비싼 편이다. 몇 차례 사용 후, 또는 요염이 심한 지역에서 사용할 경우 즉시 교체해야 해 필터 교체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씽아이버스에는 역시 이같은 3M 교체형 필터를 3D 프린터로 자가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 파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필터 구멍에만 맞으면 어떤 형태로든 제작이 가능하다. 국내처럼 KF80, KF94 또는 헤파(HEPA) 필터 원단을 구할 수 있다면 3D프린터로 필터를 제작해 원단 필터만 수시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주로 산업용으로 사용되다 보니 외형상 일반인이 꺼리니는 디자인이지만 얼마전까지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방독·방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플렉서블 마스크

    3D프린팅 필터교환형 플렉서블 마스크 (출처=thingiverse)

     

    얼굴형태를 본따 만든 플렉서블 마스크 틀에 공기정화 구멍을 만들어 필터를 삽입해 사용할 수 있는 필터 교체형 마스크다.

    사람마다 얼굴형태가 달라 표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얼굴 디자인을 입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더 정확한 맞춤식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씽아이버스에 제작방법과 디자인 파일이 있으니 비교적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 위생용 도어 오프너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지면이나 물건에 최대 9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에 매우 신경 써줄 것으로 권고한다. 손의 사용이 많아 무의식적으로 얼굴, 눈, 코나 입 등의 호흡기에 닿는 횟수가 매우 많아 바이러스나 세균의 호흡기 전파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3D프린팅 도어 오프너와 메터리얼라이즈사의 핸즈프리 도어 (출처=thingiverse/Masterialise)

     

    공중시설에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은 물론 문을 열고 닫는데도 손이 많이 사용된다. 손 소독제가 공공시설이나 거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놓여 있지만 없는 곳도 많다. 씽아이버스에서 역시 비접촉식 도어 오프너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갈고리 형태로 비교적 단순한 이 디자인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거나 문을 열때 유용하다. 최근 엘리베이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손이 아닌 팔꿈치 등으로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디자이너는 엘리베이터 버튼 크기와 같은 손도장 디자인을 만들어 사용후 알콜솜 등으로 쉽게 세정할 수 있도록 했다.

    3D프린팅 업체 '메터리얼라이즈(Materialise)'는 좀 더 나아가 문 손잡이를 손이 아닌 팔뚝으로 열 수 있는 도어 핸들 디자인을 고안해냈다. 레버형 손잡이에 부착하면 손이 아닌 팔뚝으로 살짝 비틀어도 문이 쉽게 열린다. 이 회사는 개선형 제품을 추가할 예정이다. 디자인 파일은 메터리얼라이즈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손 소독제 홀더

    3D 프린팅 손 소독제 홀더 (출처=thingiverse)

     

    최근 공공시설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 소독제가 놓여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테이블를 따로 마련하거나 작은 바구니를 구매해서 보관하는데 이 또한 3D 프린터로 쉽게 만들 수 있는 품목이다.

    사용하는 손 소독제 크기나 모양에 따라 고정형이나 휴대용 홀더를 만들 수 있다. 씽버아이스에서 '손 소독제 홀더(sanitizer holder)'로 검색하면 다양한 홀더 디자인 파일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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